2024.03.30(토)
[글로벌에픽 차진희기자]
매해 강남지역 어린 아이들이 많은 사교육으로 힘들어한다는 기사를 접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선행학습이 독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오지요. 하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살펴보면 이 지역의 아이들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10여년간 강남지역 대형학원을 운영하며 초·중학생들의 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를 만나 최상위권 초·중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진학 코스는 무엇인지,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김은영 교육전문가 (現 YE.LAB 대표, 前 압구정 정보학원 부원장)
김은영 교육전문가 (現 YE.LAB 대표, 前 압구정 정보학원 부원장)

Q. 대학 진학 코스라면 고등학생들의 내신이나 비교과 관리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초·중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방향이 정말 있나요?

A. 강남지역의 대형 학원에서 10여년 간 지역 내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제가 만났던 모든 초·중등 학부모님의 목표는 의·치대 그리고 서연고로 통칭하는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자라며 많은 사교육을 경험하고, 많은 정보로 무장한 학부모들은 예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일부 학원에서 공포감처럼 몰아넣는 무조건적인 선행도 따르지 않아요.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목표를 세우고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장기적·체계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Q. 강남·서초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가 대입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는 대략 언제인가요?

A. 강남·서초 지역의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가 의·치대, 서연고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긴장하는 시기는 초등 5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3년간의 시간입니다.

학습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이 시기 방향 전환을 놓치면 초등학교 때는 뛰어났지만 중학교 입학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학습의 공백으로 자존감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학교 생활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강자도 있습니다. 이 전환의 시기를 적극 공략해 올바른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죠.

중학교 입학 후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초등학교 때는 그런 아이와 엄마가 있는지 몰랐어요" 입니다. 중학교 입학 후 잘 하는 아이는 따로 있습니다.

Q.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떤 것을 준비해줘야 할까요?

A. 매월 3월 말에 아이들에게 중학교 입학 이후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조사해보면 수업 시간에 들어오는 선생님이 너무 많아 과목과 선생님을 연결하기 어렵다거나 영어, 수학 외 사회 과목이 너무 어려워 고민이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쏟아지는 수행평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도 있죠.

이와는 반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영어·수학 과목의 난이도가 낮게 느껴져 학생 본인이 중학교 학습에 대해 자만하거나 학부모님이 아이의 학습 상태에 대해 잘못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중학교의 교육 과정과 중·고 연계 학습 방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선행을 많이 했다고 하는 이 지역 아이들에게 중학교 과정의 학습에 대해 물어보면 수학 공부를 어디까지 했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학년마다 어떤 과목을 어떻게 배우고, 과목간 균형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Q. 사실 중학교 교과과정이라고 하면 수학 정도를 생각할 뿐 타과목은 초등학생 때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다른 점이 많을까요?

A. 예를 들어 2021년 중학교 1학년 교육 과정을 분석해보면 교과 시수 중 상당 부분을 조정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정된 시간은 자유학년제 활동(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등)으로 운영됩니다. 이렇게 교과 외 활동이 많은 학년임을 감안해 수학 교과과정 중 난이도가 높은 부분은 상당수 2학년 이후로 옮겨졌을 뿐 아니라 영어 교과서의 어휘 수준도 초등과정 정도라서 사교육 기관에서는 중학교 1학년을 초등학교 6.5학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2학년 진학 이후에는 영어와 수학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또한, 1학년엔 없던 4번의 중간, 기말 지필 평가가 시작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은 지나갔고 최상위권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 역시 놓쳐버리게 되죠. 이러한 교과과정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Q. 3월 개학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가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게 있다면?

A.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시기는 이것을 준비하는 시기로 학생의 중·고등학교 학습 상태를 결정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학교 이후에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장기적인 대입 목표를 세우고 중학교 입학 후 공부하게 될 시점별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어느 시기에 어떤 과목 학습에 집중해야 하는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어가 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수학 선행은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요.

아이가 자라면서 목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방향성조차 없다면 우리는 목표 지점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달리기부터 시작하는 마라토너가 되는 것입니다. 3월 개학을 며칠 앞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2021년 학습 방향과 세부 계획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직전에 진행 상황과 수정해야 할 것을 체크하는 것도 잊어선 안됩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746.63 ▲0.81
코스닥 905.50 ▼4.55
코스피200 374.63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