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토)
[글로벌에픽 차진희기자]
학창 시절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지만,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음을 경험한 학부모는 본인의 자식만은 그렇지 않길 원한다. 그러나 자녀의 첫 영어 시험 성적을 접하는 순간 이러한 기대는 사라지고 아이의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올바른 영어 학습 전략은 무엇일까?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학습 컨설팅을 진행해온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은영 교육 전문가
김은영 교육 전문가

영어 공부 방향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영어 학습 목표를 다르게 보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어학으로 보느냐, 입시를 위한 과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학습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죠. 저는 오늘 국내에서 대입을 치르는 학생들의 시점별 영어 학습 루틴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초·중학생 영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별로 학습 방향을 전환해주는 것입니다. 각 시기마다 다른 영어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따라 세부적인 학습 방향을 정해줘야 하죠. 저는 크게 4단계로 구분합니다.

김은영 교육 전문가가 제시하는 강남지역 초·중학생의 영어 학습 루틴
김은영 교육 전문가가 제시하는 강남지역 초·중학생의 영어 학습 루틴

전 단계 학습은 다음 단계 학습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전 단계 학습이 꼭 다음 단계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단계 '언어로서의 영어' 학습을 잘 이수해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학생이 2단계인 '학습으로서의 영어'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단계별 세부적인 학습 목표와 방향에 대해 알아봅시다.
◇ 1단계: 언어로서의 영어 - 초등 3학년~5학년

이 시기의 영어 교육 목표는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언어로서의 영어 학습' 시기에 구멍이 생기면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못 한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당연히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기 쉽죠. 대부분의 아이는 잘못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무조건 피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사립초등학교는 영어 수준별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의 영어 수준은 상당합니다. 상위 그룹의 경우 다양한 영역의 주제문을 읽고 토론을 한다거나 관련된 영영 어휘 학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 대선 기간에 S 사립초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문 중 환경정책에 대한 글을 읽고 본인의 의견을 발표하라는 과제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C 어학원의 최상위 레벨 수업 커리큘럼도 유사합니다. 이 커리큘럼은 iBT 100점 이상 수준으로 다양한 토플형 주제문 독해, 토론, 글쓰기 수업 등을 진행합니다.

사실 이 시기는 영어 학습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아이가 영어에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고 아이의 성향에 맞는 학습법을 찾아주는 것이죠.

◇ 2단계: 학습으로서의 영어 - 초등 6학년 ~ 중등 1학년


초등생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은 영어 학원을 언제 옮겨줘야 하는가입니다. 대부분 학부모님은 말하기·쓰기 위주 영어 공부에서 '학습영어'로 언제, 어떻게 전환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저는 보통 초등학교 6학년부터 문법, 독해 과정을 시작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입에서는 영어 말하기, 쓰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영역이 잘 돼 있으면 좋지만,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대입 시험은 사교육, 해외 거주 경험과는 별도로 가장 공평한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학습으로서의 영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 문법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시기라고 봐도 무관합니다. 입시 영어의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죠. 문법 개념은 최소 3회 반복 학습을 하도록 하고, 문제보다 개념을 철저히 암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어 문법, 영어 문법 모두 문법학습의 핵심은 암기입니다.

문법과 함께 중등과정의 어휘 암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1단계 언어 영어를 잘 준비한 학생은 중등과정의 어휘가 기존 독해교재 수준보다 쉬워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학생들은 문장 내에서 단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단어 암기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암기에서 자유로운 공부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학생의 성향에 맞는 암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학생은 여러 번 쓰면서 암기할 수도 있고 다른 학생은 녹음 파일을 여러 번 들으면서 외우는 경우도 있죠.

◇ 3단계 : 수능 영어 - 중등 1학년~2학년


3단계의 학습 목표는 고2·3 모의고사 1등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이 12%가 넘었습니다. 특별한 성적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어린 시절부터 영어에 많이 노출됐던 강남지역 학생들에게 수능 독해는 크게 어렵지 않은 과정입니다. 대다수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2 모의고사에서 90점 인접한 성적을 확보합니다.

고등 모의고사 점수를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능 필수 어휘를 암기하는 것입니다. 수능에 출제되는 어휘는 약 3,000개 정도입니다. 약 2년의 시간 동안 3회 이상 반복 학습을 통해 이 과정을 완성합니다. 기본 어휘가 갖춰지면 시간 내 모의고사를 푸는 훈련을 거쳐 점수 확보 과정이 시작됩니다. 수능 영어는 총 45문항이고 70분 내 OMR 카드 작성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듣기 17문제에 약 20분이 소요되니 나머지 독해 28문항은 한 문제당 1분 30초 내에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바로 이것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독해를 위한 구문 독해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복잡하게 추가돼 있는 구와 절을 분석하는 훈련이 이 시기에 동반됩니다.

더불어 3단계 학습 시기에는 중등 내신성적 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내신과 선행 학습의 균형 확보도 필수적입니다.

◇ 4단계 : 고등 내신 영어 - 중등 2학년~3학년

중등영어 내신은 교과서와 프린트 암기로도 기본 점수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문제를 실수를 했다고 이것이 인생을 좌우하지는 않죠. 그러나 고등 내신은 다릅니다.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확연하게 밀려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일수록 고등학교 내신영어의 경우 범위가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교과서 지문에 다른 내용이 추가될 수도 있고 모의고사 듣기 스크립터가 어법 문제로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수능 필수 어휘 교재 전체가 범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학 전 고등학교 내신 유형 학습이 필수적입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내신은 변별력 싸움입니다. 누구나 맞추는 문제를 나도 맞추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제 파악이나 내용 불일치 문제는 수능 영어학습을 충실히 했다면 누구나 풀 수 있습니다. 오답률 높은 고난도의 문제 유형을 정복하는 것이 이 시기의 목표입니다.

아이들이 많이 틀려오는 문제 유형은 지문 내 어법상 틀린 부분 찾기, 주어진 어휘 변형·추가, 영작 등입니다. 유의어, 반의어 문제도 단골 소재죠.

4단계 고등 내신 유형 학습의 핵심은 '출제자의 마음으로 지문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지문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출제해 보는 거죠. 구조가 복잡할 경우 변형 문제 출제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분석해봐야 합니다. 접솟사, 분사구문, 관계대명사의 경우 쓰임의 원인도 살펴봐야 하죠. 동사의 경우 습관적으로 유의어와 반의어를 떠올려 보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고3 수능 모의고사를 잘 풀어내면 영어 공부가 완성됐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남지역 일반고의 절반 이상이 모의고사에서 90점 이상 확보합니다. 내신은 1등급이 4%에 불과합니다. 수시를 위해 최상위 내신 확보를 목표로 한다면 내신 유형 학습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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