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수)
[글로벌에픽 김채언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비드19는 한 순간 전 세계를 마비시킬 만큼 강력해지면서, 환경위기에 대한 실감도 더 커진 것이다. 인간들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대가를 지금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변이바이러스에 또한 우리들이 풀어가야 할 또 다른 과제가 되었다.

때로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잠깐의 여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쌍안경을 매고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향한다. 도심 한 가운데서 누릴 수 있는, 시야에 막힘이 없는 자연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10월의 어느 날은, 갯벌 창공을 나는 기러기 떼도 볼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산, 바다, 섬, 갯벌을 품고 있는 인천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도시이다. 바닷가 밀물 때에 맞추어 뻘에 바지락 등을 캐던 것들이, 우리들이 가진 갯벌에 대한 소소한 추억일 것이다. 나는 좋은 기회로 인천교육청 도시섬 청소년 동아리 영종도 워크숍에 동행하게 되었다. 워크숍 일정 중 하나는 비치코밍 파트였다. 그것은 자연물과 해양쓰레기를 ART의 주제로 예술창작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에 환경교육사이자 스페이스 빔 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일정의 첫 번째 장소는 제법 넓은 4차선 도로임에도 네비게이션 조차 잘 인식하지 못했다. 도착한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큰 트럭들만이 바삐 움직일 뿐 인적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모래가 뒤섞인 흙바람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정확한 위치는 제2준설토투기장(한상드림아일랜드)과 영종도 사이의 갯골인 영종2지구 갯벌이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펼쳐져 있는 갯벌은 너무나 놀랍기 때문에 국제선 항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찬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바로 그곳에 흰발농게가 살고 있다. 흰발농게는 갯벌의 저서생물 중 인천의 깃대종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2018년도 인하대와 생명다양성재단은 공동 조사를 통해서 여기에서 서식하는 흰발농게가 최소 5만 마리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당시 참여했던 인하대 연구원은 정말 멸종위기종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현재 흰발농게의 서식지를 표시하는 푯말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 자리에는 드림아일랜드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누군가에 의해 버려졌을 쓰레기가 모래 바람을 타고 나뒹굴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등재되어 있다. 흰발농게의 국내 최대의 서식지인 영종2지구 갯벌을 비롯하여 인천의 갯벌도 확대·포함하는 2단계 등재가 되길 바라며 일행들은 최대한 흰발농게의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 선두에 선 일행의 발걸음을 따라 갯벌로 향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짝짓기가 한창인 5~6월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거라 했지만, 구멍을 찾지 못해 되돌아가지 못하는 흰발농게를 아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바람을 타고 짠 기운이 느껴지는 영종2지구 갯벌이다. 흰발농게가 대규모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갯벌 매립 계획은 한 동안 멈춰졌다. (사)한국물새네트워크는 2019년10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EAAFP(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쉽) 사무국에 조류서식지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종2지구 갯벌에는 저어새를 비롯하여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도요·물떼새의 서식지이자 취식지, 휴식지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현재 경제청 입장은 또 다시 영종 2지구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회귀하였으니,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장소인 갯벌과 송산유수지, 홍대염전에서 이동물새의 서식지라는 주제로 이어갔다. 유수지 맞은편으로 인천대교가 한 눈에 펼쳐지고 데크가 잘 되어 있어 탐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법 여러 마리의 저어새가 포착이 되었었고 만선을 알리며 귀환하는 작은 배의 기계음에 저어새가 어찌 반응을 하는지 살펴보라는 설명에 필드스코프로 보았더니 혼비백산이 되어 여기저기 날아가는 저어새의 모습이 관찰되었다. 순간 생태계의 공존이 깨짐이 느껴졌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장미과에 속하고 바닷가 모래에 자라기에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다는 해당화나무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장소인 마시안해변으로 이동을 했다. 어촌계가 자리 잡고 있어 조개체험을 즐기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해안가 중심으로 자라는 식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바닷가 모래에서 자라며 대청도에 많은 순비기나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찍찍이는 도꼬마리나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척박하고 짠기가 가득한 해변모래에서도 줄기를 지탱하며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가 있다.

전체 일정의 마지막 활동인 ART의 소재를 수집하기 위해 펼쳐진 해변을 따라 해양쓰레기를 주웠다. 해양 쓰레기를 주우며 바라 본 바다는 햇살이 비추어 보석처럼 빛났다. 그 바다를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깨진 소주병이 나 뒹구는 것을 보며 아직도 부족한 우리의 생태감수성이 느껴졌다. 누군가로 인해 깨진 병 조각들은 오랜 시간 파도에 부딪혀서 뾰족함에서 두리뭉실한 모습이 되어 또 다시 우리가 버렸던 자리로 되돌아온다. 수거한 쓰레기들은 해변 예술의 창작물이 되었고 주워 온 조개껍질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갯벌은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자연환경이므로 잘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들은 과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와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취식지, 휴식지인 갯벌을 지켜줄 수 있을까?

참고자료
- 박현주, “인천 갯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제동’, 경인일보, 2022.07.27.

[환경부×시민기자단] 갯며들다


김채언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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