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금)
[글로벌에픽 장회숙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인천 섬 지질공원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사전 조사차 백령·대청·소청을 다녀왔다. 2017년부터 조사를 시작했으니 벌써 5년차이다. 매년 오는 섬들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모래가 깎여나가 패인 해변과 그것을 틀어막은 둑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더 이상 바닷물이 밀려오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곡선의 해안은 볼 수가 없다.

연안에서의 지속적 모래채취가 해안 침식의 원인으로 작용해 도로와 가옥 등 주민들의 생활 기반 붕괴, 해수욕장의 이용가치 감소와 복원비용 과다 지출 등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된 모래채취로 수산생물들이 폐사하거나 깊은 웅덩이가 생기면서 어구손실 등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어민들은 바다모래 채취는 더는 허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안병옥) “바다모래를 채취하게 되면 수산자원 감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다모래를 채취할 때 얕게는 5m에서 깊게는 10m이상의 웅덩이가 생깁니다. 웅덩이가 생기는 과정에서 바다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장환경이 훼손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된 남해에서도 멸치, 오징어, 고등어 같은 어류들의 산란장이나 월동장에서 골재를 채취하게 되면, 수산생물의 수확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부터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서 파낸 모래는 6300만 세제곱미터. 15톤 트럭 360만대 분량입니다. 반면,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92만 톤으로, 30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인천 어민들의 경우, 서해안 모래 채취로 꽃게 산란장이 망가졌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인천 소래의 고철남 어촌계장이 최근 한국의 TV조선에 나와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고철남) “수심이 20m였던 곳이 50m까지 깊게 파였습니다. 그 지역이 꽃게 산란 지역인데 훼손하다 보니까……”
- “바다모래 채취 논란 해결책은?” 중 발췌, 자유아시아방송

해양수산부는 2016년 1월 통영 욕지도 인근을 시작으로 2017년 1월 충남 태안, 2017년 8월 인천 앞바다 등지의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중단했다. 문제는 섬 주민과 건설기업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섬 주민들에게 있어 바다는 그 자체로 생존의 현장이다. 바다의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것은 그들에게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바닷모래가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어족자원도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문제는 건설업계에도 모래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모래가 필요한데, 그 대부분을 바닷모래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모래채취를 금지했다고 해서 바로 해안선의 모래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불과 3년 만인 2019년부터 중지되었던 모래채취를 다시 허용했다. 아직 해안선의 모래는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시 모래채취 금지가 골재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설업체들의 농성에 정부가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자의 입장 모두 절박하다.

바다모래 채취가 미치는 바다생태계의 변화에 이미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 기후에 앞서가는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하는 수순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방관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재개발 아파트를 둘러싼 건설업계 이익과 프리미엄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토지주들의 투기광풍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사이에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풍부했던 인천 앞바다의 어족자원은 이미 고갈되었다. 주거를 넘어 투자의 대상이 되어버린 고층아파트에의 욕망은 더 많은 바닷모래 채취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연생태계의 보존하기 위해 자연과 공존하는 모래채취 금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바다를 포기 할 것인지를 선택 할 때이다.

참고자료
- “바다모래 채취 논란 해결책은?,” 자유아시아방송, 2017.04.20.
[환경부×시민기자단] 사라지는 인천섬의 해안선


장회숙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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