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2610073409789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퇴직연금. [사진=연합뉴스]
2024년 말 431조7천억원에서 1년 만에 69조7천억원(16.1%)이 증가하며 50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수익률도 6.47%로 제도 도입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융권은 이를 '질적 성장'의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평균 수치 뒤에는 심각한 수익률 양극화가 존재한다. 전체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6%는 2~4%대의 저수익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 자산 가치는 제자리걸음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10.8%의 가입자가 0~2% 수익률로 원금 보존 수준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반면 상위 23.3%의 가입자들이 고수익을 올린 덕분에 전체 평균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익률 양극화의 근저에는 금융업권별 전략의 차이가 있다. 은행과 보험권은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평균 수익률은 3.1%에 불과하다. 여전히 260조5천억원(52.0%)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업권으로 평가된다.
반면 증권업권은 16.8%의 실적을 올렸다. ETF와 주식형 펀드 중심의 실적배당형 상품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지난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액은 48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9% 증가하는 등 3년 연속 10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배당형 적립금 중 ETF 비중이 39.6%까지 확대된 상황인데 생애주기펀드(TDF)는 13.7%, 적극형 디폴트옵션은 14.9%의 수익률로 시장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증권사 점유율은 2023년 22.7%에서 2025년 26.2%로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수익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공격적 마케팅이 주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배당형과 원리금보장형 수익률 차이는 20년 뒤 은퇴 시점에 수천만 원대 자산 격차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10% 운용수익 67% vs 하위 10% 납입원금 77%…가입자 양극화
상위 10% 가입자(평균 수익률 19.5%)는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했으며 적립금 증가액의 67%가 순수 운용수익으로 채워졌다. 반대로 하위 10% 가입자(평균 수익률 0.5%)는 적립금의 74%를 원리금보장형에 묶어두었고 적립금 증가액의 77%가 매달 급여에서 떼어 부은 납입 원금이었다. 순수 운용수익은 23%에 불과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업권간 영토 전쟁 속에서 가입 이후 사후 관리는 철저히 외면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가입 땐 쿠폰 홍보…가입 후엔 투자설명서만 달랑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가입 후 관리'의 부재다. 어느 금융회사도 가입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적극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연 2%대 예금에서 13%대 TDF로 옮겼다면 20년 뒤 자산 격차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벌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이 격차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은 지난해 130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2.6% 급증했다. 금융업계는 이를 가입자들이 자산 운용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가입자들은 여전히 복잡한 금융상품 선택에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입 때는 쿠폰과 포인트로 적극 홍보하지만 가입 후에는 투자 설명서만 보낸다"며 "금융회사의 공급자 편의 행태가 연금난민을 양산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의 가입자 설문을 한 결과 73%가 "펀드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35%는 "상품 추천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500조원 시장의 그림자에는 자신의 노후 자산이 어떻게 굴러가는지조차 모르는 수백만 명의 연금난민들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간 복리로 운용되는 만큼 가입자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의 금융회사들이 변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규제-금융사 혁신 함께 가야
500조원이라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자산이 개별 가입자의 안정적 노후로 전환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려면 가입 유치 이후의 종합적인 고객 경험(CX) 관리가 금융사의 핵심 평가 지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아무리 강한 규제를 내놓아도 현장의 금융회사들이 상품 공급자의 지위에 안주하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규제와 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 스스로가 가입자의 장기적 자산 성장을 최우선에 두고 사후 관리를 상품 수익만큼 중시할 때 비로소 500조원이 국민의 안정적 노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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