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102009400604383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정부는 올해 6월 말 553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의 운용 구조를 20년 만에 바꾸겠다며 7월까지 세부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0월 하순을 앞둔 지금까지 정부안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고용부는 정부안마저 직접 내지 않고 의원 발의 형태로 국회에 넘길 계획이다.
반면 여당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던 지난 2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히 이 의원이 근퇴법을 심사하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후노동위) 소속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법안을 실제로 심사할 상임위 안에서 국민연금 참여 근거를 담은 법안이 나온 셈이다.
국민연금도 호응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참여를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했다.
CEO 간담회 세 차례 연기…'곧 발표' 정부안은 감감무소식
고용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향을 설명하고 금융권 의견을 듣기 위한 CEO 간담회를 9월 초 이후 세 차례 미뤘다.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부 장관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은행장, 금융회사 대표 등 퇴직연금 사업자 측 인사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부는 당초 9월 2일로 잡았던 간담회를 같은 달 15일로 늦췄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시 10월 2일로 조정했다. 하지만 이 일정마저 연기한 뒤 아직 새 날짜를 잡지 못했다.
정부안 발표 역시 당초 시한을 석 달 가까이 넘겼다. 고용부는 지난 2월 6일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합의하자 후속 일정을 내놨다. 7월까지 세부안을 확정하고 연내 근퇴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무부처 담당 과장도 발표가 임박했다는 입장이었다. 남성욱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지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직연금 대책을 곧 발표하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가 늦어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국감 일정을 꼽았다. 그는 "발표 시기를 또 늦춰서 이번에는 국감이 끝난 뒤에 발표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 중에 발표했다가 노동계 입장과 다르다는 말이 나오면 의원 질의를 받아야 하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굳이 두들겨 맞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안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책임 회피용 우회' 비판도
고용부는 정부안을 의원 발의 형태로 국회에 낼 방침이다.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 관계자는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안은 "(별도의) 의원 발의 형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의 시점에 대해서는 "일정까지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참여를 담아 먼저 발의된 이용우 의원안과는 선을 그었다. 이 의원안이 정부안이냐는 질문에 "그건 노동부 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의원 발의 방식의 표면적 이점은 입법 기간 단축이다. 정부 입법은 입법예고부터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까지 거쳐야 해 통상 석 달 이상이 걸린다. 의원 발의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는 만큼, 연내 근퇴법 개정을 목표로 한 고용부로서는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가 의원 발의를 택한 이유를 입법 기간 단축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내부에서 국민연금 참여에 대한 신중론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노사정 TF는 이 문제에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국회 논의 과제로 넘겼다. 퇴직연금 주무부처 수장인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두 연금은 성격이 다르다며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운용에 선을 그었다. 같은 자리에서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은경 장관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구분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의원 발의 방식을 '책임 회피용 우회'로 본다. 국민연금 참여라는 민감한 문제를 정부가 직접 법안에 담는 부담을 피하고, 여당 법안에 논의를 맡긴 채 한발 물러섰다는 비판이다.
여당·국민연금, 법안·국감서 참여 공식화…점유율엔 상한
정부가 머뭇거리는 동안 여당과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를 공식 의제로 띄웠다. 지난 2일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을 골자로 한 근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용우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이 의원안은 금융기관과 노사연합, 국민연금공단 등 공적연금관리기관이 기금 운용을 놓고 경쟁하도록 했다. 앞서 나온 여당 의원안들과 달리 국민연금의 참여 근거를 정면으로 담은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향후 기후노동위의 통합 논의에서 이 조항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안은 공적연금기관의 시장점유율에 상한을 뒀다. 법 시행 후 최초 3년간은 10%, 5년간은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같은 거대 기관의 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고려해 강력한 부칙 조항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참여를 추진하는 여당 역시 거대 공적기금의 시장 독식 우려와 민간 금융권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정책위의장인 권칠승 의원과 복지위 여당 간사인 서영석 의원이 잇달아 국민연금 참여 문제를 꺼냈다.
권 의원은 퇴직연금의 낮은 연금 수령 비율과 수익률을 지적하며, 경험과 규모 면에서 국민연금이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등을 통한 단계적 참여를 제안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법 개정을 전제로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낮은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도, 민간 금융기관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서 의원은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직접 물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법 개정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의원들이 나서야 길이 열릴 것이라며 입법을 요청했다.
이처럼 법안 발의에 이어 당 정책 책임자와 상임위 간사까지 국감장에서 참여 문제를 띄우면서, 국민연금 참여는 여당 차원의 의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금융권 '공공의 시장 침해' 반발…운용 손실·관치 우려도 제기
여당과 달리 민간 금융권은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진입을 공공기관의 민간 시장 침해이자 '관제 금융'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장은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사업자가 키워 왔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43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은 553조8천949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자금 성격과 운용 구조가 다르고, 국민연금이 들어오면 민간 사업자와 직접 경쟁하게 된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든다. 공공기관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기금형 도입 초기의 핵심 시장을 국민연금이 먼저 차지하면, 민간 사업자 간 경쟁이 자리 잡기도 전에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신중한 입장이다. 남재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4일 이슈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운용 성과를 퇴직연금 고수익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기금과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은 운용 손실에 대한 책임 문제도 거론한다. 국민연금이 1층 국민연금과 2층 퇴직연금을 함께 굴리면, 손실이 났을 때 두 층의 노후소득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치 가능성 역시 금융권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기금운용위원회가 퇴직연금까지 맡으면 근로자의 퇴직금마저 정책 목적에 동원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 참여 범위가 최대 변수…여당 법안끼리도 운용 주체 엇갈려
결국 정부 최종안이 국민연금에 어느 범위까지 문을 열지가 기금형 퇴직연금 개편의 최대 변수로 남았다. 정부안이 의원 발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면, 국감이 끝나는 11월부터 기후노동위에서 계류 중인 법안들과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의 핵심인 운용 주체를 두고는 여당 법안끼리도 방향이 엇갈린다. 한정애 의원안은 노사가 참여하는 비영리 수탁법인을 중심에 뒀다. 안도걸 의원안은 민간 전문운용사 간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의 역할을 키우는 법안도 있다. 안호영 의원은 퇴직연금 전담 공공기관을 세우는 '퇴직연금공단법안'을 따로 냈다. 박홍배 의원안도 고용부 산하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역할을 넓히도록 했다. 반면 이용우 의원안은 별도 기관을 새로 만드는 대신 국민연금 등 기존 공적연금기관에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민간 중심으로 갈지, 별도 공단을 세울지, 국민연금까지 참여시킬지를 놓고 여당 내부 조율부터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도 빠듯하다. 연내 근퇴법을 개정하려면 법안 발의와 통합안 마련,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까지 두 달 남짓 안에 마쳐야 한다. 앞서 언급한 회계법인 관계자도 "지금이 10월인데 올해 하반기 안에 법 개정이 되겠느냐"며 연내 처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에는 고용부와 복지부를 상대로 한 종합국감이 각각 열린다. 노후자금 수익률 제고라는 명분과 공공기관의 민간 시장 영향력 확대 우려가 맞서는 상황이다. 두 부처 장관이 정부안 발표 시점과 국민연금 참여를 두고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95&simg=2026102009400604383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