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월)
[글로벌에픽=차진희 기자]
학생들이 중학교까지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영어, 수학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상황은 달라진다. 믿고 있던 국어 과목에서 발목을 잡혔다던가, 어떤 방법을 써도 국어는 성적 올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초·중학생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해야 할 공부도 너무 많고, 내신·선행·비교과 등 챙겨야 할 것들도 복잡한 요즘 올바른 국어 공부 방향은 무엇인지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은영 교육 전문가
김은영 교육 전문가

Q. 모국어인 국어는 영어, 수학과는 달리 특별히 시키지 않아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꼭 국어 공부에 시간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저는 항상 상위권은 수학으로, 최상위권은 국어로 결정된다고 말씀드립니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국어가 이과 수학인 가형보다 표준점수가 높았지요. 표준점수는 동일한 점수라도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을 때 더 높아집니다. 즉 같은 만점이라도 국어 만점을 받은 학생이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이과 아이들이 수학·과학만 잘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어도 잘하죠.

내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국어 내신은 범위도 넓고 교과서 외 출제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육사의 '절정'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고 가정해봅시다. 내신 문제는 이 작품만 놓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광야', '청포도' 등 동일작가의 다른 작품과 연계 출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갖는 소설과 연계된 문제 등 장르를 넘나드는 출제 유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단기간에 교과서를 외워서 공부한 학생은 최상위권 성적을 만들기 어렵죠. 체계적으로 국어 기본기를 강화한 학생만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국어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과목입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 갑자기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의 대다수는 서술형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서 문제를 읽어주고 설명해주면 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학생들에게는 수학보다 국어 공부 방향을 먼저 점검하도록 권유합니다. 모든 학습의 기본은 문해력, 즉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사고력이 필요한 고등과정의 공부로 나아갈수록 국어를 잘하는 아이가 영어나 수학도 잘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최상위권을 결정하는 요소로 국어 과목의 학습 상태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초·중학생 중에 영어나 수학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과 선호현상으로 최근에는 과학 과목 공부가 더해졌죠. 대다수의 학생이 동일한 패턴입니다. 하지만 진짜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국어 공부를 가장 우선시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Q. 고등학생 학부모에게 국어의 중요성을 들은 초·중학생 학부모들이 일찍부터 국어 공부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공부법을 모르겠다고 호소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초등학생의 국어 학습 목표는 어휘와 독서입니다.

저학년의 경우 일상어휘나 과목별 교과서 기본 개념 관련 어휘를을 공부하고, 고학년이 되면 고사성어 암기를 병행합니다. 한자를 모두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음과 뜻은 암기하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알아야 할 고사성어는 약 300개 정도 됩니다. 일주일에 5개씩 암기하면 60주가 걸립니다. 저는 중학교 입학 전에 최소 2회 독을 권해드립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을 많이 읽어 배경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중학 필독서 추천하는데, 이 경우 문학 작품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학·과학 관련된 영역의 도서도 필수적으로 배치하는 편입니다. 읽고 난 후 감상문 작성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감상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의 주제와 본인의 생각을 간단히 기록하도록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더 발전 시켜 알고 싶은 주제도 기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생이 제대로 읽었다면 관련된 내용을 확장 시켜 알고 싶은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중학생의 국어 학습은 시와 비문학 독해 비중이 큰 편입니다.

학생이 중등과정의 소설, 수필에 충분히 적응됐다면 시에 대한 공부를 시작합니다. 비교적 익숙한 현대 시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고학년이 되면 고전 시가를 공부하도록 합니다. 시를 공부할 때는 갈래, 주제, 화자의 어조, 표현법 등에 대한 분석 단계를 거칩니다. 시 공부의 마무리는 암송입니다. 중·고등학생이 알아야 하는 시는 현대 시 300편, 고전 시가는 약 100편 정도입니다. 1주일에 1~2편씩 외우면 고등학교 입학 전 시험 문제에서 접하게 될 대부분 작품을 암송할 수 있습니다. 외우는 것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그러나 학습의 기본은 암기력입니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한 편도 외우기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습관이 된 후엔 1주일에 2~3편 이상 외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알게 되지요.

매해 수능에서 가장 저조한 정답률을 보이는 문제는 독서, 즉 비문학입니다. 인문·사회·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지문이 한 페이지를 채우고, 그에 해당하는 2~3문제가 출제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정복하기 위해 중등 고학년이 하는 훈련은 문단 독해 훈련입니다. 주로 고등 모의고사 지문을 활용해, 주제문과 근거를 찾아내고, 문단 구성을 분석해 내는 과정입니다. 문학 작품은 읽고 느끼면 되지만, 비문학 지문은 올바르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차이점조차 모르고 고등학생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Q. 국어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아니면 국어 공부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1학년 영민이는 중학교 내내 전교권을 유지했던 우등생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처음 본 시험에서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도 못해 저조한 점수를 받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걱정이 가득한 어머니가 "이제라도 책을 읽게 할까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국어의 일부 영역 점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비문학 독해나 국어문법 영역은 그 나름의 방법으로 공부해야 점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국어 학습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학생의 취약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취약 부분에 맞춰 문학, 비문학, 어휘, 문법 등의 공부법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정기적인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권유 드립니다. 국어의 경우 특별한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국어공부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고1 모의고사를 정해진 시간 내에 풀어보는 것입니다. 내가 많이 틀리는 문제가 문학인지, 비문학인지 혹은 다른 영역인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많이 고민하시는 국어 내신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어 내신은 과목 특성상 주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강남지역 A 중학교의 경우 약 3년간 시험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가 중복 답안의 가능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으나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경우가 없었습니다. 즉, 내신은 학교 수업 즉 출제자의 해설 강의를 성실히 듣고, 필요한 경우 다른 선생님이 수업하는 반의 필기 혹은 해설도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튜브나 SNS 등에서 어법에 맞지 않은 언어나 신조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전반적인 국어 학습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보다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문해력이 가장 떨어지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모든 시험은 읽고 쓰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입시가 바뀌어서 서술형 수능이 등장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발목 잡히지 않는 국어 학습전략은 한가지입니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쉬지 않고, 줄곧 힘쓴다는 뜻이죠. 지치지 않고 한 걸음씩 뚜벅뚜벅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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