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난 4월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 박사진과 함께 전국 취약 계층 학생 877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취약 계층 아동의 41.1%는 온라인 수업·학습을 위한 개인용 디지털 기기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31.8%는 형제, 자매 등 가족 구성원과 디지털 기기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기기가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9.2%나 됐다.
취약 계층 아동들은 가정 내 학습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아동의 대부분(88.7%)은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공간이 '집(거주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학습을 위한 개인 공간, 책상·의자가 없다'는 응답이 26.3%를 차지했다.
온라인 수업 전환 이후 혼자 학습하는 비중도 늘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지난 학기에 '온라인 학습에 도움을 준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은 '혼자 해결'(16.3%)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7.9%)고 밝혔다.
이와 같은 열악한 학습 환경은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응답 아동 5명 중 1명은 2019년보다 2020년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성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시행'(55.8%)을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학습 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8세에서 19세 사이의 전국 기아대책 결연 아동 및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를 주도한 권순범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 박사는 "이번 조사는 취약계층 아동이 직접 설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아동의 실제 상태와 인식 변화를 더욱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은 "아동·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학습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전문기관 및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효과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