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월)

[인터뷰] 오유경 만나 성장한 이주명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어요.”(‘모래에도 꽃이 핀다’)

승인 2024-02-01 07:00:00

[인터뷰] 오유경 만나 성장한 이주명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어요.”(‘모래에도 꽃이 핀다’)
[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배우 이주명이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이주명은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종영한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여주인공 오유경으로 열연한 이주명은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막상 종영이라니 아쉬워요. 의도했던 따뜻함과 진심어린 순수함이 잘 전해진 듯해서 기뻐요. 작품 자체가 러블리했던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잘 봐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재밌는 것들, 더 많은 면모들을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드릴게요. 기대해 주세요.”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가상의 지역 거산군을 배경으로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 분)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 분)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제목만 봤을 때는 감성드라마로 느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까 휘몰아치는 케미와 재미들이 가득한 작품이라 꼭 하고 싶었어요. 종잡을 수 없는 관계성과 사투리 연기, 그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죠. 씨름을 전혀 몰랐어요. 촬영에 본격 들어가기 전에 샅바 매고 잡는 것부터 좀 배웠는데, 실제 직관하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 누가 질 줄도, 넘어질 줄도 아는 상태임에도 아슬 하고 쫄깃한 긴장감이 있더라고요. 전문지식도 있겠지만 관심만 있으면 빠지기 쉽겠더라고요.”
극 중 이주명은 오유경으로 분했다. 유명 씨름 선수의 딸인 유경은 어린 시절 ‘오두식’이라는 이름이었고 남자아이들과 맞붙어도 지지 않으며 골목대장 노릇을 했는데, 어느 날 모종의 사건 때문에 쫓기듯 거산을 떠난다.

“초반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감싸진, 두식이 아닌 느낌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긋나긋함을 더했죠. 점점 뒤로 가면서 동료 현욱(윤종석 분)이나 백두 등 여러 케미와 함께 점점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인터뷰] 오유경 만나 성장한 이주명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어요.”(‘모래에도 꽃이 핀다’)

유경은 오랜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이사를 오는데, 이름을 바꾼 데다 도회적인 외모, 서울 말씨 때문에 누구도 그가 두식인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를 한 번에 알아본 사람은 그의 단짝이었던 백두뿐이다.

“공무원 느낌의 내추럴함과 함께, 걸음걸이나 제스처 면에서 투박하게 접근하고자 했어요. 표준어와 사투리를 오가는 전개와 인물본연의 털털함을 잘 보여주고자 했죠.”

이주명은 완벽한 부산사투리 표현과 함께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반전 한 방이 있는 초반부터, 자신의 명랑 쾌활 면모를 드러내는 후반까지 유쾌하게 호흡을 끌고 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제 장면을 직접 잘 못 보는 편이에요. 어떨 때는 힘을 얻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클 때도 있어요. 이번 현장에서는 좋은 케미와 함께, 자유로운 연기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사투리를 발판으로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더하는 등 대본에서 의도를 찾고 연기하는 기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어요. 그와 함께 인간적으로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부산 출신인 저에게 주로 석희(이주승 분), 진수(이재준 분) 등이 사투리를 많이 배웠는데, 석희가 좀 더 빠르게 성장하더라고요.(웃음) 그와 함께 중간 중간 배우들이 사투리를 점검하려고 제게 묻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구사투리에 익숙한 (장)동윤 배우와 함께 적절한 표현들을 맞춰나갔어요.”

또한 과거 자신이 떠나야했던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서의 묘한 분위기와 함께, 백두(장동윤 분)를 비롯한 인물들과의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청춘 케미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모습들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또 한 번의 청춘물 주연으로서의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때 마지막 교복청춘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청춘의 결을 맡아 행복했어요. 물론 연이은 주연부담에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이번 작품은 유쾌한 호흡과 함께 그러한 부담을 타파할 수 있었어요. 내가 느끼는 그대로, 지금의 생각과 본능에 충실한 것이 청춘물 연기의 핵심이 아닐까 해요. 학창시절의 본능을 보였던 지난 작품과 함께, 거산군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 또한 그 나이대에 맞는 본능적인 청춘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인터뷰] 오유경 만나 성장한 이주명 “제 나름의 해석을 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목표점을 찾게 됐어요.”(‘모래에도 꽃이 핀다’)

이주명은 두식과 유경 두 인물을 연기했다. 유경은 거산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군청 씨름팀 팀장으로 위장한 채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다. 유경은 도회적이며 표준어를 쓰지만, 백두와 있을 때만은 두식으로 돌아가 친구와 티격태격하고 진한 경남 사투리를 쓴다.

“저도 자아가 둘이예요.(웃음) 20세까지 사투리를 쓰던 부산소녀, 20대부터 지금까지 사회생활 중인 이주명, 학창시절 이주명은 두식과 좀 비슷하고, 최근 이주명은 두식과 유경과는 또 다른, 어른스러움을 생각하는 고민 많은 청춘이 아닐까 해요.”

이주명은 상황에 따라 억양과 표정을 자유롭게 강약 조절하며 주옥같은 대사들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 거칠고 쿨 하지만 따스한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우렁찬 목소리로 호통 치기는 기본, 화가 나면 이마를 내려치는 살벌함은 덤이지만 상대를 위로하고 격려할 줄 아는 오유경, '유경 홀릭'에 빠져들 만하다.

“제가 꼽는 가장 재밌는 신은 두식과 백두가 같은 집에서 나오는 걸 석희가 보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에서 머리에 까치집을 지었거나 화장실 이야기 등 흐름상 대사들이 거의 애드리브였어요.(웃음) 그 밖에도 여러 장면들이 많아요. 좋은 대본과 감독님을 믿고 저희들의 케미만 잘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만큼 재밌게 다 잘 나온 것 같아요. 동윤 배우는 백두처럼 실제로도 순수해요. 장난치면 타격감이 좋아요.(웃음) 제가 평소 웃음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극에 몰입해서인지 벌크업한 동윤 배우가 걷는 것만 봐도 웃기더라고요. 또한 여느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웃참챌(웃음참기 챌린지)이 펼쳐졌어요. 이런 재밌는 현장에 감사했어요.”

이주명은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2017년 웹드라마 ‘샤워하는 남자’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드라마 ‘국민 여러분!’(2019), ‘카이로스’(2020) 등을 거쳐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연기는 내 해소욕구를 풀어주는 탈출구이자, 사방이 막힌 벽처럼 그 사이에서 매순간 해법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를 토대로 ‘어디에 실존할만한 캐릭터’로서의 연기를 늘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른 작품이나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실존인물처럼 캐릭터로서 힘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주명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24년 연기 변신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팬들이 그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있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이주명을 바라보며 또 다른 이주명을 기대하고 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봐왔던 제가 최근 애니메이션에 좀 빠졌어요.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좀 끌리더라고요.(웃음) 작품적으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한 가지 정서를 깊게 다루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사진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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