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화)

[인터뷰]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이기에 가능했던 차진우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승인 2024-01-22 07:00:00

[인터뷰]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이기에 가능했던 차진우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미소가 매력적인 배우 정우성은 최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 남자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농익은 모습을 선보이며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사랑한다고 말해줘’ 속 차진우의 성장은 곧 배우 정우성의 성장이었다. 그리고 성장의 시점에서 정우성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정우성은 지난 1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방 웃는 얼굴이었다. 정우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주연으로서 역할이나 책임감이 무거웠던 작품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일본 TBS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물이다. 정우성이 13년 전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했으며,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이후 11년 만의 멜로 복귀작이다.

“제가 안하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기에,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둘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하지만 판권을 갖고 올 때도 ‘정우성이기에 드립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점점 연령대가 높아지기에 ‘늦기 전에 해야 겠다’라고 다짐했어요.”

극 중 정우성은 화가 차진우로 분했다. 스타일링부터 표정까지 자연스러운 성숙감과 함께 다채로운 눈빛으로 표출되는 묵직한 멜로감성은 새로운 그의 멜로를 기대한 시청자들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설정된 차진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일의 누적피로와 전작들의 강렬한 톤에서 비롯된 피로감이 비주얼로 드러나서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빠르게 금주부터 하나하나 케어 해 나가고자 했어요.”

[인터뷰]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이기에 가능했던 차진우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차진우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자랐고, 7살 때 며칠 열병을 앓은 후 청각장애를 갖게 된다. 미술 수업은 유일하게 통역이 필요 없는 시간이기에 그림을 친구이자 삶 자체로 여기며 살아왔다. 정우성이 진우를 연기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

“소리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청인이기에, 그에 반응하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수어연기에 있어서도, 빠른 속도감과 표정이 중요한 언어지만 캐릭터 설정상의 절제감으로 조금 신중하게 접근했어요. 물론 학생들과의 수업에 있어서는 정서적 표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더 표정을 많이 사용했어요.”

차진우는 제주도에서 우연히 정모은(신현빈 분)을 마주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정모은과 짧지만 강렬한 만남과 우연을 반복하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온 차진우에게 정모은은 낯선 떨림이었지만, 상처를 주기 싫어 거리두기를 했으나 각자의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작품의 핵심은 정모은과 차진우의 사랑이긴 하지만, 이성관계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서를 보여주는 거예요. 다만 자신을 위한 방어기제의 성격은 아니에요. 현실을 인정하는 성격의 것이죠. 차진우의 특성이 생각지도 못하게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그것이 모은에게 답답하게 비쳐지면서 그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어요.”

그런데 아트센터 관장이자 차진우의 옛 연인인 송서경(김지현 분)이 등장하면서 세 사람 사이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미대 화제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면서 송서경이 차진우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지고, 정모은과의 관계를 놓지 않으려는 차진우와 지쳐가기 시작한 정모은. 두 사람은 소통의 시차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결말이 마음에 들어요. 진우의 마음 속 소리로 끝나야 한다고 봤고, 그 소리를 시청자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오픈톡 상에서 새드앤딩 불안감이나 해피엔딩 희망들이 겹쳐져 나타나는 모습이 재밌더라고요.”

11년 만에 화면을 가득 채운 정우성의 눈빛 연기는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깊고 풍부한 표정과 눈빛으로 차진우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했다.

“원작의 시대성에 따른 연령대와 함께,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차진우라는 성격이 반영돼 있어요. 소리가 배제된 차진우 캐릭터지만, 그 반대로 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연필 필담이 주는 사각거리는 소리 또한 필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챗GPT도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새로운 것이라고 다 수용하지 않는 편이기도 해요.”

[인터뷰]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이기에 가능했던 차진우 “장르 자체가 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어요”

고요함 속에서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정우성과 신현빈의 따스한 케미는 고전 명작에서나 나올 법하다. 두 사람의 비주얼에 김윤진 감독이 구현한 서정적인 영상미가 얹어져 매 장면이 수채화 같은 그림이 완성됐다.

“신현빈 배우가 아니었으면 드라마가 완성됐을까 싶을 만큼 큰 신뢰를 갖게 했어요. 드라마 주제나 장면의 이해도가 높았어요. 강아지상 얼굴에 진지하면서도 담백하고, 자기를 찾아나가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신현빈 만세.”

소리 없는 사람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깊고 진하게 스미는 클래식 멜로의 힘을 보여준다. 각자의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서서히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시련 속에서 꽃피운 사랑이라서 더 고귀하고 아름답다.

“에피소드나 상황이 더 많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아이디어회의 때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 관계와 갈등, 인정과 이해 등에 그렇게 많은 사건들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또한 빠른 답과 해결을 원하는 시대라지만, 그 반대급부에 대한 그리움 또한 분명하죠. 이러한 요소들을 동료배우와 연출자, 스태프들과의 동의를 거쳐 수립했어요. 그만큼 정서적으로 많은 공을 들였고, 각각의 관계에 있어서의 무게나 사유의 깊이가 더 현실적으로 강조된 작품으로 완성됐어요. 그만큼 더 무겁고 집중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상대역 정모은과의 감성설렘은 물론, 오랜 친구 기현(허준석 분), 옛 연인 송서경 등 지인들과의 오래된 매듭을 푸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감성표현들은 멜로라인과 함께 또 다른 작품의 핵심이라 할 소통의 의미를 새롭게 띄우며 주목받았다.

“기현은 어렸을 적부터 공유하는 추억이나 경험들이 많은 친구 설정으로, 좀 더 친근감 있게 접근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도 좀 더 자연스럽게 장난도 더 많이 하고 자유로웠어요.”

정우성에게 2023년은 영화 ‘서울의 봄’으로 새내기 1천만 배우가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시도들을 거듭한 한 해였다.

“도전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제 성향에 따른 행동들의 결과에 도전이라는 인정이 따랐던 것 같아요. 일희일비함 없이 내 스스로의 경쟁에서 끝까지 잘 버틴 덕분이라 생각해요. 시대가 선택해준 ‘서울의 봄’에는 감사함이 있지만,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오랫동안 노력해온 것을 인정받는 데 따른 감사함과 뿌듯함이 있어요. 저에게 느껴지는 재미가 시작을 주도하는 성향이기에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2024년은 아직 아무 계획도 없어요. 지난해 10월말쯤 마지막 촬영 이후 ‘서울의 봄’ 개봉, ‘사랑한다고 말해줘’ 첫 방송 등 정신없이 이어졌죠. 한숨 돌리면서 일단 쌓인 피로감을 털고 차분하게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사진 제공 =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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