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화)
[글로벌에픽=차진희 기자]
영재학교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이 다가오고 있다. 자연스레 같은 학생들이 중복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고 입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전형 시기가 다르다. 영재학교가 6~8월 사이에 입시를 치르면 과학고는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식이다.

지난 11일 전국 20개 과학고 중 경남 과학고등학교가 가장 먼저 2022학년 모집 요강을 공개했다. 정부 영재학교·과학고 개선안에 따라 학생 선발은 면접으로 진행되며 의·약학 계열 진학 시 학교 차원의 불이익이 명시됐다.

과학고 진학을 위해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 및 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은영 교육전문가
김은영 교육전문가

Q. 과학고 진학이라는 꿈을 안고 영재교육원에서 입시 준비를 하는 초등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이 과정이 꼭 필요한가요?


보통 이과 최상위권의 진학 루트는 영재원, 과학고·영재학교로 이어집니다. 입시가 코 앞인 중학교 2·3학년 학생들 못지않게 영재원에서 과학고 진학을 꿈꾸는 초등학생들의 학업 열기가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죠.

영재교육원은 영재 교육을 목적으로 교육청, 대학 등에 부설로 설치·운영된 기관입니다. 수학, 과학, 융합, 발명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보통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4~5학년 학생들이 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과학, 정보 과목이나 수·과학 융합 형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학 부설 기관을 더 선호합니다. 학교 교수진이나 해당 영역 전문 교수가 직접 강의하며 실험·실습 기자재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직접 GED(Gifted Education Database)에서 영재교육원 입학을 신청하면 담임 교사가 관찰 추천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합니다. 이후 자필평가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가 선발됩니다. 이때 선발 시험에는 수학·과학 창의 사고 유형 문제가 주로 출제됩니다. 일반 교과 유형과는 달리 다양한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과학의 경우 교과개념을 실생활에 접목하거나 실험을 통한 보고서 작성 등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수학·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특이한 점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영재교육원에 합격해도 초등학교 6학년 이후에는 더이상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영재학교, 과학고로 진로를 확정하면 수학·과학 경시, 선행 학습에 더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재교육원 수료 경험이 영재학교, 과학고 진학에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에게는 필수적인 수학·과학에 대한 경험, 실험을 통한 흥미 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재학교·과학고 현황 / 사진제공=교육부
영재학교·과학고 현황 / 사진제공=교육부

Q. 대부분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동일한 집단의 학생들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두 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영재학교명에도 '과학고'라고 돼 있는 경우가 많아 두 학교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학교는 분명히 다릅니다. '서울과학고등학교'와 '경기과학고등학교'는 영재학교, '한성과학고등학교'는 과학고로 다른 입시 체계를 갖죠. 영재교육 진흥법에 근거하는 영재학교는 전국에 8개, 초·중등교육법에 속하는 과학고는 전국에 20개 학교가 존재합니다.

두 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모집단위입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영재학교는 거주지와 무관하게 8개 학교 중 선택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과학고는 광역 단위로만 모집하기 때문에 소재지 시도 지원만 가능합니다. 즉 서울지역 학생의 경우 경기 과학고등학교(영재학교)에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과학고에 지원할 경우 서울지역의 한성과고와 세종과고만 가능합니다.

입학 자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영재학교는 중학교 재학생도 선발합니다. 대다수의 학생은 이점을 활용해 중학교 2학년에는 모의 도전, 3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지원합니다. 과학고는 중학교 졸업생만 선발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하죠.

영재학교는 보통 3단계 과정의 전형 흐름을 갖습니다. 자소서·추천서·학생부 등 1차 서류, 2차 지필 평가, 마지막 캠프를 통한다면 평가입니다. 그동안 영재학교 당락의 열쇠는 2단계 지필 평가였습니다. 높은 난이도 탓에 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KMO, 물리 경시, 화학 경시 등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지필 평가의 영향력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있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고 입학전형은 외고,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학생부·자소서·추천서 등 서류 평가로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역량과 인성을 검증합니다. 이후 성취평가제로 산출된 수학·과학 내신 성적을 반영합니다. 이때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수상실적,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 등은 모두 제외됩니다. 2단계는 수학·과학에 대한 창의성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면접이 진행됩니다.

과학고의 경우 영재학교와는 다르게 지필 평가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서류와 면접이 더 중요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영재학교는 지필 평가를 통해 영재성을 증명해야 하고, 과학고의 경우 학생부와 자소서를 통해 수학·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 노력을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Q. 2022학년도 과학고 입시는 9월부터 시작됩니다.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님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강남 최상위권 초·중학생 진로·진학 비법⑤ : 2022학년도 과학고 합격전략

이과 최상위권 학생의 고등학교 입시는 대부분 5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영재학교 입시(1단계), 과학고 입시(2단계), 자사고 입시(3단계), 과학 중점학교(4단계), 일반고(5단계) 순입니다. '학교 서열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에 교육부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성향에 따라 두 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해 지원하는 시기가 오고 있음을 뜻합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이과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과학 중심 심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이 점 때문에 두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중복되죠.

그러나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교육과정이나 입학전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개선안이 구체화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영재학교는 융합적 사고력과 창의성, 협업능력을 갖춘 고도의 영재 선발하고자 합니다. 영재성을 판단하기 위한 장치로, 상당한 수준의 지필평가와 조별 프로젝트, 과학적 글쓰기가 포함됩니다.

과학고는 지역 내 우수한 과학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1년 서울지역 과학고의 면접 준비 시간은 20분, 실제 면접을 진행한 시간은 7분이었습니다. 수학 1문항, 과학 2문항, 인성 1문항으로 면접 준비시간 동안 풀이 과정을 작성하고, 면접관 앞에서 구술로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과학고 면접 문항의 유형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영역의 교과 심화가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차이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방향에 맞지 않고 필요치 않은 학습으로 고통받는 학생과 학부모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입시는 유사한 듯하지만, 분명 다른 맥락으로 진행됩니다. 올해부터 모든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기출문제가 공개된다고 합니다. 정확한 정보와 분석으로, 수·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과학고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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