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목)

[김은영 교육전문가의 강남·서초 최상위권 초·중학생의 대학 진학 비법] 전국단위 자사고

승인 2021-03-12 15:43:3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 위법 판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 위법 판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글로벌에픽=차진희 기자 ]
지난 2월 18일, 법원은 배재고·세화고 등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위법이라고 학교 측의 손을 들었다. 곧바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법원의 판결이 2025년 일괄전환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과 교육당국 간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학생이나 학부모가 느끼는 혼란은 더욱 큰 듯하다. 향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 및 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은영 교육전문가
김은영 교육전문가

Q. 자율형 사립고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고,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나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수용하겠다는 목적으로 2010년 도입한 학교 유형입니다. 재정 자립도를 높여 독립된 재정으로 운영하는 대신 학생 선발권과 교과편성의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이미 자립형 사립고로 운영하고 있던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상산고 등을 포함하여 전국에 36개 학교가 있고, 이중 전국단위 선발을 하는 학교는 외대부고, 하나고, 민사고, 인천 하늘고를 비롯해 10개 학교가 있습니다.

자사고 입시는 2018년까지 영재고, 과고와 함께 8~12월에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이후 일반고를 황폐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9학년도부터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에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일반고를 선택해 지원한 학생은 배정 1~2단계에서 원하는 학교를 두 곳씩 선택해 최대 4개의 학교를 선택·지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고·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학생은 1단계 학교 선택 없이 2단계 2개의 학교만 선택 지원이 가능합니다.

Q. 자사고의 입시 실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선점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주요 자사고에서 우수한 입시 실적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해당 자사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분명히 너무나 바쁘고, 우수한 아이들이 포진하고 있음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학교생활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들이 학교생활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로 자사고에서 제공하고 있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사고는 학생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사고는 학생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첫째,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입니다. 외대부고에 다니는 현욱이는 수학 선행학습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입학했습니다. 현욱이 엄마가 대치동의 유명한 수학학원을 찾아 방학 중 특강을 등록했으나, 아이가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글을 올려 필요한 학생들을 모집했고, 학교에서는 해당 수업을 개설해주어 엄마가 결국 환불을 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외대부고의 ET(Elective Track, 방과 후 수업)는 최소의 인원만 구성되면 학생이 원하는 모든 과정을, 최고의 선생님들로 개설해 줍니다. 재학생들이 외부의 사교육보다 학교 수업을 더 신뢰한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최근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인천 하늘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모든 강좌를 개설한다’ 고 말합니다. 실제로 수능대비, 교과심화, 과제연구, 인문학 제2외국어 논술 토론 등 총 260여개의 방과후 수업이 진행중이고, 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둘째, 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무장하고 있었습니다.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에 치여 빡빡한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지·덕·체의 조화롭고 균형 있는 발달이 건강한 미래인재를 만든다고 여기고, 실제로 예술 체육 활동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갖춘다”고 말하는 하나고등학교는 입학시험에 체력검사를 시행합니다. 또한 하나고를 대표하는 1인2기(1체육, 1예술) 활동을 매주 월,화,목,금 4번, 하루 90분씩 합니다.

재학생들이 스스로를 ‘민체고’라고 바꿔 부르기도 할 만큼 체육 활동을 중히 여기는 것은 민사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태권도와 검도를 한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매주 수요일을 스포츠의 날로 지정해 사제가 함께 운동을 즐긴다던가 매해 도민체전에 횡성 대표로 출전하기도 합니다.

셋째,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 지도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인천 하늘고는 수시모집에 지원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2학년 2학기 겨울 방학부터 정시반을 운영합니다. 학업 성취도 변화 추이를 분석할 뿐 아니라, 그 자료를 바탕으로 3학년 교사진의 회의를 통해 최적화 된 진학 계획을 세웁니다. 수시로 지원 가능 한 아이는내신 및 비교과로, 그렇지 못한 아이는 정시로 방향 전환하여 학교에서 지도한다는 것입니다.

수시와 정시 모두를 아우르는 시스템으로 학생 · 학부모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있는 외대부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학년 교과과정 구성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수시 중심/정시 중심 외에 논술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으로 세밀하게 구성해 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Q. 2025년 외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8일 세화·배재고 학교 법인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배재고 전광판 /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8일 세화·배재고 학교 법인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배재고 전광판 / 사진제공=연합뉴스

2019년 전국 10개 자사고가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못미쳤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으로부터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해당 자사고들은 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는 부산 해운대고, 서울 배재고, 세화고 등이 소송에서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을 강행한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는 헌법 재판소의 위헌심판으로 결정되게 됐습니다.

대선 이후 교육 당국에서 이 정책을 이어갈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서도 존치가 결정되게 되겠죠. 문제는 어느쪽으로 결정돼도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은 적성,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제도의 특성상 선택 과목이 다양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현재의 상대평가제 내신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결국 내신은 현재의 9등급에 대신 A~E등급으로 표기하는 절대평가로 전환됩니다. 이때 자사고와 일반고가 지금처럼 분리돼 있으면 대학이 두 학교 학생에게 동일한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반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의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 침해 뿐 아니라, 학교별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투자된 수백억의 예산이 공중분해 돼버립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국단위 자사고가 지역 학생 유치만으로는 존립이 어려운 지방에 위치하다보니, 일반고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우수한 프로그램과 교사진이 있는 명문 고등학교들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손실일 수 있죠.

Q.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서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올해 치뤄지는 2022학년 대입에서 선택형 수능 그리고 정시 30% 확대 방향이 결정된 것이 2018년 8월의 일입니다. 원래는 2017년에 최종안이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언론과 학생·학부모들의 거센 논쟁이 계속되자 1년간 유예 후 발표되죠.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입시제도는 항상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고 찬성하는 교육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은 또 변화할 수 있고 그러한 상황 속에 고등학교 선택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갈팡질팡하기보다는 현 체제하 자사고가 유지될 경우의 플랜 A 와 일반고 전환 시 선택해야 할 플랜 B를 가지고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오늘 말씀드린 자사고 프로그램들은 어느 사교육 기관에서도 따라가기 어려운 체계성과 다양한 학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평가는 뒤로하고, 바뀌는 제도하에서 학생에게 유리한 선택이 무엇일지 고입과 대입을 연계하는 객관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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