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목)
[글로벌에픽=차진희 기자]
외고·국제고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학교가 또 있을까. 한때는 수 많은 해외 명문대 진학생을 탄생 시켜 국내 우수 교육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이내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학생 선발 방식을 내신, 면접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최근에는 전기 입시로 우수 인재를 독점한다는 비난을 받아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 선발로 전환되기도 했다.

외고와 국제고의 우수 인재는 어떻게 탄생할까? 이미 완성된 우수 인재를 잘 선발한 것일까. 아니면 자체 교육 프로그램으로 우수 인재를 길러낸 것일까.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은영 교육전문가의 강남·서초 최상위권 초·중학생 대학진학 비법 ] 외고·국제고

Q. 외고와 국제고는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것 같습니다. 두 학교는 어떤 차이가 있죠?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나요?


외고·국제고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목고에 속합니다. 하지만 두 학교는 설립목적과 교과 과정상의 차이가 큽니다. 외고는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당연히 전공언어와 영어 수업 비중이 높죠. 때문에 입학전형부터 희망하는 전공어별로 선발합니다.

국제고는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종사자 등 국제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 관련 사회과 수업의 비중이 높죠. 학생 선발 과정도 학과 구분 없이 공통으로 진행됩니다. 국제고는 공립인 경우가 많아 사립인 외고에 비해 학비 부담이 적은 대신 소수만 선발해 입시 경쟁률이 높습니다.

2010년 이전에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지필고사와 영어 구술면접이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 모두 폐지됐습니다. 현재는 별도의 지필 평가 없이 내신, 출결, 면접을 통한 자기주도 학습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1단계에서는 중2·3학년 영어 내신과 출결(감점)로 1.5배수 내외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후 1단계 성적과 서류를 기반으로 한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생이 결정됩니다. 영어 내신 성적은 성취도만 반영되기 때문에 4학기 성취도 'A'만 확보했다면 감점 없이 2단계 면접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30% 이상이 90점 이상 확보하기 때문에 내신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면접도 학생부, 자기소개서에 기반해 학생의 학업 의지를 확인하거나 학교생활에 적합한 인성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진행됩니다.

Q. 2021학년도 외고·국제고의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경쟁률 감소의 이유는 무엇으로 보십니까?

고등학교 입학자 수 추이(2016~2020) / 자료제공=통계청
고등학교 입학자 수 추이(2016~2020) / 자료제공=통계청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2020년 고등학교 진학 인구는 약 47만 명이었습니다. 반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2005년생은 43만 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원인은 인문계 기피 현상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요즘 초등학생 학부모를 상담하게 되면 거의 대다수가 자연계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이 돼도 극상위권 인문계 희망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자연계를 희망합니다. 취업난, 적은 학생 수로 인한 내신등급 확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조차 외고·국제고보다는 문·이과 구분 없이 선발하는 외대부고나 하나고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보니, 외고·국제고의 경우 지원 가능한 대상 학생 그룹이 적은 것이지요. 더불어 올해 입시의 경우 2025년 일반고 전환 계획에 따른 부담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틈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영리한 학생들도 보입니다. 예전과 같은 지원율이었다면 망설였을 인문계 중상위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외고·국제고도 학교 선호도에 대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원외고나 명덕외고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원외고의 경우 부동의 팬심을 갖고 있는 그룹이 있고, 명덕외고도 최근 몇 년간 대입 성적이 좋아지면서 선호하는 학생, 학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외고 지원을 희망한다면 전체 평균 경쟁률 외 학과별 경쟁률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입시 전형이 전공어별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사회통합 전형은 미달인 경우가 많아 일반전형 중심으로 경쟁률을 확인하는 것이 실질 경쟁률 파악에 도움이 됩니다.

Q. 최근 발표된 2021년 서울대 학교별 등록자 수에 따르면 두 학교의 입시 실적이 월등히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원외고는 학년별 인원이 대략 200명 정도입니다. 그중 2021년 서울대 수시 합격자는 32명입니다. 정시로 합격한 학생 중 재수생 비율 절반으로만 가정했을 때, 전체 학생 중 20% 내외의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덕외고도 총원 약 200명 중 서울대 수시 실적만으로 25명을 기록했으니, 10% 이상의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셈입니다. 한영·대일외고나 서울국제고도 수시 실적이 상당합니다.

주요 외고와 국제고가 이와 같은 실적을 만들 수 있던 원동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문교과를 중심으로 한 교과 과정입니다.

전문교과란 일반교과 과목을 이수하고 심화학습을 목표로 개설한 과목입니다. 대일외고 학생의 경우 고교재학 3년간 전공어 44단위와 제1외국어 28단위를 포함해 총 72단위의 전문교과를 이수합니다.

대학은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을 원합니다. 학생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외고·국제고의 교육과정이 결국 입시 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둘째, 다양한 학생의 수요에 맞춘 방과 후 프로그램입니다.

외고·국제고는 교육과정 내 편성이 어려운 과목을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해 교내·외 우수 강사진을 활용한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합니다. 명덕외고의 '문학과 심리학의 만남', '프랑스 시사 독해 토론' 등이 대표적이죠. 이 수업들은 사교육 기관에서 절대 편성할 수 없는 수업입니다.

더불어 전문교과 편성으로 수업 시간 내 충분히 다룰 수 없는 수능 대비 과정 수업을 방과 후에 개설한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시와 정시를 양방향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셋째, 학년별·시점별로 진행되는 체계적인 진로·진학 지도입니다.

주요 외고와 국제고는 '명사 초청 특강'을 운영합니다. 학생의 진학·진로 비전 설정을 돕기 위함이죠. 이와 함께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이 두 프로그램은 재학생들이 바쁜 학교생활을 지치지 않고 버티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Q. 2022학년도 고등학교 선택을 놓고 많은 학생·학부모님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문계 학생의 진로와 진학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물론, 외고·국제고의 내신 경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주요 과목에서 90점 이상을 확보하는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70%인 경우도 있으니, 이른바 내신 전쟁이죠.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내신 상대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수입니다. 자연계 선호현상으로 강남·서초 지역 고등학교 내 인문계 학생의 비율은 평균 30%를 넘지 않습니다. 인문계 학생으로만 150명 이상 구성할 수 있는 학교는 현재 외고와 국제고뿐입니다.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계열별·학제별 취업률 / 자료제공=교육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계열별·학제별 취업률 / 자료제공=교육부

더불어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인문계 학생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의대나 공대 등 자연계 학생의 경우 최소 70% 이상이 본인의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하는 반면 인문계는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쉽지 않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최고의 학교라고 하는 SKY 인문계 학생들의 경우에도 전공이 무엇이든 LEET–법학적성시험-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공인회계사(CPA) 준비를 하는 등 취업을 위한 자격 확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영어와 본인의 전공어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대입의 유불리를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무기를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차원에서도 특정 분야에 우수한 학업 역량을 갖춘 학생을 뽑고 싶지 않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외고·국제고는 인문계 중상위권 학생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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