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토)

대한상의, 302개사 조사…3%대 기준금리 7개월째 지속에 위기 확산
‘비상 긴축경영’ 71%…고금리 기조 전환·세제지원·대출보증 등 절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지 7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물가와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전반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고, ‘적자 전환’이라는 기업이 24.3%였으며, ‘적자 심화’라는 기업도 11.0%였다. 이에 반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는 기업은 33.7%였다.

지난해 9월 대한상의 조사에서 수익 실현을 위해 기업이 감내가능한 기준금리 수준은 2.91%로 조사됐지만, 현재는 3.5%로 0.6%p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고금리 기조에 따라 물가상승세는 진정국면을 보였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2%를 기록해 1년 만에 4% 초반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고 이후 5%대를 기록하다가 4%대로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세로 전환해 3.9%를 나타냈다.

또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우려됐던 환율상승과 외환유출은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장중 1,444원까지 상승해 정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돼 현재 1,3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외환보유고 역시 같은해 10월 4,140억달러까지 감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기준 4,260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지난해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기업은 29.3%였으며, ‘어려움이 없거나 자금사정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2.7%와 1.7%에 불과했다.

고금리 부담에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20.2%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해 비상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71.0%에 달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기업은 29.0%였다.

기업별 긴축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삭감(11.7%) △희망퇴직·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 가동·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의 순이었다.

고금리 상황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의 기업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현장의 체감도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 지원대책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알고 있는데도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가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6.0%였다.

해당 지원대책의 효과가 낮은 이유로는 △지원대상 제한적(35.5%) △지원대책을 모르는 기업이 많음(28.7%) △임시방편에 가까움(28.4%) △시장 수요에 비해 지원 규모 작음(19.9%) 순이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기조의 전환’(58.7%)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 글로벌에픽 기자 neoforum@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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