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수)
수능 '심화 수학'없는 문과 수준으로…"이공계 교육 직격탄"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심화수학' 없는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시험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에 주요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27일 학계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최근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심화수학은 미적분Ⅱ에 나오는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과 기하에 있는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을 포함한다.

이공계 학과의 커리큘럼은 1학년 1학기부터 기초 과목을 듣고 응용, 심화 과목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는 구조를 밟는다.

과기특성화대학 반도체학과의 A교수는 "이공계 특성상 한 학기마다 한 테크를 쌓아나가는 것이 필수"라면서 "미적분과 벡터를 깊이 있게 배우지 않고 들어오면 수업을 아예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교수는 "이미 4년 커리큘럼이 빡빡해 다른 과목을 넣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컴퓨터공학부 B교수는 "이공계 미적분을 모르면 인공지능(AI)의 기본적 원리를 가르치기도 어려우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개념 교육을 (고등학교 때) 해서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교위가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수능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수능 필수 과목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이공계 교수들의 의견이다.

국교위는 "지난 22일 공정하고 단순해야 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2025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교과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자연계열 C교수는 "미국의 경우 SAT는 자격시험 비슷한 것이고 입시에서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수능이 절대적 기준이 된다"며 "시험 과목이 줄었다고 해서 입시 부담이 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변별력을 위해) 지엽적인 것을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계 없는 교육을 더 늘리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며 심화수학이 빠질 경우 학생들이 공부하고 사고하는 범위의 축소를 우려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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