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에 빠져 아이를 학대한 부모,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버릇없는 아이로 남은 이들이 있다. ‘스포일드 어덜트 증후군’이란 버릇없는 아이를 뜻하는 ‘스포일드 차일드(Spoiled Child)’에서 유래한 말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행패를 부리는 버릇없는 어른을 말한다. 이렇게 ‘스포일드 어덜트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 어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어른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요즘 현실은 무조건적인 내 자식 감싸기로 본의 아니게 자식을 ‘스포일드 차일드’로 만들고,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감정 조절 능력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스포일드 어덜트’로 키우는 수많은 부모에게 경종을 울린다. 자녀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바로잡는 ‘힘들고 어려운’ 노력인 ‘훈육’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안전과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 등을 이유로 5~7세 이하 영유아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음식점 또한 찬반이 뜨겁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만 귀하게 여기며 타인에 대한 예의나 공중도덕을 무시하는 부모들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식만 중요한 엄마들에 대한 혐오와 경멸의 표현으로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 충(蟲)’을 붙여 만든 ‘맘충’이라는 비속어까지 등장해 부모들을 조롱한다.
육아 천국 스웨덴, 그들의 육아가 정말 정답일까
스웨덴은 정부의 탄탄한 육아 지원과 가족 중심의 육아법으로 육아 천국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부모 양쪽 모두 아이가 8살이 될 때까지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고, 아이가 1살 때부터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아이를 때리지 못하게 법제화한 곳도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이 이렇게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을 갖춘 이유는 아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부모와 아이의 소통과 정신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열린 의식 때문이다. 이런 스웨덴식 교육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며 ‘스칸디 대디, 스칸디 맘’이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육아에 대해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과 의식을 갖추고 있는 스웨덴에서 스스로 자녀 교육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 바로 스웨덴의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다비드 에버하르드다. 그는 아이들의 지능 지수가 과거보다 더 높은데도 학교 성적이 점점 나빠지는 이유, 스웨덴 아이들이 점점 더 버릇없어지는 이유를 짚어 본다. 과거보다 육아를 도와주는 편리한 용품의 수가 늘어났는데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그 이유를 요즘 부모가 육아에 너무나 많은 제약을 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사회, 아이를 절대 혼자 두지 못하는 과보호 사회가 오히려 자녀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부모 없이 놀 수 있는 아이를 ‘안전’이라는 울타리에 가둬서 키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
아동 중심의 육아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가정에서 아이는 때때로 부모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한다. 소소하게는 저녁 메뉴부터 휴가철 여행지까지 스웨덴의 부모는 작은 결정 하나하나까지 아이와 상의해서 결정한다. 이렇게 아이에게 집중된 스웨덴 가정의 모습은 요즘 우리 가정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다비드 에버하르드는아이에게 지나친 권위를 부여하는 스웨덴식 육아를 경계한다. 부모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아이들은 오히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른 아이’가 된다. 부모가 부모로서 권위를 행사할 때 비로소 가정이 바로 서고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휘둘리는 부모에서 강인한 부모로 거듭나야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건강한 아이를 옥죄는 구속이 된다.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스칸디 부모’와 아이를 엄하게 훈육하는 ‘타이거 부모’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를 중시하는 스칸디 부모만이 정답이 아니며, 적절한 훈육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콘라트 로렌츠의 각인 실험과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고문 실험 등 아동 교육에 큰 영향을 준 주요한 실험을 새롭게 해석한다. 많은 부모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애착 이론은 아이와 엄마가 어떤 애착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과 심리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애착 형성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착으로 인해 아이의 생애 전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부 이론에 근거하여 서양 세계가 지나치게 아동 중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비판과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의 문제는 비단 스웨덴만의 일이 아니다. 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아이를 낳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에 고운 내 아이를 차마 훈육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학교 선생님을 공격하는 부모를 이제는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이의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세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훈육 없이 오냐오냐 키운 아이들은 결국 이기적이거나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아이가 역경을 잘 헤쳐 나가고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부모의 의무이다.
또한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문제 중심 학습 방식을 비판하는 심리학자 마르틴 잉바르, 스웨덴 학교전략가 페르 코른할의 의견을 근거로 스웨덴의 학교 교육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웨덴의 고등학교 성적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OECD 평균을 밑돌았다. 부모와 선생님, 학교가 권위를 잃을 때 아이를 바로잡아 줄 옳은 목소리와 사회의 틀은 흔들리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자신 있게 행동하는 부모로 되돌아가는 법을 제안한다.
1. 절대 아이와 타협하지 마라
2. 더 이상 아이에게 끌려다니지 마라
3.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마라
4. 육아 전문가를 믿지 마라
오늘날 우리 세대의 부모는 이제까지 그 어떤 세대보다도 아이를 걱정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일은 주저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들은 강인하다. 오히려 난무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맹신하지 않고 부모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면 자신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육아는 부모가 스스로를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 HUR BARNEN TOG MAKTEN, 다비드 에버하르드
차석훈 기자 news@kids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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