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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Why] 26조 체코원전… 한수원은 왜 대우건설과 결별했나

계약 구조 놓고 합의점 못 찾아… 산업부는 “중재 권한 없다” 뒷짐

안재후 CP

2026-11-03 10:25:54

[Epic Why] 26조 체코원전… 한수원은 왜 대우건설과 결별했나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에 참여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결별을 선언했나.

15개월 동안 91차례 마주 앉았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공사비 액수보다 계약 구조에 있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짓는 APR1000의 설계가 바뀌어 공사 물량이 늘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이슈로 떠 올랐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처에 총액을 확정해 약속한 만큼 시공사도 같은 조건을 받아야 한다고 봤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가 그 위험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맞섰다.

91차례 협상 끝에 나온 종료 선언
한수원은 10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양측의 이견"을 이유로 협상 종료를 알렸다. 실무협상 78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 최고경영자 협의 2차례를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 맺은 공동협력협약을 끝내는 절차에 들어갔고, 신규 시공사 입찰 준비도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30일 협상 종료 공문을 받았다.

두코바니 사업은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에 1000㎿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4220억코루나(약 26조원)다. 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는 2024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25년 6월 체코 발주처와 본계약을 맺었다. 설계와 주기기 계약은 마무리됐지만 시공계약은 끝내 확정되지 않았다.

한수원이 총액확정을 고집한 이유
한수원이 발주처와 맺은 본계약은 총액확정 방식이다. 시공 부문만 실제 물량대로 정산하면 늘어나는 비용을 한수원이 떠안는 구조가 된다. 한수원은 이 점을 협상 종료의 핵심 이유로 들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이 2022년 3월 총액확정 방식을 제안해 양측이 합의했는데, 2024년 4월 최종 입찰 단계에서 설계 완료 후 정산 방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과 국내 원전도 총액확정 계약으로 지었다고 설명한다.

한수원은 절충안도 냈다. 10월 7일 체코 입찰 당시 공사비보다 약 10% 높인 증액안을 제시했고, 토목 분야 대부분은 실적대로 정산하되 예상 증가 물량은 계약금액에 미리 반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우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한수원은 양측의 공사비 격차가 1조원이 넘는 규모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1조원 증액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Epic Why] 26조 체코원전… 한수원은 왜 대우건설과 결별했나

대우건설이 물러서지 못한 이유
대우건설은 APR1000이 유럽 신시장에 처음 건설되는 노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본설계 단계에서는 철근·콘크리트 물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고,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가 그 증가분을 비용 조정 없이 감당하는 구조는 "민간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논리다.
대우건설은 협상 막판 양보도 했다고 주장한다. 29일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물량 증가도 일부 수용한 수정안을 내며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수정안을 낸 지 30여 분 만에 언론 보도로 결렬 소식을 접했다는 설명이다. 한수원이 10월 7일 내놓은 변경 계약안은 검토 시간이 3주뿐이었고, 협상을 12월 31일까지 연장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대우건설은 말한다.

건설업계도 대우건설 쪽 논리에 일부 공감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이 빠듯한 예산 탓에 총액확정으로 진행됐지만 체코 사업은 규모가 크고 설계 불확실성도 커 같은 모델을 적용하면 시공사에 과도한 위험이 쏠린다고 말했다.

중재 요청과 산업부의 선긋기
대우건설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통상부에 재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한수원이 2025년 7월 사전작업착수지시서를 내린 뒤 수십 명의 인력과 수백억원을 정산 없이 투입했다며, 일방적으로 협약을 해지하면 법적 분쟁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같은 날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 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차관이 매주 사업 현안을 점검하는 비상관리체제는 가동한다. 김 장관은 앞서 한수원이 신규 시공사 선정을 선택한 판단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컨소시엄 내부 입장도 엇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의 반박 자료가 자사와 협의 없이 나왔다고 선을 그었다.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공급계약은 이번 협상 결렬과 별개로 정상 진행 중이며, 재입찰에도 참여할 뜻이 있다는 입장이다.


신규 시공사 선정, 관건은 위험 분담 방식
한수원은 2027년 1월 사전설명회, 4월 입찰 공고를 거쳐 7월까지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도 자격 요건을 갖추면 다시 입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2018년 팀코리아 초기 입찰에서 경쟁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후보로 거론된다.

변수는 입찰 조건이다. 하나증권은 신규 시공사가 입찰 제안서로 새 계약을 맺기 때문에 기존 협상의 위험을 이어받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대체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설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우건설은 비용이 오른 만큼 새 입찰가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시공사 교체가 일정을 1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수원은 2029년 착공 일정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렬은 공사비 증가를 둘러싼 협상 실패이면서, 첫 건설 노형의 불확실성을 계약서에서 누가 책임질지 정하지 못한 문제다. 신규 입찰이 단순한 업체 교체에 그칠지, 물량 변동과 설계 변경 위험을 나누는 새 계약 모델을 만들지에 따라 체코 사업의 일정뿐 아니라 이후 한국 원전 수출 계약의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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