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가 또래압박이나 왕따, 부모의 불화와 이혼, 사기, 질병과 죽음, 가난, 범죄, 테러, 전쟁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부모는 아이를 모든 상실, 좌절,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물론 아이가 역경에 처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절대 다치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역경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아이가 어려운 도전 과제들에 잘 대처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만약 아이가 세상을 온전하게 경험하길 바란다면, 부모의 목표는 ‘피하기’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가 되어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주로 긍정 심리학에서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과 정신 건강을 연구할 때 등장하는 개념으로, 심각한 삶의 도전에 직면하고서도 다시 일어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욱 풍부해지는 인간의 능력을 뜻한다(심리학용어사전)”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최근에 긍정 심리학 분야에서 떠오르는 블루칩이다. 미국 아마존에서 ‘Resilience’를 검색하면 1,400권이 넘게 뜰 정도로 대중적인 개념이다. 2001년의 9.11 사태, 2008년의 모기지론 사태를 겪으면서 점점 불안해지는 미국의 위상과 미국인들의 심리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불안과 위기가 만연한 한국에서 ‘회복탄력성’에 대한 호응도는 더욱 빠르고 민감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회복탄력성’은 심리학계를 넘어, 이제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교육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회복탄력성 신장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교사 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 등 교육 소외 계층의 학생들은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필요한 정신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단지 소외 계층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능력을 일컫는 개념이 아니라, 과중한 학업 부담, 극심한 경쟁, 학교폭력 등 다양한 스트레스와 학교 안팎의 위험, 위기에 노출된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제 “국어, 영어, 수학보다 회복탄력성부터 가르쳐야 한다”며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회복탄력성 연구는 똑같이 힘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성공과 행복을 이루는 이유를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연구는 아이들의 삶 속에 있는 어떤 보호적 힘이 시련으로부터 완충제 역할을 하는지에 주목한다. 회복탄력성을 연구하는 분야와 사람들은 매우 다양하다.
케네스 R. 긴스버그 박사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을 거쳐 나온 최신 이론들을 부모, 전문가, 공동체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체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의 방법은 두 가지 핵심 요소를 갖고 있다. 하나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건강한 유대다. 이는 아이 성장의 본질적 요소다.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태도다. 그는 십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이의 잘못된 스트레스 대처법’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개인이 타고나는 특성이 아니다. 외부의 개입이나 조정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대처 기술이다.
자립적이고 낙관적인 아이로 키우는 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7C’
긴스버그 박사는 소아과 의사로서 ‘아이의 건강한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회복탄력성에 접근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7가지 핵심 요소(7C)를 만들어냈다. 긴스버그 박사가 정리한 공통 언어인 7가지 핵심 요소(7C)는 능력(competence), 자신감(confidence), 유대(connection), 성품(character), 공헌(contribution), 대처 기술(coping), 자기통제력(control)이다. 이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긴스버그 박사는 7가지 핵심 요소 중 ‘능력’을 강조한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사고하거나 낙관적으로 기대한다고 해서 회복탄력성이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능력’이 있어야 진짜 회복탄력성이 키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능력은 회복탄력성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며, 만약 능력이 없다면 다른 6가지 핵심 요소 또한 키우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7C란 무엇인가
1. 능력 : 능력은 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다. “난 할 수 있어”라는 모호한 느낌이나 예감이 아니다. 능력은 경험을 통해 습득된다. 유능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정을 믿고, 책임 있는 선택을 내리고, 어려운 상황에 맞설 수 있게 돕는 기술들부터 익혀야 한다.
2. 자신감 :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에 대한 굳은 믿음인 자신감은 능력에 뿌리를 둔다.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자신감을 얻는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경험이 있고, 자신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에게는 뿌리 깊은 안정감이 생긴다. 이 안정감은 어려움에 맞서 싸울 자신감을 키워준다.
3. 유대 : 가족, 친구, 학교, 공동체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들은 견고한 안정감을 느낀다. 이 안정감은 확고한 가치관을 갖도록 해주고 파괴적 행동을 하지 않게 해준다.
4. 성품 : 아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자신이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 세상에 공헌하고, 안정적인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성품이 좋은 아이들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강하다. 그러한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면서도 타인을 향해 따뜻한 태도를 보인다.
5. 공헌 : ‘자신이 그 안에 존재해서’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아이들에게 강력한 교훈이 된다. 공헌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아이들은 목적의식적으로 행동할 줄 안다. 그러한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판단력과 행동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능력, 성품, 유대 또한 강화한다.
6. 대처 기술 :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인생의 역경을 극복할 준비가 훨씬 잘 되어 있다. 위험하고 걱정스러운 행동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이고 다양한 대처 전략을 확보하는 것이다.
7. 자기통제력 : 자신이 자기 결정과 행동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역경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 대신 모든 결정을 내리면, 아이들은 자기통제력을 배울 기회를 빼앗겨버린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자신에게 내적인 통제권이 있음을 알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결과를 결정한다.
자료: Building Resilience in Children and Teens, 케네스 R. 긴스버그, 마샤 M. 재블로우
차석훈 기자 news@kidstvnews.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