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는 흔히 바람직한 태도나 생활방식쯤으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40년 넘게 가족 심리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가족 심리 치료를 해온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톰 그린스펀은 완벽주의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털어버려야 할 단 한 가지라고 주장한다. 완벽주의는 죽는 날까지 자신은 물론 주변의 타인까지 괴롭히는 무서운 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벽주의란 무엇일까
완벽하지 못한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
특히 비현실적으로 힘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는 데 실패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여기거나 혹은 개인적 무가치의 징표로 여기는 성향
'메리엄 웹스터 의학사전'의 정의처럼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고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세운다’는 말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모순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을 이루려고 죽어라고 애를 쓴다는 뜻이다. 문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들볶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못살게 군다는 점이다. 게다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자학하는 상황으로 몰고가다 보니 세상 모든 게 부정적으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완벽주의자일까? 톰 그린스펀이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뽑아 놓은 목록을 보면 '완벽주의자의 행동'은 그야말로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
과도한 목표를 세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잘 맡기지 않는다.
결정을 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모든 것이 통제되어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한다.
일을 하나 더 하느라 약속에 늦는다.
약속에 결코 늦는 법이 없다.
세부사항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자신이 한 일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항상 뭔가 하느라 바쁘다.
다른 사람들을 자주 비판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다른 사람의 일을 꼼꼼히 확인한다.
일을 완벽히 끝내지 못하면 스스로 ‘멍청하다’고 여긴다.
일을 미룬다.
<완벽주의자가 생각하는 방식>
어차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 일이면 도대체 왜 해야 돼?
난 무슨 일이든 잘 해야 해.
항상 남들보다 앞서야 해.
한 가지 일을 끝내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일의 세세한 부분이 모두 완벽해야 돼.
일은 한 번에 제대로 끝내야 돼.
일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정해진 방식으로 해야 돼.
일을 잘하는 나는 근사하지만, 일을 잘 못하는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야.
난 언제나 일을 잘하는 축에 들지 못해.
난 어리석어.
난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해.
내가 실수를 하면 사람들은 나를 똑똑하지 않고 일을 잘 못하고 능력 없다고 생각할 거야.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난 뭔가 잘못된 인간이야.
사람들이 나를 비판해서는 안 돼.
모든 것은 흑 아니면 백이야.
완벽주의자가 생각하는 방식
이같은 '완벽주의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완벽주의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하물며 어린 아이가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해낼까? 우리 아이가 이런 고통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시달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톰 그린스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완벽주의자가 느끼는 방식'까지 제시하면서 우리가 왜 완벽주의를 무심코 흘려 넘기면 안 되는지 보여준다.
자신의 실수를 무척 부끄러워한다.
타인에게 비판을 받으면 자신을 혐오하거나 화를 낸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 불안해한다.
세부사항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다.
세부사항을 지나치게 걱정한다.
일상적인 습관에 방해를 받으면 화를 낸다.
주변 일들이 복잡해지면 불안해한다.
두려움에 휩싸이거나 불안해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
자기혐오로 괴로워한다.
어리석어 보일까봐 염려한다.
무능해 보일까봐 두려워한다.
거부당할까봐 걱정한다.
두려워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의기소침해 있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킨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완벽주의, 어떻게 생기는가
이렇게 끊임없이 집요하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완벽주의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놀랍게도 완벽주의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즉, 가족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톰 그린스펀의 설명이다. 태생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을 갖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가족 특히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완벽주의는 부모에게서 사랑받지 못 한다고 느낄 때, 신뢰받지 못할 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생긴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행하는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아이를 완벽주의자로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했으면 아이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 자신의 반성적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부모 자신이 완벽주의자여서 그 습성이 그대로 전달될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라도 그들의 행태와 말이 완벽주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는 상호작용으로 이뤄져야 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상호 신뢰와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료: Moving Past Perfect, 톰 그린스펀
장길태 기자 news@kids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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