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양선아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한국의 최남단 섬, 마라도에 최근 고양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마라도 주민들은 점점 많아지는 쥐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그 걱정을 덜고자 고양이를 육지에서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천적이 없는 고양이는 마라도에 잘 정착했고, 주민들의 걱정거리였던 쥐들을 잡아줬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마라도의 고양이는 빠르게 번식했다.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철새들은 중간 기착지에 머물면서 지친 날개를 쉬게 하고, 먹이를 먹고, 물도 마시며 남은 여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바닷길을 따라 날아오던 많은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마라도다. 이미 많은 거리를 날아온 철새들은 마라도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도착한다. 그런 약한 상태의 철새들은 고양이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주민들에게 먹이를 공급받는 고양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사냥 본능과 놀이를 목적으로 철새들을 공격한다. 그로 인해 많은 철새들의 여정은 허무하게 끝난다.

고양이에게 사냥당하는 동물은 철새뿐만이 아니다. 현대 생태계에서 고양이는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고양이보다 먹이사슬 위에 있는 동물들은 개체수가 적고,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양이의 포식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는 번식력과 사냥 능력이 뛰어나서 고양이의 포식 범위에 있는 소형 동물들은 끊임없이 사냥 당하며 개체수가 점차 줄어든다.

마라도 주민들은 수많은 철새들의 죽음을 보면서 새로운 근심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양이를 중성화시키고, 고양이 목에 무지개 목걸이를 달아서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고 있지만, 고양이 개체수를 단번에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고양이 개체수 조절과 철새 보호에 앞장선다면 더 많은 철새들이 여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길에 사는 고양이들을 가엽게 여겨서 밥을 주거나 보살핀다. 상위 포식자가 없는 고양이는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빠르게 번식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토착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부족한 먹이 문제로 동네 쓰레기봉투를 찢고, 겨울철 추위를 피해 차량 엔진룸에 들어가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병에 걸린 고양이의 배설물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호주는 점차 늘어난 고양이들 때문에 포유류 2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 고양이 사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또한 2015년에 호주는 고양이 200만 마리 살처분을 계획하고 시행 중이다. 일본 또한 길에서 사는 고양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중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모습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아무나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완장을 찬 지역 활동가만이 가능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벌금을 내게 하거나 처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도 지역 주민들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진 않지만, 길고양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과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치와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갈등의 해결 없이 길고양이를 보살피기만 한다면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고, 길고양이를 배척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길고양이와 공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갈등을 겪는 구성원들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또한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길고양이와의 공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시민 교육을 시행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양선아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