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감독 강화 배경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도 크게 엇갈린 회사별 결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새 기준을 처음 반영하자 메리츠화재는 미래이익이 8천500억원가량 늘어난 반면 삼성생명은 5천403억원의 감소 요인을 떠안았다. 신용평가업계는 회사마다 미래 보험금과 비용을 제각각 추정해온 결과가 숫자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올해 결산부터 간편보험과 갱신형 상품에도 추가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올해 결산을 새 기준 아래 보험사 미래이익의 실제 규모를 가늠할 시험대로 여기는 분위기다.
금감원, 6개사 점검서 '미래이익 계산' 미흡 확인…전 보험사에 개선 요구
앞서 9월 생보 3곳과 손보 3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손해율을 추정하며 통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보험사가 여러 곳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간담회에서 공개한 사례를 보면 일부 보험사는 신상품의 보험금 지급 통계가 3년 넘게 쌓였는데도 이를 추정치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를 다시 정하는 갱신형 상품의 경우, 한 보험사는 손해율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데 13년이 걸리는데도 기간을 일괄 10년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추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몇몇 회사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일부 항목에서 정량 분석 없이 빼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실제 통계가 충분히 쌓였으면 이를 추정치에 반영하고, 물가상승률을 빼려면 그 근거를 수치로 제시하도록 보험사들에 권고했다. 나아가 전 보험사에는 자체 점검을 벌여 오는 11월 말까지 개선계획을 내도록 요구했다. 올해 결산에서 보험부채를 잘못 계산한 회사는 집중 감리와 검사 대상에 올리고, 필요하면 제재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보험금 적게 잡을수록 이익 커지는 구조…당국, 보수적 계산 기준 도입
지난 2023년 시행에 들어간 새 회계제도(IFRS17)는 보험계약에서 앞으로 생길 이익을 계약 시점에 미리 추정해 CSM으로 쌓아두고, 이를 해마다 나눠 실제 이익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CSM을 보험사가 앞으로 거둘 순이익의 원천이자 회사의 내재가치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문제는 처음 추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험료 1천억원이 들어오는 상품에서 앞으로 보험금 800억원이 나간다고 보면 미래이익은 200억원이다. 하지만 같은 상품의 보험금을 700억원으로 낮춰 잡으면 미래이익은 3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실제 지급액이 800억원에 이르면 그 차이는 뒤늦게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 신상품 손해율을 자체 판단으로 정해온 보험사들은 연말마다 미래이익을 대규모로 깎아내는 조정을 되풀이해왔다. 대신증권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판 결과가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연말 CSM 감소 조정이 사실상 상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회사가 당장의 실적을 부풀리고 위험은 미래로 넘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1월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상품 손해율은 최소 90%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고, 비용을 추정할 때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당시 보험업계는 새 기준이 보험금과 비용을 모두 넉넉하게 잡도록 한 만큼 미래이익 감소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준에 희비 엇갈려…회사마다 다른 계산법 드러나
하지만 올해 2분기 새 기준을 처음 적용한 결과는 회사마다 크게 엇갈렸다. 보험업계와 증권가 집계를 보면 메리츠화재는 새 기준을 반영한 뒤 오히려 미래이익이 8천500억원가량 늘었다. 회사 측은 그동안 비실손 갱신형 담보에 당국 기준보다 높은 100%의 손해율을 적용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업계에서는 KB라이프생명이 비슷한 효과를 봤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B라이프의 2분기 가정 변경에 따른 미래이익 조정 폭은 3월 말 미래이익 잔액 대비 플러스(+) 5.7%로 생보사 가운데 가장 컸다.
한국신용평가는 손해율 가정이 느슨한 회사를 가려내는 세 가지 지표 어디에도 KB라이프가 해당하지 않았다며, 이런 회사일수록 플러스 조정이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5천403억원의 감소 요인을 안았다.
보험업권 전체로 봐도 흐름은 엇갈렸다. NICE신용평가 집계를 보면 가정 변경 등에 따른 생보사들의 미래이익 조정액은 1분기 7천억원 감소에서 2분기 1조2천억원 감소로 폭이 커졌다. 반면, 손보사는 같은 기간 2천억원 감소에서 1조1천억원 증가로 돌아서 대조를 이뤘다. 이 신평사는 손보사의 경우 비실손 갱신형 보험료 가정을 현실화한 효과가 감소분을 메운 것으로 봤다.
같은 기준 아래 회사마다 희비가 갈린 것은 그동안 미래 보험금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잡아왔는지에 따른 결과라는 게 보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보험계리 담당 임원은 이런 가정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짚었다. 그는 "가정을 보수적으로 세웠든 낙관적으로 세웠든 그 결과는 2~3년 안에 다 드러난다"며 "보험금이 많이 나갈 것으로 비관적으로 잡으면 초기 CSM은 낮게 잡히지만 1년만 지나도 예실차에서 이익이 나고, 반대로 잡으면 손실이 난다"고 말했다. 예실차는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를 가리킨다.
연말 간편보험·갱신형에 새 기준…일부 보험사 미래이익 추가 감소 우려
보험사들은 연말 결산에서 간편보험과 갱신형 상품에 추가 기준이 적용되면 일부 회사의 미래이익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2분기 적용을 미뤘던 간편보험 신상품 손해율 기준과 갱신형 상품 손해율 기준을 4분기 결산부터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간편보험은 병력이 있어도 몇 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간편보험 판매를 크게 늘려온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기준 강화가 연말 실적과 자본 건전성에 미칠 파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보험업계의 한 계리 전문가는 간편보험 손해율이 쉽게 오르는 배경으로 가격(보험료)을 매길 때와 실제로 팔 때의 가입자 집단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가격을 정할 때는 전체 국민 건강통계나 해외 통계처럼 일반적인 모수를 쓰는데, 실제로는 아프거나 나이 든 계약자에게 집중적으로 팔린다"며 "위험률 검증 없이 할인된 상품이 많이 팔리고 가정까지 좋게 잡다 보니 3년쯤 지나면 예실차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갱신형 상품 기준을 두고는 불만도 나온다. 새 기준은 현재 손해율이 목표치보다 낮더라도 10년 안에 목표 수준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도록 했다. 일부 보험사는 이를 실제 통계보다 당국이 정한 목표치를 앞세우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충분한 통계가 있으면 이를 근거로 추정하라는 금감원의 올해 1월 원칙과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업계는 회사별 체력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새 기준에 취약한 보험사의 경우 4분기 추가 기준 적용 과정에서 미래이익이 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산 넘어 상시 감시체제로…승부처는 '계산'보다 '실제 손해율'
금감원은 연말 결산을 넘어 보험사 미래이익 계산을 상시로 감시하는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우선 오는 12월 말부터 보험사가 미래이익 계산의 근거와 방법, 내부 통제 장치 등을 상세히 적어 내는 '계리가정보고서' 제도를 공식 시행한다.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제출 기한을 어기면 제재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보험사별 계산 수준을 점수로 매기는 상시감시지표도 운영한다. 추정이 적절했는지, 예상과 실제 지급액의 차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미래이익 변동이 합리적인지 등 3개 부문을 들여다본다.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이상 징후가 보이는 회사를 골라 수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결산 때 재무제표를 사후에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추정과 실적의 차이를 상시로 살피겠다는 취지다.
다만 상시 감시와 별개로 보험사들이 당국 가이드라인에 기대 손실 책임을 피하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보험계리 담당 임원은 "지금은 손실이 나면 회사들이 자기 가정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고 감독원 가이드라인이 바뀌어서 손실이 생겼다고 해명한다"며 "회사 고유의 가정으로 결산하고 그 결과에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라고 강조했다.
감독 방식을 둘러싼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간편보험 문제를 지적한 이 계리 전문가는 "룰 베이스로 가는 건 이미 너무 많이 와서 되돌리기 어렵다"면서도 "여기서 더 세분화하는 것은 당국도 부담스러워해 세부 사항은 업계 자율 규제로 풀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보험계리사 단체인 한국보험계리사회의 계리실무표준을 감독 체계에 위임해 민간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결국 당국 기준에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 회사가 스스로 세운 가정이 실제 손해율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가 보험사 미래이익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결산과 내년 상시감시 결과가 회사별 계산 관행의 차이를 다시 한번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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