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토)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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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바꿀 계획이 없으며, 이 목표가 달성 돼야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군사화, 중립적 지위"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고 중립적 국가로 만드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한 21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특별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국민 소통 행사는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 열렸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대규모 소통 행사를 다시 연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반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서방의 지원도 약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기자와 국민의 질문을 받기 전, 진행자는 "특별군사작전과 관련, 평화는 언제 오는가?"라고 물으며 이 주제를 먼저 꺼냈다. 이후 기자들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관계에 관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61만7천명의 러시아군 병력이 작전 지역에 배치돼 있고, 전선의 길이는 2천㎞가 넘는다면서 "거의 모든 전선을 따라 러시아군의 위치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크림반도 진격을 위해 드니프로강 좌안에 거점을 확보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노력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시도"라고 평가 절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2차 동원령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러시아가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을 때 많은 러시아 젊은 남성이 해외로 떠나며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료 지원은 언젠가 끝날 것"이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에 구걸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라며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의 제국주의 정치가 관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그런 게 없다"고 비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로 예상되고 제조업도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면서 "러시아 경제가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도 떠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4시간 4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국 기자들은 물론 미국, 프랑스 등 '비우호국' 출신 외국 언론사 기자들도 상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미 해병대 출신 기업 보안책임자 폴 휠런의 송환 요구에 관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 같다"며 "해결책을 찾기 바라지만 미국 측이 우리를 경청하고 우리도 만족할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다시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프랑스 기자의 질문에는 "그들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마크롱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대화할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고 답했다.

친유럽 행보를 보이는 몰도바에 대해서는 "독립국가연합(CIS)에서 몰도바의 가치는 미미하지만 러시아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몰도바가 러시아산보다 더 비싼 에너지를 구매할 여윳돈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에 '개인중립선수' 자격 조건을 내건 것에 대해 "정치적 동기로 인한 인위적인 조건이 러시아 경쟁자를 제외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는 시민의 불만을 듣고는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는 마지막 질문을 받고는 "당신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겠다"고 답하며 지난 23년간의 국정 운영에 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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