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익의 덫: 예금에 갇힌 500조의 민낯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적립금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500조 원을 돌파했고, 5년 안에 1,000조 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치로만 보면 눈부신 성장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산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현실이 기다린다. 전체 적립금의 80% 이상이 여전히 원리금보장 상품(예·적금, GIC)에 묶여 있고, 전체 가입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3~5% 수준에 머물러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적 제약에 있다. 퇴직연금 DC형과 IRP는 관련 법규에 의해 개별 주식 직접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주식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 진입 통로가 막혀 있는 셈이다.
바로 여기서 ETF(상장지수펀드)의 존재 가치가 빛난다. ETF는 개별 주식 투자를 대체하면서도 분산 투자, 저비용, 실시간 매매라는 강점을 갖춘 퇴직연금 시장 최적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퇴직연금 계좌(DC/IRP)에서 ETF투자로 연금자산을 운용할 때 최적의 투자수단으로서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다.
• 직접 주식 투자 대체 수단: 법규상 불가능한 개별 주식 투자를 ETF로 사실상 동일하게 구현. 코스피200부터 미국 나스닥100, 조선·방산 섹터까지 원하는 시장에 접근 가능.
• 저비용 복리 효과 극대화: ETF 총보수는 연 0.01~0.15% 수준으로 일반 펀드(0.5~1.5%) 대비 압도적으로 저렴. 30년 장기 투자에서 이 차이는 수천만 원의 누적 수익 차이로 벌어진다.
• 실시간 매매로 시장 대응력 확보: 공모펀드와 달리 장중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 퇴직연금 고수들이 대기성 자금(8.6%)을 유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 유연성 때문이다.
• 과세이연으로 복리 효과 배가: 퇴직연금 계좌 내 ETF 매매차익과 분배금은 수령 전까지 비과세.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 3.3~5.5% 저율 과세 적용으로 일반 계좌 대비 세후 수익률이 획기적으로 높다.
• 세액공제 혜택 동시 누림: IRP 계좌 납입분(연 900만 원 한도)에 대해 13.2~16.5% 세액공제 적용. ETF로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유일한 투자 수단이다.
2. 퇴직연금 ETF 시장 5년의 진화 (2021~2025)

* 거래규모: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 3개사 합산 기준(언론사, 2026.1.6). 수익률은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 공시 자료 기준. 2025년 수익률 고수는 금감원 퇴직연금 투자 백서Ⅱ(2025.11.27) 기준.
이미지 확대보기첫째, 미국 대표 지수형 ETF는 연도를 불문한 '핵심 자산'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수익률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S&P500·나스닥100은 퇴직연금 장기 투자의 가장 검증된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둘째, 국내 테마형 ETF의 부상이다. 2025년에는 조선·방산·원자력 테마가 연간 수익률 100~170%를 기록하며 퇴직연금 고수들의 주력 종목이 됐다.
셋째, 전략의 다변화다. 초기 단순 지수형에서 채권혼합형·배당형·금 실물형 ETF까지, 퇴직연금 내
ETF 전략이 생애주기에 따라 정교해지고 있다.
3. 연금 고수 1,500명의 ETF 활용 전략 해부
금융감독원이 2025년 11월 발표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Ⅱ'는 퇴직연금 고수 1,500명의 포트폴리오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의 ETF 활용 패턴에서 일반 가입자가 배울 수 있는 핵심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다.
고수들의 공통 DNA: 실적배당형 80%, ETF 75%
고수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20% 이하로 억제하고, 실적배당형 상품(펀드·ETF·채권)에 79.5%를 집중했다. 그 중 ETF 비중은 75.1%로, 공모펀드(24.9%)를 압도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대기성 자금 8.6%를 별도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방치가 아니라 '시장 기회를 위한 전략적 실탄'으로, 필요할 때 즉시 ETF를 매수할 수 있는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연령대별 ETF 전략의 분화
□ 30대 미만: 미국 지수 중심의 정석 적립식
투자 경험이 짧은 사회초년생 고수들은 미국 나스닥100, S&P500 지수 추종 ETF에 집중 투자했다. 복잡한 테마 분석보다 '미국 경제 전체에 베팅'하는 단순·명확한 전략으로 꾸준히 적립식 매수를 이어가며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연령대의 1년 수익률은 13.5%로, 미국 지수 상승률과 유사하게 움직였다.
□ 30~50대: 테마형 ETF 액티브 전략의 정수
고수들 중 가장 높은 수익률(40대 기준 50.8%)을 기록한 30~50대는 조선TOP3플러스, K방산, 원자력iSelect 등 테마형 ETF에 적립금을 집중했다.
이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방산·에너지 종목이 주목받는 정책 방향을 선제적으로 읽고, 연금 계좌에서 액티브하게 테마를 교체했다. 테슬라밸류체인 ETF를 통한 해외 빅테크 노출도 함께 가져갔다.
□ 60대 이상: 테마+배당+분산의 균형 포트폴리오
60대 이상 고수들도 K방산·조선·원자력 테마 ETF를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면서도, 미국 고배당 펀드와 중국 ETF, 퇴직연금배당40 혼합채권형 등을 병행해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고려한 균형 잡힌 구성으로 전환했다.
인출 시기가 가까울수록 배당형 ETF의 비중을 높여 연금 소득원을 다층화하는 전략이 특징적이다.
고수들이 선택하지 않은 것
일반 가입자가 장기 투자의 정석으로 여기는 TDF(타깃데이트펀드, 공모 펀드 형태)는 고수 포트폴리오 상위 10위 내에 단 2개만 이름을 올렸고, 그나마 채권혼합형 TDF로 안전자산 비중을 채우는 보조 역할에 그쳤다.
고수들은 TDF의 자동 배분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시장을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종목을 교체했다. 또한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퇴직연금 규정상 금지되어 있어 선택지에 없었다.
4. 일반 투자 vs 퇴직연금 ETF 전략 비교
ETF는 동일한 상품이라도 일반 계좌와 퇴직연금 계좌에서 활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아래 표에서 두 전략의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다.
결정적 차이는 '세금'과 '기간'이다. 일반 계좌에서 ETF로 연 10% 수익을 얻으면 15.4%의 세금이 매년 복리를 갉아먹는다. 반면 퇴직연금 계좌는 수령 전까지 세금이 없어 복리가 그대로 쌓인다. 또한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이 제한돼 있어 강제 장기 투자가 이루어지는 구조 자체가 수익률 제고에 유리하다. 여기에 연금 인출 시 적용되는 3.3~5.5%의 저율 과세는 일반 계좌의 15.4%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절세 효과를 제공한다.
5. 2025~2026년 퇴직연금 ETF 환경 변화와 전망
제도·규정 이슈: 위험자산 70% 한도 완화가 온다
현행 DC형·IRP 계좌의 위험자산(주식형 ETF 등) 투자 한도는 70%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11월 국회 답변에서 "적극적 투자를 지향하는 가입자를 위해 운용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퇴직연금 TF를 통한 규제 완화 검토 의사를 공식화했다. 실제 시행될 경우, 가입자들은 위험자산을 70% 이상 담을 수 있게 되어 미국 지수 ETF 중심의 공격적 포트폴리오 구성이 더 쉬워진다.
당장 변경 전이라도, 현재 일부 고수들은 채권혼합형 ETF(예: S&P500채권혼합)를 안전자산으로 활용해 사실상 주식 노출을 94%까지 끌어올리는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본격 논의
자본시장연구원은 2026년 자산운용산업 주요 이슈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제1순위로 지목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주도의 노사정 TF에서 합의안을 도출 중이다. 기금형이 도입되면 가입자의 적립금이 전문 기금운용기관에 의해 통합 운용되어 대규모 기관 투자자 수준의 운용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ETF는 기금 운용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DB형 가입자의 손실 전가 우려 등 논쟁도 진행 중이어서 도입 시기와 범위는 지켜봐야 한다.
상품 혁신: TDF ETF, 월배당 ETF, 금 현물 ETF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전용 ETF 라인업을 급속히 확충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채권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를 ETF 형태로 만든 'TDF ETF'가 대표적이다. 또한 매월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월배당 커버드콜 ETF, 헷지 수단으로 급부상한 금 현물 ETF(TIGER KRX금현물 등)도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금 현물 ETF 수익률이 39%에 달하면서 고수들의 분산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ETF 시장 트렌드: '조방원'의 교훈과 2026년 新테마
2025년 조선·방산·원자력 '조방원' 테마는 퇴직연금 ETF 투자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정책 방향을 선제적으로 읽고 테마 ETF를 집중 편입했을 때 연 100~170%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했다. 그러나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경고했듯 테마형 ETF의 단기 변동성은 매우 크다.
2026년의 새로운 테마 후보로는 반도체·AI 인프라,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방산(수주잔고 기반 구조적 성장 지속), 바이오테크, 2차전지 저점 매수 등이 부상하고 있다. 지수형 ETF를 중심 축으로 삼고 테마형 ETF로 알파를 추구하는 '코어-새틀라이트 전략'이 2026년의 핵심 운용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6. 2026 퇴직연금 ETF 실전 투자 전략
단기 전략 (1년 이내): 시장 기회 포착과 리스크 관리
• 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 매수: 2026년 초 글로벌 금리 방향성 불확실 구간에서 미국 지수형 ETF(S&P500, 나스닥100)를 분할 매수로 단가를 평균화한다.
• 테마 ETF 비중 점진적 조정: 2025년 급등한 조방원 테마의 경우 수익 실현 후 AI 반도체·휴머노이드 테마로 교체를 검토한다. 단, 전체 테마 ETF 비중은 10~15% 이내로 제한.
• 대기 자금 10% 유지: 시장 급락 시 즉시 우량 ETF 추가 매수를 위한 실탄 확보. 고수 1,500명의 평균 대기 자금 비율(8.6%)을 참고.
중기 전략 (1~3년): 코어-새틀라이트(Core-Satellite) 포트폴리오 구축
• 코어(60~70%): TIGER 미국S&P500 또는 KODEX 미국S&P500을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설정. 꾸준한 적립식 매수로 타이밍 리스크 제거.
• 새틀라이트(10~20%): 방산(K방산), 반도체(KODEX 반도체), AI(미국테크TOP10) 등 정책 수혜 테마 ETF를 편입해 초과 수익 추구. 1년 단위 성과 확인 후 교체.
• 안전자산(20~30%): S&P500채권혼합 ETF 또는 단기 국채 ETF로 위험자산 70% 한도를 준수하면서 주식 노출 극대화.
장기 전략 (3년 이상): 생애주기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환
• 적립기(30~40대): 위험자산 70% 한도를 꽉 채워 미국 지수 ETF + 성장 테마 ETF로 공격적 자산 증식. 매월 정기 적립으로 복리 효과 극대화.
• 전환기(50대): 조방원 테마 비중을 축소하고 배당형 ETF(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 비중을 확대. 은퇴 후 현금흐름 준비 시작.
• 인출기(60대 이상): 월배당 커버드콜 ETF, 금 현물 ETF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3.3~5.5%)의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간 1,200만 원 이하로 인출 속도 조절.
7. 2026년 퇴직연금 ETF 관심 TOP 5
아래 관심 종목은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퇴직연금 ETF 운용 보고서,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투자 백서Ⅱ, 각 언론사 등 공신력 있는 보도 자료를 교차 검증하여 선정한 것이다. 이는 투자 권유가 아니며, 최종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 수익률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시 및 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 등 운용사 공시 기준.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비중은 예시이며, 개인의 투자 성향·연령·잔여 기간에 따라 조정이 필요합니다.* 위험자산 총 합계가 70%를 초과하지 않도록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이미지 확대보기퇴직연금 도입 20년, 우리는 여전히 '저축'과 '투자'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숫자는 명확하다.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ETF를 80% 이상 보유한 상위 10% 계좌의 누적 수익률은 101.8%였지만, 예금·현금이 절반인 하위 10%는 5.19%에 그쳤다. 같은 1억 원이 각각 2억 1,800만 원과 1억 519만 원으로 갈렸다.
퇴직연금 고수 1,500명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화려한 투자 기법이 아니다. 예금의 안락함을 떨쳐내고 ETF를 통해 세계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결단이다. 조선·방산·원자력을 선제적으로 담은 이들의 혜안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시장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정책 흐름을 읽으며, 포트폴리오를 능동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1,000조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금형 도입 논의가 무르익고 위험자산 한도 완화가 현실화될 2026년, 지금 ETF를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은 없다. '나의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오늘 ETF 첫 걸음을 내딛어 보자.
※ 본 기사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글로벌에픽 신상근 연금경제연구소장 / pinefie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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