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3.19(목)

[맞수탐구] 리사수 vs 젠슨황 ‘AI반도체 제국’ 움직이는 양대 권력

5촌 혈연, 정반대 전략 … 200조 AI 가속기 시장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안재후 CP

2026-03-19 11:04:0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AI 반도체가 반도체 산업의 왕좌를 차지한 지 이미 오래다. 이 전쟁의 중심에는 대만계 이민 2세 두 명이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다. 외가를 통해 5촌 혈연으로 이어진 이들이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CES 2026 무대에서 차세대 AI 칩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황은 '베라 루빈'을 선보이며 "단 1년도 뒤처지지 않고 해마다 컴퓨팅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 외쳤고, 수는 '헬리오스' 시스템과 함께 "괴물 같은 성능의 AI 칩을 만들었다"며 맞섰다. 같은 혈통에서 나왔지만 서로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재편하는 두 CEO의 대결, 그 안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도 걸려 있다.

공통점: 이민 2세의 공학자형 리더십
두 CEO는 표면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모두 대만 태생의 대만계 이민 2세로 미국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도 유사하다. 황은 엔비디아 창립 초기 TSMC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고, 수는 AMD 내에서 공학팀을 통제하며 경영 기술을 갈고 닦았다.

특히 두 리더 모두 깊이 있는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 중심 사고'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장기 R&D와 아키텍처 설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공학자형 경영 철학도 동일하다. 다만 그들이 이 철학을 구현하는 방식, 즉 전략은 정확히 반대다.

서로 다른 카리스마: 쇼맨 vs 장인
젠슨 황의 리더십은 화려하다.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재킷,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 거대한 비전의 언어들. 황은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계가 현실 세계를 직접 이해하고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키노트는 선지자의 메시지처럼 들린다. 과거 한국 방문 시 용산 전자상가를 누비며 직접 제품을 홍보할 정도로 강한 개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반면 리사 수는 조용한 장인의 면모를 보인다. 침착한 어조, 숫자와 로드맵 중심의 발표. 공개 무대보다는 개별 회동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수는 어제(3월 18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초동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도 AI 인프라 협력을 논의했다. 그의 강점은 AMD를 위기에서 구한 실적에서 비롯된다. CPU 전쟁에서 인텔과 맞서 라이젠으로 성공을 거두고, 게임기 시장을 장악해 조직을 구원한 경험 말이다.

전략의 분기점: CUDA 독점 vs 개방형 도전
엔비디아는 CUDA 플랫폼을 통해 85~90%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AMD는 OpenAI, 메타 등과 협력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인증을 받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것이 두 CEO 전략의 핵심 차이다.

황의 엔비디아는 GPU를 넘어 '전체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칩에서 보드, 시스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까지 수직 통합해 고객을 자신의 생태계에 가두는 방식이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3월 GTC 2026에서 발표한 베라 루빈은 CPU와 GPU를 통합한 구조로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수의 AMD는 다르다. CPU, GPU, APU를 통합 포트폴리오로 PC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다각화하고, 개방형 ROCm 스택으로 CUDA 독점에 균열을 낸다. 헬리오스는 1대당 72개의 GPU를 탑재한 랙 스케일 AI 플랫폼(시스템)으로, 그 핵심 칩인 인스팅트 MI455X는 2.9 엑사플롭스의 성능을 낸다. AMD는 2030년 데이터센터 시장 1조 달러 중 10%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가격 경쟁력과 유연한 파트너십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AI 비전을 보는 두 렌즈
황이 보는 AI는 산업 혁명이다. 로봇, 디지털 휴먼, 자율주행차, 디지털 트윈. 모든 것이 AI로 통일되는 시대를 설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엔비디아를 놓는다.

수가 제시하는 AI는 더 실용적이다. "모든 곳, 모든 사람을 위한 AI"라는 슬로건처럼 AI 컴퓨팅 수요 100배 증가를 전망하고, 이를 뒷받침할 고효율 인프라를 강조한다. 클라우드, 엣지, PC까지 AI의 민주화 프레임을 짜는 중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선택지
두 CEO의 경쟁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HBM 공급, 파운드리 공정 참여, AI 가속기 채용에서 한국 기업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고착된 관계를 바탕으로 2026년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AMD는 리사 수의 한국 방문을 통해 HBM 공급 확대, 삼성 파운드리 활용, 네이버 등 국내 빅테크와의 협력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선택의 시대
두 사람이 같은 대만계 미국인이자 5촌지간으로 혈연 관계지만,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축이 된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경쟁에 나섰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 경쟁은 기회다.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의미한다. 한국은 엔비디아를 선택할 것인가, AMD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둘 모두를 활용할 것인가. AI 반도체 시대에 한국 기업의 미래는 이 선택에 달려 있다.

혈연으로 이어진 두 맞수의 대결이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 글로벌 권력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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