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깬 벤처투자사, 2026년 IPO 붐 타고 재평가 시동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올해 벤처투자사(VC) 주가가 코스닥 지수를 두 배 가까이 앞서며 급등했다. 22일 종가 기준 상장된 20개 벤처투자사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0.3%로, 코스피(71.1%)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37%)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벤처투자사 주가는 전통적으로 코스닥과 방향성이 같다. 상관계수가 0.94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해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은 두 가지 변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2026년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과거 지분 투자를 단행한 미래에셋그룹이 주목받았다. IPO는 벤처투자사의 대표적인 회수 수단이다. 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면 지분가치 재평가를 통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책 환경 변화다. 정부는 19일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과 상장폐지 제도가 전면 개선됐다. 기술특례 상장 확대, VC 투자 과정에서 공모규제 리스크 완화, BDC(사업개발회사) 도입, 연기금·기관자금 유입 구조 마련,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이 동시에 제시됐다.
이는 코스닥을 단순한 성장주 시장이 아니라 '모험자본 회수시장'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상장이 더 이상 불확실한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회수 경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벤처투자사의 최근 주가 상승은 겨울잠에서 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책과 IPO 시장 모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하고 있지만 개별 성과는 벤처투자사별로 엇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 같은 메가 IPO 관련 뉴스플로우에 따라 종목 간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23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출자 금액이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부각되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30% 급락한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3.9% 상승하는 엇갈린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사례다.

장기적으로는 벤처투자사 전반에 온기가 부여될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시가총액 미달 기업 퇴출 확대는 코스닥 지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BDC 도입과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자금 유입은 상장 이후 불안했던 수급 안정성을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벤처투자사에 대한 평가 방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책 테마에 따른 단발성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회수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지, 회수 시점이 얼마나 가까운지 등 수익화 관점에서 접근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6년에는 국내외 메가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X, Open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우주 기업부터 케이뱅크, 무신사, 토스, 업스테이지 등 국내 유니콘 기업까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투자 포트폴리오 및 메가 IPO 일정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벤처투자사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