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7(수)

550조 퇴직연금 판 흔든다…국민연금 참여 ‘기금형 퇴직연금’ 법안 발의

민주당 이용우 의원, 금융사·노사연합·공공기관 등 4대 기금 모델 제시

성기환 CP

2026-10-07 08:18:2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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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550조원을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고질적인 ‘저수익·고수수료’ 구조를 개편하고, 국민연금공단 등 검증된 공적연금관리기관이 직접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지난 2일 현행 금융회사 중심의 계약형 체계에서 탈피해 전문 기관이 적립금을 집합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관리기관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공동발의 12인)했다.

국민연금 턱밑까지 차오른 550조 퇴직연금,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방어’ 수준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발의안 제안이유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01.4조원(확정급여형 228.9조원, 확정기여형·기업형 IRP 141.6조원, 개인형 IRP 130.9조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1.4조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장기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55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최소 1천858조원에서 최대 5천47조원에 달해, 국민연금 기금 규모(2025년 말 기준 1천45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금 규모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운용 성과가 극히 저조하다는 점이다. 2024년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4.77%에 그쳤으며, 전체 적립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은 3.67%에 불과했다. 가입자의 절반은 여전히 2%대 낮은 수익률에 묶여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방어하는 실정이다.

반면 같은 해 국민연금(15.0%), 사학연금(11.63%), 공무원연금(7.5%) 등 공적연기금과 미국 CalPERS(9.1%), 네덜란드 ABP(8.4%) 등 글로벌 주요 연기금은 높은 성과를 거뒀다.

성과 부진 속에서도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수료 수입은 적립금 증가에 비례해 2018년 8천956억원에서 2025년 1조7천748억원으로 7년 새 98% 급증했다.

‘계약형 한계’ 넘는다…금융사·노사연합·공공기관 등 4대 기금 모델 구축

개정안은 이 같은 계약형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수탁기관이 자산을 종합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신설하고, 시장 수요와 운용 주체에 맞춰 이를 4가지 유형으로 체계화했다.
우선 금융기관이나 집합투자업자가 별도 수탁법인을 세워 운용하는 ‘금융기관개방형기금’과 복수의 사업장 또는 전국 단위 노사단체가 연합해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연합형기금’이 도입된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공공기관개방형기금’은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공적연금관리기관이 적립금을 기금화해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여기에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도 기금형 제도의 한 축으로 들어선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401(k) 퇴직연금이 -38.5%의 손실을 기록할 때 -0.2%로 선방하는 등 장기 자산배분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입증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자산운용 역량을 퇴직연금 시장에 접목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공적연금관리기관의 시장 독점을 방지하고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 후 3년 차 10%, 4년 차 20%, 5년 차 30%로 단계별 시장점유율 상한선(캡)을 두는 특례 규정도 함께 마련됐다.

ESG 투자 의무화·수익률 비교공시 강화…중소기업 대상 300명으로 확대

가입자 권익 증진과 자산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다각도로 신설됐다.

우선 기금 관리·운용 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관리기관과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는 ESG 고려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또한 퇴직연금사업자와 기금형 사업자별 수수료 및 수익률, 취급실적을 인터넷에 알기 쉽게 비교 공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는 매년 실시하는 퇴직연금 교육에 이 공시 결과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적용 대상을 현재 상시 근로자 100명 미만 사업장에서 2028년까지 300명 이하 사업장으로 단계적 확대한다. 공적연금관리기관과 근로복지공단이 국민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 다층 노후소득보장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국민에게 맞춤형 노후준비 진단 및 상담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명시됐다.

이용우 이원의 개정안은 법안 제안이유를 통해 “기금운용 전문성이 검증된 공적연금관리기관이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입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사적연금 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공포 1년이 경과한 날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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