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캡틴법률사무소 김효습 대표변호사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금을 수령하고 환전해 전달하는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사기방조 또는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처벌돼 왔다. 그런데 최근 국민참여재판에서 선고된 무죄 판결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에서 범행의 고의를 얼마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피고인은 배우자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광고를 보고 연락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았다. 조직원은 허위 거래실적을 만드는 이른바 '작업대출'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피고인에게 자금의 수령과 환전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의심했더라도 이를 보이스피싱 범행이 아닌 작업대출을 위한 편법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심원 7명 중 4명 역시 무죄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조사 초기 대응의 중요성도 짚어볼 부분이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으로 입건됐다면 단순히 "나도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출광고 문자, 조직원과의 대화 내역, 통화녹음, 계좌 거래내역, 범행 전후 행동 등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인식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최초 피의자신문에서 부정확하게 진술하면 이후 무죄를 다투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무죄 판결이 모든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가담 경위와 증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과 범죄를 알고 가담했다는 사실은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엄정한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범죄에 속아 이용된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것이 이번 국민참여재판 무죄 판결이 우리 형사사법체계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글 : 캡틴법률사무소 김효습 대표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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