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분쟁의 시작과 배경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하범종 LG 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서울 마포경찰서가 9일 밝혔다.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은 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LG 지분 11.28%를 포함해 총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LG 지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76%, 구연경 대표가 2.01%, 구연수씨가 0.51%를 각각 상속받았다.
고발 사건의 핵심 쟁점
상속 소송과 별도로 지난해 9월 모녀 측이 제기한 고발 사건의 핵심은 '금고 무단 개방' 논란이었다. 이들은 구본능 회장과 하범종 사장이 구본무 선대회장의 곤지암 별장과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에 있던 개인 금고를 무단으로 열고, 유언장을 가져가 고인의 뜻과 다르게 유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첫째 동생이자, 현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친부다. 모녀 측은 이들이 금고에서 유언장을 가져간 후 구본무 선대회장의 의도와 다르게 상속이 진행되었다며 특수절도, 재물손괴, 위증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하범종 사장이 현재 진행 중인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하 사장은 2023년 10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대회장은 '다음 회장은..."라며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승계해야 한다는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고, 모녀 측도 이를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본능 회장이 금고를 열었을 당시 모녀 측에 이를 알렸던 점을 확인했다. 둘째, 당시 모녀 측이 금고 안의 내용물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점, 금고를 연 이유를 묻거나 물건 반환을 요구한 정황도 없었던 점 등을 들어 특수절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도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 금고를 연 흔적이 없고 금고가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했다는 점을 들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범종 사장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속되는 상속 소송
고발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상속분쟁의 핵심 쟁점은 구본무 전 LG 회장의 유언장 또는 유지 메모 존재 여부와 상속 협의 과정의 적법성,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경과에 따른 소송 불성립 여부 등이다.
구광모 회장 측은 상속 절차가 가족 간 합의를 거쳐 투명하게 이뤄졌으며 법적 요건 또한 충족됐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상대 측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정 시효가 이미 지나 소송의 실익도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모녀 측은 선대회장의 유언장 존재를 주장하며 구본능 회장 등 7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LG그룹 상속재산 분할 당시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들이 선대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 존재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법원 판단 주목
이번 고발 사건의 무혐의 처분은 LG그룹 상속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형사적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민사소송인 상속회복청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특히 한국 대기업 창업가 일가의 상속분쟁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LG그룹은 "당사자간 협의를 거쳐 상속 내용이 확정됐다"며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상속분쟁이 장기화되면서 LG그룹의 경영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다만 구광모 회장이 이미 경영권을 확고히 장악한 상태여서 단기적인 경영 불안 요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한국 대기업 상속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언장의 존재 여부와 상속 협의 과정의 투명성이 법정에서 어떻게 판단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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