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현지시간 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팔란티어와 스킬드AI를 직접 방문한 그의 행보는 단순한 인사성 방문이 아니었다. LG 그룹이 AI 사업화의 속도를 높이고, 피지컬AI 분야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겠다는 신호다. "AX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는 그의 최근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빠른 실행과 작은 성과의 누적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AX 기술의 '실행 파트너' 팔란티어를 만나다
구 회장은 현지시간 2일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창업자 겸 CEO와 주요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핵심은 '온톨로지(Ontology)' 기술과 AI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였다. 온톨로지는 기업 내에 산재한 파편화된 데이터를 단순히 통합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팔란티어는 제조,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 기술을 적용해 독보적인 AX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구 회장은 특히 제조 현장과 산업 현장에서의 팔란티어의 성과에 주목했다. LG의 AX 사업화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또 양사 간 협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지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의 AI 비즈니스 실행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현지시간 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휴머노이드를 통해 본 피지컬AI의 미래
구 회장이 실리콘밸리의 스킬드AI 사옥을 방문했을 때, 가장 주목한 것은 로봇 지능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시연이었다. 스킬드AI는 카네기멜론대학교의 디팍 파탁, 아비나브 굽타 교수가 2023년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피지컬AI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창업 4년 만에 기업가치 140억 달러(한화 약 21조 1천억원)를 인정받았으며,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다.
스킬드AI의 핵심 기술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이 모델은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물체를 조작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고도화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구 회장은 이러한 기술 혁신이 산업 현장에 미칠 파급력과 LG의 로봇 사업 방향성을 점검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와 스킬드AI, 협력의 확대 단계로 접어들다
LG는 이미 스킬드AI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해두고 있다. 지난해 LG CNS가 국내 최초로 스킬드AI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이제 LG CNS는 스킬드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 솔루션의 강점은 제조와 물류 등 산업 현장의 데이터로 최적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복잡한 작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G CNS는 스킬드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사의 로봇 솔루션 기술을 결합해 제조 현장 등 여러 영역에서 로봇 서비스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LG이노텍은 스킬드AI와 부품 공급 관련 협업도 모색 중이다.
LG는 이미 자율주행로봇(AMR)을 기반으로 서빙, 배송, 가이드 등 접객 산업과 물류센터 운반·적재 사업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왔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홈 로봇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구 회장의 실리콘밸리 방문은 이러한 로봇 사업의 기술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속 LG 위치 재점검
구 회장은 실리콘밸리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미래 투자 전략을 점검했다. LG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역할을 맡고 있는 이 부서는 8억9000 달러(한화 약 1조3,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 중이다.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캐나다, 이스라엘 등 여러 지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90여 곳에 약 4억2000 달러를 투자했다.
구 회장은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CEO를 비롯한 경영진과 미국 투자 환경의 주요 변화와 향후 투자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그는 "AI 패러다임 전환 속 선제적 투자로 그룹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만들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LG가 단순한 기술 투자에 그치지 않고, 미래 포트폴리오 재편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벤처 생태계를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선제적 투자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약 1500만 달러(약 225억원)에 인수한 미국 항암치료제 개발사 '아셀렉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7년 만에 약 7배에 달하는 1억1000만 달러(약 1660억원)를 회수했다. 이는 선제적 투자와 적절한 시점의 실행이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성과다.
'빠른 실행'이 LG의 AI 경쟁력을 좌우한다
구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에서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 "AX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는 "사업의 임팩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의 신중한 대기업 의사결정 방식을 버리겠다는 의지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르고, 시장의 리더십도 빠르게 결정된다. 팔란티어와 스킬드AI 같은 스타트업과의 협력, 그리고 벤처 생태계와의 긴밀한 연결은 모두 이 '속도'라는 키워드에서 비롯된 전략이다. 작은 실행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빠르게 스케일링하는 방식이야말로 LG가 AI 시대에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