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효성과 LS일렉트릭이 2016년 6월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주한 배전반 교체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1억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담합의 전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발주처와 입찰업체 간의 사전 공모였다. 공정위 조사 결과, 효성은 2016년 1월경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임직원들과 사전 면담을 통해 해당 공사의 사실상 시공업체로 내정된 상태였다. 이후 효성은 같은 해 3월 공단에 지명경쟁입찰 방식을 제안하면서 자사와 LS일렉트릭을 지명업체로 추천했다.
결국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입찰에서 효성과 LS일렉트릭은 사전에 합의한 투찰가격으로 입찰을 진행했고, 예정대로 효성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 공사는 대구염색산업단지 발전소의 주보일러 전동기 전원 지상화 설치 및 440볼트 배전반 판넬 교체공사로, 설계 금액만 36억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신고로 시작된 뒤늦은 진상규명
흥미롭게도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자체 조사가 아닌 외부 신고로 시작됐다. 2020년 10월, 해당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낙찰예정자와 들러리사,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공정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담합 사건의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발각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발주처까지 개입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공정위가 신고 접수 후 약 5년에 걸쳐 치밀한 조사를 벌인 끝에 담합 사실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공사업계의 고질적 문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은 대구 지역 섬유염색업계의 핵심 인프라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1979년 설립된 이 공단은 열병합발전소와 공동폐수처리장 등 친환경 공동이용시설을 운영하여 125개 입주업체에 증기, 전기,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공공 인프라 공사에서 담합이 벌어진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형사처벌도 진행 중
이번 사건의 파장은 과징금 부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과 효성, LS일렉트릭 임직원 등 총 8명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입찰 담합이 단순한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발주처 임직원까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업체 간 담합이 아닌 발주처와의 공모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사안이다.
과징금 부과 내역과 의미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효성에 1억 400만원, 담합에 가담한 LS일렉트릭에 48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효성의 경우 과징금이 효성에서 분할 신설된 효성중공업에 부과된다. 주도적 역할을 한 업체에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공정위의 일관된 제재 원칙에 따른 것이다.
36억원 규모의 공사에 비해 과징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현행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제재를 통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업계 관행 개선 필요성 대두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발주처와 입찰참여사가 공모해 형식적인 경쟁을 가장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기공사업 등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아무리 은밀하게 이뤄진 담합이라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 있으며,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서의 담합은 국민 세금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다뤄져야 할 문제다.
전기공사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한 경쟁문화 정착을 위한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발주기관들도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절차를 확립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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