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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왜 유출되기 전부터 대비해야 할까

이성수 CP

2026-09-29 10:59:41

사진=애스턴 법률사무소 이재훈 변호사

사진=애스턴 법률사무소 이재훈 변호사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회사의 중요한 기술자료나 영업정보를 직원이 가지고 퇴사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한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는 이를 영업비밀 유출로 보고 법적 대응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분쟁에서는 회사가 먼저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 유출된 그 정보가 과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다.

회사가 중요하게 취급해 온 내부자료라고 해서 모두 법적으로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해당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과거보다 그 요건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해당 정보에 누가 접근할 수 있었는지, 비밀정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관리했는지, 임직원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했는지 등 회사가 평소 그 정보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된다.

실제 영업비밀 사건에서는 유출 행위 자체는 비교적 명확한데도 그 이전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회사가 핵심자료라고 주장하더라도 여러 직원이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거나, 일반 자료와 구분되지 않은 채 보관되어 있었거나, 어떤 정보가 비밀정보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인 보안서약서만 받아두었다면 비밀관리성이 부정될 수 있다. 실제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더라도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면 영업비밀 침해를 전제로 한 법적 대응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생긴다.

퇴직 과정의 관리도 중요하다. 직원이 사용하던 계정과 접근 권한을 정리하고, 회사 자료의 반환이나 삭제 여부를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비밀유지의무를 다시 고지하는 등의 절차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이미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대응 순서도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어떤 자료가 반출되었는지, 관련 접속·전송 기록이나 이메일 등 증거가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후 소송이나 형사절차가 진행되면 이러한 자료가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기업자문은 보안규정이나 비밀유지서약서를 만들어 두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부터 정하고, 누가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비밀정보를 어떻게 표시하고 보관할 것인지, 직원의 입사부터 재직·퇴직까지 각 단계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실제 회사의 업무 방식에 맞게 정해 두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를 단순한 내부 관리 절차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향후 실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회사가 무엇을 주장해야 하고 이를 어떤 자료로 입증할 것인지를 거꾸로 생각하면, 평소 준비해야 할 사항도 분명해진다. 분쟁에서 필요한 요건과 증거를 미리 생각하고 이를 평소의 관리체계에 반영하는 것이 영업비밀 관련 기업자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하여 2019년에는 기존의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문구까지 법에서 삭제했다. 반면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은 영업비밀 보유자가 해당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reasonable measures)’를 취했을 것을 여전히 명시적인 요건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요구되는 관리 수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본사와 미국 현지법인이 중요한 기술자료나 영업정보를 공유하거나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라면 국내에서 사용하던 보안규정이나 비밀유지서약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접근 권한과 비밀표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현지 직원의 퇴직 시 자료 반환과 삭제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등을 미국에서의 사업과 인력 운영에 맞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애스턴 법률사무소 이재훈 대표 변호사는 “영업비밀 사건에서 법적 대응을 시작한 뒤에는 그 이전의 관리 상태를 바꿀 수 없다. 어떤 정보를 비밀로 정했고, 누가 접근할 수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는 모두 유출이 발생하기 전에 결정되는 문제다”라며 “좋은 기업자문은 필요한 규정과 서류를 갖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미리 내다보고, 그때 필요한 요건과 증거를 평소의 기업 운영에 반영하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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