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은 지난 2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 대표를 공식 선임하고, 서울 을지로 본사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취임식을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SUMMIT(정상)·TOGETHER(함께)·CHALLENGE(도전)'를 3대 경영 방향으로 제시하며 "새로운 미래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실행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일가 대표 1년 8개월 만에 '대우맨' 복귀
이 대표는 1971년생으로 인천대를 졸업하고 1996년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총무팀장, 관리지원실장, 대외협력단장을 지내며 약 30년간 한 회사에서 일했다. 업계에서는 정원주 회장과 대외 일정 대부분을 함께 소화한 최측근으로 본다.
인사는 지난 8월 6일 김보현 전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김 전 대표는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주의 사위이자 정 회장의 매제로, 2024년 12월 대표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이 대표를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후보로 추천했다. 임원 직급 체계상 전무 4명을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이 대표는 이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경영을 맡았다. 오너 일가 인사가 맡던 대표 자리가 1년 8개월 만에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회사는 비상경영체제를 끝내고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지금이 세대교체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정부·발주처·협력사와 소통해 온 경험도 선임 이유로 꼽았다. 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굳히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빅배스 이후 첫 시험, 수익성을 지킬 수 있나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만 1조 10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방 미분양 단지 관련 대손상각비 5500억원이 판매관리비로 잡혔고, 싱가포르 도시철도 현장은 설계 변경으로 원가율이 올랐다. 지난해 말 284.5%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266.5%로 낮아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잔액도 1조 2189억원에서 1조 1043억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2.2%로 전년 같은 기간(5.4%)의 두 배를 넘었다.
다만 숫자 안에는 변수가 있다. 2분기 매출은 2조 4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1% 줄었다. 다올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2323억원에 도급 증액 등 일회성 요인 약 900억원이 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보고서는 미수 채권의 잠재 부실 위험도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가 취임사에서 매출채권 회수와 재무건전성 개선을 앞세운 이유다. 그는 확보한 재무 여력을 기술과 인재, 미래 사업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회사도 채권 회수 속도를 높여 전체 매출채권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이 약속이 현금으로 확인되는 시점은 앞으로 몇 분기 안에 결정된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시작한 해외 전략, 관건은 원가 통제
회사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18조원에서 27조원으로 올렸다. 상반기 수주는 7조 1285억원으로, 목표를 채우려면 하반기에 약 19조 9000억원을 더 따내야 한다. 파푸아뉴기니 LNG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모잠비크 로부마 LNG도 수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주잔고는 6월 말 53조 4019억원으로 연매출의 6.6년 치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등 기존 거점에서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냈는데도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났다는 점에서 해외 사업의 수익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2분기 플랜트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3.4%에 그쳐 빅배스 이후에도 회복이 더디다. 이 대표가 취임사에서 수주부터 준공까지 책임지는 사업 관리를 첫 번째 과제로 꼽은 배경이다.
AI 데이터센터, 시공사에서 디벨로퍼로
취임사의 'CHALLENGE'에는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로보틱스가 미래 성장 분야로 올랐다. 이 대표는 필요하면 전략적 인수합병(M&A)과 투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40㎿ 규모 강남 데이터센터를 준공했고, 전남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최대 60㎿)에는 출자자와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전남도 등 11개 기관과 500㎿급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약을 맺었다. 장성 200㎿, 강진 300㎿ 사업이다. 4월에는 전담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려 설계·시공을 넘어 투자와 운영까지 맡는 '디벨로퍼형 사업자'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경쟁사는 앞서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17건, 508㎿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8월 AI 데이터센터 사업단을 신설했다. 디벨로퍼는 시공사와 달리 출자금과 운영 위험을 직접 진다. 부채비율이 266.5%인 상황에서 재무 개선과 신사업 투자를 어떻게 병행하느냐가 이 대표의 과제다.
'함께'의 시험대, 연말 임원인사
'TOGETHER'는 현장과 본사, 본부와 본부 사이의 벽을 낮추겠다는 약속이다. 이 대표는 노동조합과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의 어려움과 직원들의 제안을 열린 자세로 듣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에는 노조 관계자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축사에서 임직원이 힘을 합쳐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하면서, 안전을 모든 업무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첫 실행 과제는 인사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예년보다 한두 달 앞당기고 대규모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본다. 전무 4명을 제치고 올라선 이 대표가 기존 경영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결속과 의사결정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선택과 실행, 이제 숫자로 답할 차례
이 대표가 제시한 과제는 세 가지로 모인다. 현금 회수와 부채 감축으로 재무구조를 복원하고, 27조원 수주 목표를 손실 없이 실적으로 옮기고, 데이터센터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는 일이다. 이 대표는 취임식에서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평가는 3분기 실적과 연말 수주 성적, 부채비율 추이에서 먼저 갈릴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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