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7(수)

고려아연, 故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 엄수

“사람·신뢰·사업보국 정신 계승할 것”

이성수 CP

2026-10-07 10:20:52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한 명의 기업가가 남긴 유산은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경영철학이다. 고려아연이 6일 故 최창걸 명예회장의 별세 1주기를 맞아 엄숙한 추모식을 개최한 것은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는 의식이 아니었다. 유가족과 임직원 130여 명이 모인 이 자리는 한 세대가 이룩한 업적을 기리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가 그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다지는 자리였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최창걸이라는 인물의 삶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개척자의 비전, 1970년대 대한민국을 자원강국으로
최창걸 명예회장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은 자원도, 기술도, 경험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을 자원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회사를 세웠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제련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당시 기준으로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 명예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극동의 조그마한 제련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비철금속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사업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서의 그의 활약은 전설적이다.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사업 자금을 유치할 당시, IFC는 7천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 명예회장은 5천만 달러에 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결국 4,500만 달러로 공사를 완성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제한된 자금으로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지혜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한다.

사람과 신뢰, 경영의 본질을 말하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단 두 글자였다. '사람’과 ‘신뢰’.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경영에서 일관되게 실천된 원칙이었다. 그는 "고려아연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모양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목표도 결국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이러한 철학은 고려아연의 노사화합이라는 구체적 결과로 나타났다. 최 명예회장은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신용을 경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협력사와의 신뢰를 어떤 것보다 중시했으며, 이것이 장기적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 오늘날 고려아연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이유는 단순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이 같은 인적 신뢰의 축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보국의 가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최창걸 명예회장은 기업이 이룬 성과를 사회와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보국’이라는 가치는 단순히 경제적 기여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쥔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절대 잃지 않는다"며 배움과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버지가 "물고기를 잡아주는 일"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듯, 그도 사회를 위해 교육과 나눔에 힘썼다.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 분야에 지속적으로 기여했고, 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그의 신념은 "불우하고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하면, 그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어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었다. 고려아연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이익의 일정액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는 원칙을 확립했고,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상했다.

기술혁신으로 공해산업을 친환경사업으로
최창걸 명예회장의 또 다른 유산은 제련산업의 혁신이다. 제련산업은 전통적으로 공해산업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최 명예회장은 이 산업을 친환경사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펼쳤다. 특히 아연 잔재를 환경 친화적인 청정슬래그 형태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판매하는 기술은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혁신이었다. 이 기술의 상용화는 고려아연이 세계적 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양립할 수 있다는 신념의 구현이었다. 호주에 아연제련소 SMC를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대할 때도 이 같은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효율성과 환경 모두를 추구하는 기업 운영의 철학이 고려아연을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것이다.

유산을 이어가는 현재, 미래를 열어가는 의지
추모식에서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고려아연은 안팎의 여러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명예회장님께서 세우신 경영철학이 오늘의 고려아연을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에 대한 추도가 아니라 현재의 도전 속에서 그 철학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임직원들은 "고려아연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급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다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대에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의 책임,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소재 개발, 자원순환 등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통한 미래 개척. 이 모든 것은 최창걸 명예회장이 이룬 토대 위에서 펼쳐질 것이다.

故 최창걸 명예회장은 생전 무명의 작은 제련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고 신뢰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으며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남긴 경영철학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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