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근무제 개편의 핵심은 생산 현장에서 야간 8시간 초과 근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SPC삼립 시화공장 방문 간담회 직후인 지난달 27일 발표한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그간 각 계열사별로 교섭대표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왔다.
3조 3교대와 중간조 운영으로 생산 공백 최소화
새로운 근무제의 골격은 회사별 생산 환경에 맞춰 차별화됐다. SPC삼립과 샤니는 3조 3교대 시스템을 도입하고, SPL과 비알코리아는 기존 주간조와 야간조 사이에 중간조를 신설해 운영한다. 중간조는 야간 근로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공백 시간대를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임금 보전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보완책을 마련했다. 회사별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추가 수당을 신설하고, 휴일 및 야간 수당의 가산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잠정 합의가 이뤄진 상태로, 일부 추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향후 단체협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SPC삼립 시화공장의 경우 생산직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에서 주 48시간 이하로 단축된다. 이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기본급을 인상하고, 휴일수당 가산율을 기존 50%에서 7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SPL은 야간수당 가산율을 50%에서 79%로 높이고 특별수당을 신설하는 등 각 회사별 특성에 맞는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연간 330억원 투자로 안전한 근무환경 구축
이번 근무제 개편에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SPC그룹은 추가 고용과 임금 보전 등으로 연간 330억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SPC그룹 전체 영업이익인 768억 원의 약 43%에 해당하는 대규모 투자다. 회사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우선시하는 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체계적인 안착을 위한 단계별 접근
SPC그룹은 새로운 근무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9월 한 달간을 시범 운영 기간으로 설정해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월 1일부터는 전사적으로 새로운 근무제가 완전히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 강화라는 대승적인 목표를 위해 각 사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근무제 개편과 함께 현장의 작업중지권 강화와 안전 스마트 신공장 건립도 조속히 추진해 안전 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SPC그룹의 근무제 개편은 국내 제조업계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선도적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근로환경 개선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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