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이사장의 경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궤적 그 자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유학을 마친 1985년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합류한 그는, 불과 7년 뒤인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을 이끌었다.
이 성과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산업사적 전환점이었다. 당시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한국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입증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 개발을 통해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달성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고, 권 이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개척한 핵심 주역으로 기록되었다.
경영현장 떠난 후 정부 정책 수립에도 참여
권 이사장은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 대표이사 부회장, 대표이사 회장 겸 종합기술원 회장을 거치며 삼성 반도체 사업의 중심을 이끌었다. 경영 일선에 있던 시절 그가 주도한 기술 혁신과 사업 전략은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영 현장을 떠난 뒤에도 권 이사장의 사회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발명진흥회 회장과 서울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기획예산처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정부 정책 수립에도 참여해 왔다.
동문 최초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 받아
권 이사장과 KAIST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동문으로서 모교 발전에 기여해온 그는 2018년 동문 최초로 KAIST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신진 연구자 지원을 위한 '권오현조교수' 제도 마련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미래 연구자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달 제297회 임시이사회에서 KAIST 이사로 선임된 뒤 한 달 만에 이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KAIST 이사회가 그의 경영 능력과 선견지명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 산업을 이끈 경영 경험과 기술 혁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인재 양성에 대한 헌신이 모두 필요한 시점에 그가 선택된 것이다.
권 이사장이 이끌 KAIST는 한국의 기술 혁신을 좌우할 핵심 기관이다. 반도체, AI, 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KAIST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을 이끈 경험과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의 리더십 아래, KAIST가 어떻게 미래 세대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혁신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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