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4(일)

교제폭력, "연인 사이였다"는 변명이 될 수 없다

김동원 CP

2026-10-04 08:05:03

사진=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

사진=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교제폭력 사건에서 법적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연인 관계의 특수성이다. 교제 중 발생한 폭행이나 협박이 사적인 다툼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관계가 끝난 뒤에도 반복되는 연락과 접근이 단순한 감정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폭력 행위의 위법성을 없애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명칭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와 피해의 양상이다.

교제폭력은 폭행이나 상해에 그치지 않는다. 협박과 감금, 강요, 주거침입, 성폭력, 반복적인 연락과 접근 등 여러 행위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사건을 단순한 연인 간 분쟁으로 묶기보다 개별 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호 연관성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교제폭력 사건의 핵심은 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는지가 아니라 어떤 행위가 발생했고, 그 행위가 어떤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데 있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이라는 명칭 자체가 모든 관련 행위를 포괄하는 독립된 범죄 구성요건은 아니다. 실제 처벌은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형법상 폭행죄, 상해죄, 협박죄, 감금죄 등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복적인 연락이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접근 등이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면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성폭력 관련 법률도 검토 대상이 된다.

같은 교제폭력 사건이라도 적용되는 법 조항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 폭행과 상해는 신체적 피해의 발생 여부 등에서 법적 책임이 달라지며, 반복적인 위협이나 접근은 행위의 내용과 지속성에 따라 별도의 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여러 범죄가 함께 성립하는 경우에는 각 범죄의 구성요건과 죄수 관계, 가중·감경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에서 특히 유의할 부분은 피해자 보호 절차와 형사처벌 절차가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률상 요건에 따라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2026년 4월 공포·시행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는 검찰이나 경찰에 보호조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모든 교제폭력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개별 행위가 관련 법률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 사건에서는 개별 행위만 떼어 놓고 보면 전체적인 위험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한 차례의 협박 메시지, 반복된 연락, 주거지 주변의 접근, 신체적 폭행 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졌다면 각 행위의 시점과 경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메시지와 통화 기록, CCTV 영상, 진료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글 : 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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