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02(금)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가보니…

칸막이 걷고 선도 없앴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협업공간

안재후 CP

2026-10-02 13:21:27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가보니…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도 1층에서 옥상까지 걸어 오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세운 그룹헤드쿼터(HQ)는 외벽을 따라 약 1.1㎞의 나선형 보행 램프를 냈고, 이 길을 임직원에 이어 시민에게도 열었다.

하나금융은 2일 청라 HQ 개관 행사를 열고 2012년 시작한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의 완성을 공식 선포했다. 함영주 회장은 이날 청라 HQ 개관을 “그룹 대전환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의 이 건물에는 10개 관계사 임직원 22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입주하고, 기존 청라 인력까지 더하면 약 4000명의 금융·IT 인력이 한곳에서 일한다.


무한대 기호 본뜬 곡선형 외관
청라 HQ의 첫인상은 직선으로 솟은 여느 금융회사 본사와 다르다. 설계를 맡은 미국 건축설계사 NBBJ는 하나금융의 인피니티 심볼(무한대 기호)을 모티프로 곡선과 비정형 요소를 건물 전체에 적용했다. 하나금융티아이의 이동창 하나드림사업지원TFT 과장은 NBBJ가 이 콘셉트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외벽은 금빛 마감에 곡선형 테라스가 겹겹이 이어지는 형태다. 외벽에 설치한 금속 핀은 각도를 모두 달리해 서쪽에서 들어오는 오후 햇빛의 눈부심을 줄인다.
이 디자인은 2021년 NBBJ가 선정하는 ‘올해의 최우수 프로젝트’에 뽑혔다. 하나금융이 건물에 쓴 총사업비는 6500억원이다. 곡선형 외관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을 휘감아 오르는 보행 램프다.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가보니…

엘리베이터 대신 걷는 1.1㎞ 램프
램프는 1층에서 시작해 외벽을 따라 15층 옥상까지 이어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5월 26일 준공을 알리며 길이를 약 1.1㎞로 소개했고, 하나금융도 같은 수치로 램프를 안내하고 있다. 종착점인 15층은 지상 약 75m로 아파트 22층 높이에 해당한다. 옥상에서는 서쪽으로 서해와 영종도, 동쪽으로 청라국제도시가 내려다보인다.

램프는 이동 통로이면서 동선 설계의 장치이기도 하다. 직원이 엘리베이터로 자기 층만 오가는 대신 걸어서 이동하며 다른 부서와 관계사 직원을 마주치도록 했다. 램프를 따라 걸으면 건물 내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램프가 건물 바깥을 따라 오르는 길이라면, 안쪽은 중심을 비워 둔 구조다.


중심 비운 아트리움, 지하 1층까지 닿는 햇빛
HQ는 건물 가운데를 비우고 각 층을 나선형으로 연결했다. 중앙 상부에 대형 천창을 설치해 자연광이 지하 1층까지 닿도록 설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업무공간까지 자연 채광을 받도록 조성했다고 밝혔다. 1층 로비는 기둥을 최소화해 통창 너머로 골프장과 숲이 보인다. 외벽 전체는 투명한 저철분 특수유리로 마감했다.
비워 둔 중심을 둘러싼 업무층은 칸막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짰다.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가보니…

칸막이 걷어낸 1100평 업무층
업무층의 층별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 사옥의 약 3배다.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존도 3배가량 늘렸다. 부서를 가르는 벽은 최소화하고 안쪽 벽은 유리로 만들었다. 3~7층과 10~14층은 내부 계단으로 이어 엘리베이터 없이 층을 오갈 수 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3~7층은 하나은행, 14층은 하나금융지주, 10~13층은 하나증권·하나카드 등 나머지 계열사가 쓴다. 8·9층에는 약 800석 규모의 직원식당이 들어섰다.

최영능 하나은행 청라HQ추진부 팀장은 관계사와 부서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 건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협업 플랫폼”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물리적 벽을 낮추는 데 이어 사무실의 보이지 않는 제약, 유선망도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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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걷어낸 사무실, 금융권 첫 5G 특화망
SK텔레콤은 9월 28일 하나금융, 삼성전자와 함께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 기반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5G 특화망은 지하 1층부터 지상 15층까지 16개 층에 적용됐다. 하나금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할당받은 전용 주파수를 쓰며, 외부 통신망과 분리된 이 망에는 보안 유심(USIM) 인증을 거친 등록 단말과 사용자만 접속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코어와 라디오 솔루션을 공급했고, 하나금융티아이가 구축에 참여했다.

SK텔레콤은 금융권이 망 분리와 보안 요건 때문에 고정 좌석과 유선 데스크톱 중심으로 일해 왔고, 자리를 바꿀 때마다 배선 공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청라 HQ에서는 직원이 노트북 등 업무용 단말로 회의실과 협업 공간에서도 같은 업무 환경을 쓴다. 7층 스마트워크센터는 청라로 이전하지 않는 관계사 직원까지 노트북만 들고 와 거점 오피스로 쓰는 공간이다. SK텔레콤은 이 망을 향후 AI CCTV와 모바일 사원증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부의 경계를 낮춘 설계는 건물 바깥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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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와 옥상정원을 시민에게 열다
하나금융은 램프와 옥상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잔디광장에서 문화·체육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난 7월 발표에서는 HQ를 지역 주민에게 연중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8·9층 외부 테라스도 일반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다. 약 800석 직원식당은 관계사 입주가 끝난 뒤 1~2년간 구내식당으로 운영한 다음 외부 개방을 검토한다. HQ 앞 어린이집은 정원 300명 가운데 150명을 인천 지역 주민과 협력업체 직원 자녀에게 배정한다.

하나금융은 청라 이전으로 향후 10년간 인천에 약 3조 40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생기고 세수가 4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하나은행은 8월 인천시와 2000억원 규모의 펀드, 1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건물을 열어 지역과 잇는 한편, 길 건너 데이터센터는 그룹의 전산을 잇는다.


맞은편 데이터센터와 하나드림타운 완성
하나금융은 2012년 인천시·인천경제청·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금융타운 조성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차례로 열었고, 지난 5월 21일 HQ를 준공하며 3단계를 마무리했다. HQ 맞은편 통합데이터센터는 지하 1층~지상 16층, 연면적 약 6만6000㎡ 규모다. 그룹 IT 인력 약 1800명이 일하고, AI 연구조직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자리한다. 통상 지하에 두는 전기실을 침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상 2층에 배치했고, 코어센터 7층에는 AI 데이터센터 전산실을 구축 중이다. 가동 목표는 2028년이다.

인력 이전은 이미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는 9월 14일 근무를 시작했고, 21일 하나에프앤아이가 합류했다. 10월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11월에는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이 옮겨 연말까지 입주를 마친다. 하나금융지주의 정관상 본점 소재지는 9월 30일 서울에서 인천으로 바뀌었다. 하나금융은 청라를 미래금융 거점으로, 여의도를 자본시장, 을지로를 은행, 강남을 혁신금융 거점으로 두는 4각축 체제로 계열사를 재배치한다.


통근과 개방 운영, 남은 과제
건물이 문을 열었다고 곧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출퇴근이다. 기존 을지로 일대 근무지에서 청라 HQ까지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10분이 걸리고, 거주지에 따라 통근 시간이 2시간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수도권 주요 거점에서 통근버스를 운영해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개방 운영도 숙제다. 연중 개방이라는 방침을 실제 운영으로 옮기려면 운영시간, 출입 절차, 보안구역 관리 같은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 지난 30일 현장에서는 1층과 15층에서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곡선형 외관과 램프, 기둥을 줄인 로비, 선 없는 사무실은 모두 사람과 조직 사이의 경계를 낮추려는 설계다. 한곳에 모인 인력이 만들어 낼 협업 성과와 시민이 이 공간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쓰는지가 청라 HQ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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