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아닌 다수가 채택하는 기술, 즉 대중화가 되어야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스캐너), 구글글래스 등 최근에도 혁신적인 기술은 많지만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다.
대중화의 변곡점은 무엇일까?
미국 컨설턴트인 제프리 A. 무어는 캐즘(Chasm)이라 정의한다. 캐즘은 기술혁신과 대중화 사이의 ‘간극’으로, 의역하면 ‘틈’, ‘장벽’의 의미이다. 특정 기술이 대중화가 되려면 캐즘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캐즘이란 원래 지질학 용어로 지각변동으로 인해 골이 깊고 넓어지면서 지각이 단절된 구간을 의미한다. 모든 혁신기술 제품들은 이러한 캐즘 단계를 거친다. 초기시장, 말하자면 혁신기업이 초기에 타깃으로 하는 혁신자와 조기수용자로 구성되는 초기시장과 조기다수 이후의 고객들로 구성되는 주류 시장 사이에서 수요가 정체 혹은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혁신자와 조기수용자들과 조기다수 사이에는 성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캐즘을 뛰어넘지 못하는 기술은 소수만이 채택하는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
말로니는 캐즘의 기준을 ‘침투율 16%’로 정의한다. 과거 기술 대중화의 사례에 기초한 것으로, 100명의 사람 중 16명 이상이 해당 기술을 채택하고 사용한다면 대중화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전기차와 5G 등 우리가 기대하고 일련의 기술들은 대중화의 분기점인 캐즘을 통과할 수 있을까?
기술 대중화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지금의 제품은 사라진다. 반면 대중화 사이클 진입에 동의한다면 혁신가들은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기술 확산 속도는 캐즘 이전과 이후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 대중화 사이클의 역사는 주식시장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대중화의 변곡점을 지나게 되면 예외없이 기술 확산은 ‘가속화’ 됐다.
기술 확산 초기 국면인 침투율 0~10%에서는 1년에 평균 0.98%p의 침투율이 상승하지만, 대중화의 변곡점이 놓여있는 침투율 10~30% 단계에서는 평균 3.8%로 초기 단계 보다 3~4배 빨라진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인 침투율 30~50% 국면에 서는 평균 5.4%p로 초기 국면보다 5배 이상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기술이거나, 인터넷 등 데이터 유관산업이라면 그 속도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빨라지는 특징이 있다. 기술 침투 환경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2015년 0.32%, 2016년 0.48%, 2017년 0.79%의정체기를 겪은 이후 2018년 1.38%, 2019년 2.4%, 올해 4%(추정)으로 한 단계 올라서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속도을 보일까?
자율주행의 대중화 사이클에 동의한다면 확산의 속도는 올해, 작년의 흐름과는또 다를 가능성이 높다. 가속화 가능성 때문이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