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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Why] 삼성·현대차는 왜 ‘적과의 동침’을 할까

상대 임원 잇따라 영입 … 하드웨어 vs AI 소프트웨어, 부족한 조각 찾는다

안재후 CP

2026-07-31 14:07:40

권정현 부사장, 이동건 부사장 (AI 합성 이미지)

권정현 부사장, 이동건 부사장 (AI 합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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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전자업계 1위 삼성전자와 완성차업계 1위 현대차그룹이 상대 진영의 핵심 임원을 잇따라 영입했다. 이는 단순한 헤드헌팅이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음 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두 기업이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술 역량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전략의 표현이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왜 이들은 내부 개발이 아닌 상대 회사의 인재 확보에 목숨을 거는가.

반쪽짜리 기업으론 휴머노이드 못 만들어
현대차그룹이 최근 삼성전자에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총괄했던 권정현 부사장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산하 자율주행개발센터장으로 영입했다. 1980년생인 권 부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 뒤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인공지능 기반 로봇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와 거의 동시에 삼성전자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새롭게 신설한 RX(로보틱스 경험)사업추진실의 로보틱스전략팀장 자리에 현대차그룹 출신 이동건 부사장을 발탁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 재직 시절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운영 전략과 사업화를 주도했던 로봇 기술·사업 전략 전문가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로봇 부문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불과 열흘 안쪽으로 이뤄진 이 교차 영입은 우연이 아니다. 더 주목할 점은 삼성이 단순히 임원 한 명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는 것은 그간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전략·하드웨어·AI·소프트웨어 개발·상품기획까지 모든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한다는 뜻이다. 이는 로봇을 더 이상 부수적 사업이 아닌 회사 차원의 최우선 전략 사업으로 격상시킨 신호다. 두 거대 기업이 상대 진영의 최고급 인재를 동시에 확보하고 조직을 개편한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사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왜 로봇은 '반쪽짜리 회사'를 용납하지 않는가
삼성의 약점: 로봇 하드웨어와 사업화 경험 부족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 같은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집적회로 설계에서부터 AI 알고리즘까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만드는 데 능했다. 하지만 로봇은 다르다.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기구 설계가 필요하다. 관절의 각도, 모터의 배치, 센서의 위치 같은 것들이 밀리미터 단위로 중요해진다. 무게중심을 잡는 동역학 제어, 발바닥의 접지력을 계산하는 기계공학적 노하우—이런 것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쌍각형 로봇 '아틀라스'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온 회사에서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삼성은 완벽한 로봇을 기술적으로는 설계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로봇을 실제로 시장에 내보내고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을 키우는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삼성은 현대차에서 이동건 부사장을 데려왔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을 통해 로봇 사업의 전체 사이클을 경험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대차의 약점: 소프트웨어와 AI의 깊이
반대편 현대차그룹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아왔다. 수십 년간 쇠를 용접하고 엔진을 설계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역대급 하드웨어 자산까지 손에 넣었다. 로봇의 몸체를 만드는 것이라면 현대차가 삼성을 이길 자신이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어떤가. 인공지능 인식 기술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로 엮여 있는 지능형 로봇의 뇌를 만드는 일은 기계회사가 주도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를 얘기할 때 항상 뒤처졌다. 테슬라에게 한 수 배우고, 인텔에게 도움을 청했던 이유다.

이동건 부사장을 스카우트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차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며 실제 로봇 사업화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삼성은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기술은 뛰어나지만, '어떻게 로봇을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라는 실제 사업화 경험이 부족했다. 이동건 부사장은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로봇 프로젝트를 기획 단계에서 시장 진출까지 주도한 사업 전략가다. 이는 삼성이 AI 기술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역량이었다.


불완전한 강점을 가진 기업에게 남은 선택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도저도 아닌 기업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드웨어만 뛰어나고 소프트웨어가 약하면, 로봇은 바다에 떠 있는 고철덩어리다. 소프트웨어만 좋고 하드웨어가 형편하면, 로봇은 그냥 컴퓨터일 뿐이다.

결국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은 양쪽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 회사가 100년 경험을 요구하는 기계공학과 AI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인 해법은 상대방의 정점을 영입하는 것이다.

삼성은 현대차의 기계 전문성을, 현대차는 삼성의 소프트웨어 깊이를 가져갔다. 이것이 그들이 상대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미 시작된 '장군멍군식' 인재 전쟁
현대차그룹은 이미 여러 고수를 영입했다. 애플과 테슬라 출신의 김동욱 전무를 SDV플랫폼개발센터장으로, 엔비디아와 토요타를 거친 제레미 마 전무를 실리콘밸리실장으로 발탁했다. 계열사 차원에서도 삼성 출신 영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구매 담당 부사장을 새로 합류시켰다.

이는 단순한 인사 교환을 넘어선다.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인재 확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글로벌 로봇 시장이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정교한 기계 하드웨어와 고도화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경쟁력의 모든 것이 되었다.

임원급 넘어 실무 엔지니어·반도체 인재까지 경쟁 확대
현재의 임원급 교차 영입은 시작일 뿐이다. 양사 모두 실무진과 핵심 엔지니어 레벨의 인재 이동을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의 이동, 로봇 제어·동역학 연구원들의 스카우트, 그리고 임베디드 AI 칩셋 설계 엔지니어들의 움직임 등이 예상된다. 현대차 쪽에서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출신 인재들을 계속 영입하고 있는 만큼, 삼성도 글로벌 로봇 전문 인력 영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경쟁이 AI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능력이 차세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반도체 자동차 부문에서 경쟁 경험이 있고, 삼성은 AI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에 특화된 반도체 개발 경쟁은 임원급 스카우트를 넘어 실무 엔지니어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이동건 부사장 영입과 동시에 공개한 조치들도 이러한 전략의 신호다.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손 및 조작 기술 전문가 김의겸 아주대 교수를 RX사업추진실에 합류시킨 것이다. 임원 수준의 경영 전문가와 학계의 로봇 석학들을 동시에 끌어들인 것은, 기계 공학과 인공지능이라는 두 영역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로봇은 단순히 좋은 기술 조합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며 "때문에 기업들이 문제 해결 경험이 많은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전성을 향한 경쟁이 시작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임원 교차 영입은 한국 재계의 오랜 관례를 깨는 상징적 사건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히 좋은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산업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로봇을 만드는 경쟁은 이제 기술력이 아니라 통합력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반도체와 기계공학이 하나로 녹아들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상대방 진영의 최고 인재가 필요하다. 두 기업이 상대의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이런 절박함의 표현이다.

이 경쟁에서 누가 더 빠르게 약점을 보완하고 완전한 로봇 회사가 되는가. 그것이 다음 세대 산업 패권의 열쇠가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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