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형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동생 김동선 사장이 각각 승진하며, 김승연 회장 3형제가 각자 명확한 사업 영역을 두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동시에 ㈜한화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중심)과 신설지주회사(테크·라이프 중심)로 나뉘었으며, 이는 3세 경영의 구조적 기반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반 경영 수업의 시작
김동원은 1985년생으로, 형 김동관과 마찬가지로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학사 졸업한 뒤 2014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당시 그는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 배치되어 그룹의 디지털 전환 관련 업무에 착수했다.
이는 상징적이었다. 2014년 당시 한화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경영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을 때, 경영 후계자 중 한 명이 그 최전선에 배치된 것이다. 디지털팀에서 실무를 거친 김동원은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 방향을 습득했고, 이는 이후 그의 경력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역량이 되었다.
한화생명 디지털 혁신의 주역
2015년 김동원은 한화생명으로 보직을 옮겼다. 디지털팀에서 보험업의 디지털 기반 강화 업무를 담당했다. 2015년 전사혁신팀 부실장을 거쳐 2016년 전사혁신실 상무로 승진하며, 조직 혁신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2017년에는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맡아 디지털 인프라와 프로세스 고도화를 진두지휘했다.
이 시기 김동원이 추진한 것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었다. 보험사라는 전통적 금융기관의 구조적 혁신을 도모한 것이다. 2018년에는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 역할을 겸하며, 보험 본업의 혁신과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했다.
CDO 시대: 신사업 도전과 디지털 혁신 학습
2020년 12월 김동원은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로 임명되었다. 금융 계열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책임을 진 것이다. 2021년 1월 전무로 승진한 후 CDSO 겸 전략부문장을 맡았고, 2021년 7월 부사장으로 올랐다. 2022년 1월에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직함을 변경하며,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투자 전반을 총괄하는 위치로 나아갔다.
이 시기 김동원이 주도한 가장 주목할 만한 시도는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보'의 설립이었다. 2019년 CDO로서 기획 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캐롯손보는 주행거리 기반의 자동차보험(퍼마일 보험)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다.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참여로 초기 기대감은 높았다.
그러나 캐롯손보는 시장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설립 이후 지속적인 적자 상황이 이어졌고, 2025년 10월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었다. 누적 적자 규모는 약 3,500억원 수준으로, 김동원의 첫 번째 신사업 도전은 좌절로 마무리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동원이 얻은 교훈은 명확했다. 오렌지트리 같은 보험대리점(GA) 플랫폼 개발과 영업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했고, 이는 이후 글로벌 사업 확대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CGO 사장: 글로벌 M&A로 만회하다
2023년 2월 김동원은 한화생명 사장 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승진했다. 디지털 전환의 책임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 확대에 무게를 실은 인사였다. 이 시점부터 김동원의 경영 활동은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그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해외 은행업 진출의 길을 열었다. 2025년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북미 자본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M&A 활동을 통해 보험 중심이던 한화생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투자, 증권 등으로 확대했다. 한화생명은 사실상 글로벌 종합금융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금융 계열 부회장으로
2026년 8월 1일자로 김동원은 한화생명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사장 승진 이후 3년 만의 진급이다. 한화그룹은 승진 배경을 "금융 부문의 디지털 혁신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선도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으로 도약, 그리고 금융 계열의 책임경영
김동원 부회장은 이제 금융 부문의 중책을 안게 된다. 그 앞에는 도전과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먼저 신뢰 재구축이 절실하다. 캐롯손보는 약 3,5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남긴 채 2025년 10월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었다. 신사업 개발 역량을 보여주려던 시도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다. 향후 신사업 시도에 앞서 과거의 교훈을 얼마나 실행력 있게 반영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벨로시티와 노부은행의 성과가 이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보험 본업의 수익성 회복이 시급하다.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의 보험 사업 수익성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사로의 변신은 매력적이지만, 보험 본업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보험 본업을 일으켜 세우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확장을 추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셋째, 글로벌 금융 확대의 실질화다. 노부은행(인도네시아) 지분투자와 벨로시티(미국) 인수는 국내 보험사 중 처음 시도하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투자를 넘어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고, 각 지역의 정치·규제 리스크를 헤쳐 나가야 한다. 글로벌 종합금융사로의 변신이 종이호랑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로 입증되어야 한다.
넷째, 디지털 혁신의 지속이 필요하다. AI, 데이터 기반 금융, 핀테크 등 금융 산업의 디지털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서 출발한 그의 경력이 금융 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부회장 역할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 서비스 전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이 요구된다.
다섯째, 3형제 체제에서 금융 부문의 역할 정립이다. 인적분할로 존속법인(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과 신설 지주회사(테크·라이프)가 분리되었다. 형 김동관(방산·에너지)과 동생 김동선(테크·라이프)과의 시너지를 만들면서도, 금융 부문의 독립적 경영 기반을 다져야 한다. 금융 계열의 지주사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 준비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서 시작한 그의 경력이 이제 금융 계열 부회장이라는 자리에 이르렀다. 캐롯손보에서 배운 신사업 개발의 교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사업을 성과로 연결하면서 동시에 보험 본업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과제다. 디지털 혁신의 선도자에서 글로벌 금융 리더로서의 무게를 갖춰낼 수 있을지, 그 답은 다음 3~5년의 실적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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