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삼성웰스토리 2349억 과징금 취소 전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2412162408244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사건의 출발: 의혹의 형성과 공정위의 진단
문제의 시작은 오래되었다. 공정위는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삼성의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4개 계열사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삼성웰스토리에 수의계약 형태로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의 문제처럼 보였다. 대규모 식수 인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한 업체와의 장기 계약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다르게 봤다. 의심의 포인트는 명확했다. 공개 입찰 없는 수의계약,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보전이라는 세 가지 유리한 조건들이 모두 한 회사에 집중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일관된 구조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해당 기간 4개 계열사와 거래하며 48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이는 당시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9.5%에 달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공정위의 판단: '구조적 지원' 프레임의 완성
2021년 6월, 공정위는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1012억20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 228억6000만원, 삼성전기 105억1000만원, 삼성SDI 43억7000만원, 삼성웰스토리 959억7000만원이었다.
공정위의 논리 구조는 견고해 보였다. 첫째, 경제적 이익 제공의 증거다. 높은 이익률 구조와 경쟁사업자 대비 유리한 계약 조건이었다. 둘째, 지원의 의도다. 공정위는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셋째, 공정거래 저해성이다. 경쟁사업자 배제와 시장 진입 제한이 발생했다는 판단이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단순 거래'가 아니라 '구조적 지원행위'로 규정했다. 그룹 차원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 모든 논리가 흔들렸다.
법원의 검증: '유리함'과 '위법함' 사이에 선을 긋다
서울고법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23일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서울고법이 공정위 처분에 대한 1심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시한 5가지 쟁점을 차례로 검토한 뒤, 거래조건 자체가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했다는 점만 인정하고 나머지 요건은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법원이 ‘유리한 계약 조건의 존재’ 자체와 ‘위법한 부당 지원’을 다른 것으로 봤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유리한 조건들의 존재를 인정했다. 급식 단가 계산 구조, 식재료비 검증 방식, 위탁수수료 반영 방법이 웰스토리에 유리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명확했다. 유리함만으로 지원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개별 요소들이 법정에서 개별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법적 기준의 충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위탁수수료 문제도 재론의 여지가 없었다. 법원은 이를 "사후 비용을 정산받는 이윤이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식단가에 포함된 운영비 항목의 구성요소로서 일종의 경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정위의 미전실 개입 주장, 증거 부족으로 기각
공정위 처분의 핵심 축 중 하나는 '미래전략실 개입'이었다. 이것이 그룹 차원의 의도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미전실의 지시나 지원 배경에 관한 공정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논리를 배척했다. 더 구체적으로, 법원은 미전실 운영회의 자료가 급식 물량 몰아주기보다는 웰스토리 이익 보전과 무관한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공정위 프레임의 중요한 축이 붕괴했다는 의미였다.
더욱이 공정위가 제시한 자금 필요성 논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2016년 5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웰스토리의 지분매각을 검토했는데, 자금공급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룹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려던 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법원이 포착한 것이다.
시장 봉쇄 혐의도 인정되지 않다
공정거래 저해성도 법원이 검증한 주요 항목이었다. 공정위는 단체급식 시장에서 삼성웰스토리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도 법원의 판단을 변경하지 못했다.
법원은 단체급식 시장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거래가 유지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하고, 시장 자체도 성장세를 보여온 점을 근거로 경쟁 제한 효과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웰스토리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대비 2019년에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민간기업의 계약 자유다. 법원은 "삼성전자 등 원고는 민간기업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급식 사업자 선정에 관한 별도의 법적 기준이 없으며, 경쟁입찰을 통해 급식 사업장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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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남긴 경고: "그러나 선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판결이 완전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명확한 경계선을 제시했다. 법원은 "경쟁입찰에 의한 사내식당 운영 위탁이 가능한 일부 사업장에서는 식재료 마진이나 계약조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나 부당이익 제공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사유가 곧바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입장 전환을 의미한다. 미래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 경쟁입찰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계열사에 수의계약으로 상당한 물량을 맡기면서 동시에 경쟁입찰에서는 반영되기 어려운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규제 패러다임의 충돌: 공정위 vs 법원
이번 판결의 구조적 의미는 명백하다. 공정위와 법원 사이의 패러다임 차이가 드러났다.
공정위의 접근은 '의심 중심'이었다. 유리한 조건들이 있고, 미전실이 관여했으며, 특정 그룹사에 집중된 이익 구조가 있다면, 그것은 위법한 구조적 지원이라는 판단이었다.
반면 법원의 접근은 '증거 중심'이었다.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각 요소가 법정에서 개별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법적 기준의 충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민간 기업이 급식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경쟁 입찰을 강제하거나 중소기업에 물량을 배분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은 질문: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내부거래인가
약 4년 10개월의 소송 끝에 법원은 공정위 처분을 전면 취소했다. 이로써 삼성은 2349억원의 과징금 부담을 덜게 되었다. 다만 공정거래 행정사건은 2심제로 운영된다. 공정위가 상고할 경우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나올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된다면, 이번 판결이 '내부거래의 허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공정위와 법원 간 입증 기준의 차이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남긴 것은 명확한 답변보다 더 깊은 질문이다. 대기업의 내부거래에서 '효율성'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가. 공정거래 규제와 경영 자율성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리한 거래'와 '위법한 지원'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그 경계선이 모든 케이스에 적용되는 절대적 기준인지, 아니면 사건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기준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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