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시대'가 15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차기 수장으로 낙점된 존 터너스(50) 수석부사장(SVP)과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9월 1일부터 '애플호'를 이끌게 된 터너스 부사장은 아이폰17과 아이폰 에어 등 개발을 이끈 하드웨어 전문가로, 쿡 CEO가 스티브 잡스 창업자로부터 CEO 직을 물려받았을 때와 비슷한 나이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터너스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경영진 교체를 넘어 애플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인사다. 25년간 애플에서 아이패드, 에어팟, 최근 아이폰 모델 등 하드웨어 개발을 감독해온 터너스를 선택한 것은 AI 시대를 맞아 경영 기조를 완전히 재편한다는 신호다.

존 터너스
25년 하드웨어 경력, 제품형 리더의 등장
터너스는 애플 역사상 여덟 번째 CEO로 취임하는 내부 승격 리더다. 199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위를 받은 후 가상현실 헬멧 개발사에서 기계공학자로 출발한 그는 2001년 애플에 합류해 설계팀의 엔지니어로 시작했으며, 첫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데스크톱 모니터인 시네마 디스플레이였다. 대학 재학 시 경쟁적 수영 선수로 활동했던 터너스는 체계적인 사고와 집중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터너스의 경력 궤적은 제품 완성도의 추구로 일관되어 있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그는 맥과 아이패드 개발을 총괄했고, 2021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되면서 아이폰과 에어팟 설계 및 제품 성능을 직접 책임졌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터너스를 "카리스마가 있고 애플 충성도가 높은 인물들에게 신뢰받으며, 팀 쿡으로부터 제품 로드맵과 기능, 전략의 핵심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은 리더"로 평가했다. 아이폰 17 라인업이 출시된 지난해 9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애플 스토어 고객 맞이 역할을 터너스가 직접 수행했다는 것은 그가 단순한 백그라운드 엔지니어가 아니라 공식 행사에 앞장서는 프로덕트 리더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팀 쿡과의 경영 철학 차이, 왜 터너스인가
팀 쿡과 존 터너스의 경영 스타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팀 쿡은 2011년 CEO 취임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약 3,5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로 증가시키고, 회계연도 2025 기준 매출을 4,16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성장은 주로 공급망 최적화와 서비스 비즈니스 확장에 기반했다.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 비전 프로 같은 신규 카테고리가 도입되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애플 인공지능 담당자가 2025년 말 퇴사했고, Siri 지능화 기능 출시가 여러 번 연기되었으며, 비전 프로는 2024년 출시 이후 시장 채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애플의 보드는 터너스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그는 운영 효율의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 구현과 제품 감각의 소유자다. 팀 쿡은 CEO 역할을 통해 9월 1일부터 경영진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터너스 부임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했다. 이는 선임 CEO가 후임에게 부드러운 이행을 보장한다는 신호지만, 경영 방향성의 전환이 불가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플의 제품 혁신속도 빨라질 듯
둘째, 애플은 AI 기능을 하드웨어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개인화된 Siri 기능을 2026년 봄에 출시하려 했으나, 테스트 과정의 지속적인 품질 문제로 더 강력한 기반 아키텍처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지연이 아니라 애플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AI' 통합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셋째, 맥, 아이패드, 웨어러블 등 전체 제품군에서 '체감 경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터너스는 WWDC 행사에서 아이맥과 맥북 프로, 아이패드 프로, 맥 프로의 디자인 업데이트를 공개한 경력이 있다. 이는 그가 제품 미학과 기술 구현을 동시에 관리하는 리더임을 보여준다.
다만 과제도 있다. 쿡 시대의 서비스 비즈니스, 구독 매출, 플랫폼 이코시스템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드웨어 중심으로 경영을 전환하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의 재정 연도 2025 기준 매출 4,160억 달러 중 서비스 부문은 이미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선제적 주도권 확보한 삼성 갤럭시 AI
한편 삼성전자는 이미 프리미엄 AI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2026년 2월 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개최해 갤럭시 S26 시리즈와 갤럭시 버즈4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업데이트가 아니라 'AI 우선' 전략의 공식화다.
갤럭시 S26 시리즈는 삼성의 세 번째 세대 AI폰으로, 갤럭시 AI가 진정한 에이전트 컴패니언으로 진화하면서 개인화되고 직관적이며 갤럭시 에코시스템 전반에서 원활하게 연결된 경험을 전달한다. 갤럭시 S26 시리즈는 업계 최초의 내장형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최강의 하드웨어 성능, 갤럭시 S26 울트라를 위한 커스텀 모바일 칩셋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젠 5, 그리고 재설계된 베이퍼 챔버를 갖췄다.
3월 2-5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에서 삼성은 갤럭시 S26 시리즈, 갤럭시 버즈4 시리즈, 갤럭시 워치8 시리즈를 통해 갤럭시 AI가 모바일 디바이스와 웨어러블 전반에서 어떻게 응집력 있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했다.
더욱 야심찬 것은 삼성의 장기 목표다. 삼성은 2026년을 'AI 우선' 해로 선포하고, 내부 로드맵에 따라 갤럭시 AI 지원 기기를 현재의 4억 대에서 8억 대 규모로 두 배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S26 시리즈로 소비자의 목표 지향적 어시스턴트에 대한 욕구를 테스트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에이전트 AI를 통한 사용자 의도 예측과 실행이라는 개념적 전환을 의미한다.
AI 경험 설계 경쟁으로의 확장
애플과 삼성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스마트폰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AI 경험 설계 경쟁'으로 진화했다. 양사 모두 on-device AI(기기 내 처리 AI)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행 철학이 다르다.
삼성은 다양한 AI 기능과 빠른 실행 속도를 강조한다. 삼성의 2026년 갤럭시 AI 업그레이드는 더 빠른 on-device 처리, 더 자연스러운 실시간 번역, 모호하지 않은 프라이버시 제어라는 세 가지 핵심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근처(near-zero) 지연의 음성 번역, 더 많은 오프라인 언어, 기존 앱과 통화로 통합된 더 깊이 있는 번역 통합 등이 강조되고 있다.
애플은 신뢰성과 개인 맥락 인식을 우선한다. 애플은 개인화된 Siri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더욱 인식하게 하고, 앱 내 및 앱 간 사용자를 위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더 강력한 기반 아키텍처로 전환했다.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강조와 Siri의 개인 맥락 이해는 삼성의 기능 다양성과는 다른 경로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양사의 경쟁은 치열하다. 2026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놓고 조사 기관마다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Counterpoint Research 기준으로 애플은 21% 시장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했으며 전분기 대비 5% 성장했다. 반면 IDC 보고서에서는 삼성이 0.6%p의 근소한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20% 시장점유율로 Counterpoint 기준 2위에 있으며, 전분기 대비 6% 감소했다. 삼성의 감소는 갤럭시 S26 출시 지연과 저가 라인업의 약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초기 갤럭시 S26의 기록적 판매는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누가 주도권을 가질까
2026년 후반부부터 2027년까지 애플과 삼성의 경쟁은 고객층을 명확히 나눌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기능의 다양성과 빠른 실행 속도를 강조하는 고객층에,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와 신뢰성, 에코시스템 깊이를 중시하는 고객층에 어필할 것이다.
2025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20% 점유율, 삼성은 19% 점유율로 양사가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다. 2026년은 메모리 칩 부족과 부품 원가 상승으로 도전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리미엄 AI 기능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많은 기능을 탑재했는가'에서 '누가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AI를 일상 제품에 녹여낼 수 있는가'라는 차원으로 진화했다. 삼성의 갤럭시 AI 전략은 기능의 다양성과 빠른 실행, 애플의 신 Siri와 개인화 전략은 신뢰성과 개인 정보 보호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양사 모두 장점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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