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4.24(금)

SK하이닉스 꿈의 영업이익률 72% 달성 주역은?

최태원 회장-곽노정 대표-3만4천 조직이 이룬 결실 … ‘또 다른 길목’에 서다

안재후 CP

2026-04-24 12:47:1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 37조 6천억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제조업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수치다. 이 꿈이 숫자를 달성하기 까지는 세 사람의 중요한 선택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이 ‘AI 시대’를 경영의 화두로 올렸고, 곽노정 대표가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승부수'로 이를 실현했으며, 조직 전체가 '한 가지'에 집중했을 때 달성했다. 슈퍼사이클이 아니라 '의도된 전략'의 결과물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 ‘GTC-2026 첫 참석_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 ‘GTC-2026 첫 참석_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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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길목에서 먼저 선 회장의 결단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1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났다. 그 순간이 전환점이었다. 최 회장은 이후 SK그룹 전략의 중심축을 AI와 반도체에 고정시켰다.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는 최 회장의 표현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서버용 D램 영역에서 기술 1등을 추구해왔고, 주요 고객사들의 사업 모델이 AI로 급전환될 때 누구보다 빨리 신호를 포착했다. 타이밍과 준비 상태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 시기에도 전략적 팹(생산시설) 투자를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 2023년 업계가 15조원 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할 때 SK하이닉스는 손실폭을 7조원대 중반으로 최소화했다. 감산 타이밍, 고정비 관리, 선별적 투자 집행이 차별화 요인이었다. 이는 '지금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를 명확히 아는 지도자만 가능한 결정이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CES-참관_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CES-참관_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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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실행: HBM 포트폴리오 재편

2022년 9월 취임한 곽노정 대표는 최태원 회장의 비전을 제품 전략으로 구체화했다. 메모리 기업에서 'AI 메모리 기업'으로의 변신이었다.

핵심은 HBM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3e의 성공으로 엔비디아의 HBM 수요 중 과반 이상을 공급하는 압도적 1위 공급사로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시장에서 전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편입된 것이다.

곽 대표는 2023년 이후 급격히 꺾인 메모리 업황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손실 관리로 주목받았다. 불황기 방어 후 호황기 선점. 이 두 국면을 모두 관리한 경영자는 드물다.

지난 3월 곽 대표는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SEC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의 성공을 미래 투자로 전환하는 선택이다.

엔지니어들의 '먼저 양산'하는 힘
숫자 뒤에는 기술 조직이 있다. 기술 1등을 위해 서버용 D램에 집중했고, 주요 타깃 고객 중 일부가 AI로 급전환하면서 시장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했다. 하이닉스는 HBM의 기초 기술인 TSV(실리콘 관통 전극)와 적층 기술을 10년 이상 고도화해왔다.

그 결과가 세계 최초 HBM3E 양산이었다. 2024년 SK하이닉스가 HBM3E를 처음 시장에 내놓을 때, 경쟁사들은 여전히 개발 단계에 있었다. 더욱이 HBM3E의 8단 스택(8Hi)에서 12단 스택(12Hi)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율 문제를 가장 먼저 극복한 기업도 SK하이닉스였다. 적층 공정의 정밀도 관리와 다층 구조 제어 능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경쟁사 대비 먼저 양산하고, 더 높은 스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기업이 이 시장을 지배했다. 기술 자체는 여럿이 추구했지만, '먼저 대량 양산에 성공한 쪽'이 고객 신뢰를 확보했고, 그것이 곧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조적 수익성으로 입증
1분기 영업이익 37조 6천억원, 순이익 40조 3천억원. 분기 기준 영업이익률 72%, 순이익률 77%는 '일시적 호황'의 증거가 아니다.

고부가 제품(HBM, DDR5) 비중이 확대되고 저수익 제품이 축소됐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도 확보했다. 혼합(mix) 개선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9조 1천억원에서 이번 분기 37조 6천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단순한 '사이클 상승'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메모리 기업에서 'AI 기반 고부가 기업'으로의 전환이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조직 전체를 움직인 한 가지 목표
이 결과를 만든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8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8.1%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구개발 지출은 6조 7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임직원 3만 4천명, 인력 확대와 보상 강화는 조직 전체가 한 목표에 집중했음을 보여준다. 최태원 회장은 47억5000원, 곽노정 대표는 42억3900만원을 수령했다. 경영진의 수익 배분도 상승장에서 조직과 함께 움직였다.

남은 질문들
현재의 기록이 정점인지, 시작인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곽 사장은 저자들과 만나 오는 2030년 SK하이닉스 목표 시총을 700조원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가총액 약 700조원대 수준에서 향후 4년간 추가 성장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그 성장 동력은 HBM4·HBM5 같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CoWoS·EMIB 같은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그리고 AI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온디바이스 메모리 등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쟁사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삼성전자는 HBM3E 12Hi의 수율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HBM4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 기술력과 메모리 노하우를 결합하면서 HBM 경쟁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AI 수요의 지속성 검증, 그리고 고CAPEX 투자가 누적되면서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태원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SK하이닉스는 지금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다. 현재의 성공이 AI 시대 중장기 리더십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이익 극대화에 그칠지는 기술 혁신 속도와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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