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1.04(화)

[심층분석] MZ세대 유혹한 ‘더현대 서울’ 성공 공식

‘매장은 곧 판매’ 기존 통념 버리고 ‘공간경험’ 극대화로 승부

안재후 CP

2025-11-03 11:19:4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1년 2월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국내 백화점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입지적 약점, 명품 브랜드 부재, 오피스 상권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출발한 이곳이 2년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하고, 2년 10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 기존 백화점 운영의 공식을 완전히 뒤엎은 사건이다. 특히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라는 럭셔리 명품(일명 '에르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 속 자연 정원, '공간 경험' 중심의 혁신 전략

더현대 서울의 성공 비결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매장은 곧 판매'라는 기존 공식을 버리고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인 약 49%를 실내 조경, 문화 공간, 휴식 공간 등 비매장 영역으로 구성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존 현대백화점의 매장 밀도(약 65%)와 비교하면 약 30% 감소한 규모로, 현대백화점 측도 이로 인해 연간 약 1,700억 원의 매출 기회를 포기했다고 공개했다.

1층에 설치된 높이 12미터의 워터풀, 약 3,400평 규모의 실내 조경, 지하부터 채광이 들고 기둥이 없는 오픈 공간 구조는 '도심 속 자연주의' 콘셉트를 완성시켰다. 방문객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힐링하며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되면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현대서울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하와이의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이색적인 공간 연출

더현대서울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하와이의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이색적인 공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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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성지, 2년 반 400회 이상 콘텐츠 축제

더현대 서울이 초기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 실패한 상황을 기회로 바꾼 전략이 바로 '팝업스토어 중심의 MD 구성'이다. 약 2년 반 동안 400회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이틀에 한 번꼴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인기 디자이너 브랜드, 해외 콜라보 제품, 웹툰 캐릭터 팝업, 애니메이션 콜라보 등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다층적인 전략을 펼친 것이다.

특히 2024년 기준 상반기 팝업스토어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대형 팝업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 효과는 단순히 행사장 매출에 그치지 않고, 식품관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를 창출했다. 방문객들이 쇼핑 목적 외에도 카페, 음식점 등 다른 시설을 이용하며 추가적인 소비를 유도한 것이다.

20-30대 타겟팅, 데이터로 증명된 세대 공략의 성공

더현대 서울은 개장 초기부터 40-50대를 타겟으로 한 기존 백화점들과 달리, 명확하게 20-30대 MZ세대를 목표 고객으로 설정했다. 개점 초기 방문자 연령대 조사 결과, 30대 이하가 75% 이상을 차지했으며, 2년차에는 30대 이하 방문객만 5,2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20-30대 인구 약 1,300만 명의 4배에 가까운 수치로, 같은 세대가 평균 4번 이상 방문했다는 의미다.
영 앤 럭셔리(Young & Luxury) 이미지 구축을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 유치, 2030 전용 VIP 멤버십 클럽 운영, 젊은층 맞춤 광고 전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더 나아가 2023년 말 루이비통 여성 매장 입점, 2024년 말 루이비통 맨즈 매장 오픈, 디즈니 스토어, 파이브 가이즈 등 글로벌 브랜드 유치로 발전시켜 나갔다.

전국 고객 발길을 모으다, 광역 상권 공략 성공

흥미로운 점은 더현대 서울의 방문객 구성이다. 개점 이후 구매 고객의 55%가 서울 이외 지역에서 왔으며, 경기·인천 24%, 충청 12.9%, 호남·영남 13%, 강원·제주 4.3% 등으로 분포했다. 여의도 반경 3킬로미터 이내 주거 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한 불리한 입지를 공간 경험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로 극복한 것이다.

이는 SNS를 통한 '인증샷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6월 기준 더현대 서울 해시태그는 35만 건을 돌파했으며, 비슷한 시기 개장한 신세계 대전(4만 건), 롯데 동탄(2만 건)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젊은층 사이에서 '가봐야 할 필수 명소'로 입소문이 난 것이 전국 광역 고객 유입의 핵심 동인이 되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글로벌 랜드마크로 진화, 외국인 관광객 급증

더현대 서울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는 글로벌 인지도의 급상승이다. 택스 리펀드 기준 방문 국가 수가 2021년 40개국에서 2024년 156개국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엔 정회원국 기준 193개 국가의 약 80%에서 방문한 셈이다. 더 나아가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의 14.6%가 외국인 매출로 집계되어, 고객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3년 2월만 해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3%대에 머물렀으나, 약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 매출 신장률이 779.7%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평균(302.2%)을 훨씬 웃돌았다.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와 맞물려, 더현대 서울이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적 쇼핑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더현대 서울은 이러한 외국인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영어 투어 프로그램 신설, 외국인 전용 컨시어지 확대, 다언어 전담 인력 충원 등 글로벌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무료 캐리어 보관, 여행용 키트 출시, 한국 문화 체험 강좌 등 '글로벌 투어 서포트' 서비스도 공식화했다.

그룹 전체 실적 견인하는 핵심 성장 동력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현대백화점 그룹의 재무 성과에도 직결되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백화점 사업 부문, 면세점 부문, 가구 제조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24년 백화점 사업 부문만 매출 2조 4,000억 원, 영업 이익 3,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백화점 부문이 전체 매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며 그룹의 수익성을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더현대 서울은 이 성장의 주축이 되고 있다.

더현대 서울 단독으로는 2024년 총매출액 1조 1,994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1조 1,085억 원) 대비 약 8.2% 성장했다. 면세점 부문의 적자(2024년 영업 손실), 가구 제조 부문의 부진(2024년 53억 원 손실)과 달리 본업인 백화점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더현대 서울이 있다.

2025년 마케팅 트렌드, 더현대 서울이 선도하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2025년 마케팅 산업의 주요 트렌드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을 '팝업 스토어의 해'로 부르며, 상반기에만 677개의 팝업스토어가 진행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자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실제(IRL, In Real Life) 행사'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또 다른 온라인 광고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사회적 경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현대 서울이 보여준 '공간 경험 + 팝업 콘텐츠' 조합은 이러한 트렌드의 선발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와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이 주목받으면서, 20-30대 타겟팅과 팬덤 중심의 공략을 펼친 더현대 서울의 전략이 업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SNS 활용을 통한 자발적 확산, 인증샷 문화의 창출, 브랜드 공동체 형성 등이 모두 2025년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더현대 광주의 출범, 성공 모델의 확장 시동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현대백화점 그룹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7년 개점을 목표로 광주의 옛 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들어설 '더현대 광주'는 더현대 서울의 1.5배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시리즈를 공식화하고, '더현대'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중심으로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공이 전략적 선택과 시기적절한 외부 요인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방위한 상황에서 오픈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 경험 소비 트렌드의 확산 등 여러 변수가 순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더현대 광주가 서울과 동일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 상권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를 제시하다

2013년 이후 국내 백화점 매출이 정체 곡선을 그리던 와중에 더현대 서울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온라인 쇼핑 확대, 코로나19 팬데믹, 경기 불확실성 등 오프라인 유통에 불리한 상황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명품 중심 매출 구조의 한계를 경험한 기존 백화점들에 비해, 더현대 서울은 경험형 콘텐츠와 새로운 형식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다변화했다.

2025년 현재 오프라인 리테일 업계 전체가 '더현대 서울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등 경쟁사들도 팝업스토어 확대, 경험형 공간 조성, MZ세대 타겟팅 등을 본격화했다. 이는 더현대 서울이 단순한 점포 성공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의미다.

불리함을 기회로, 공간을 경험으로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우리에게 여러 교훈을 남긴다. 첫째, 입지적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더 나은 상품으로가 아니라 더 나은 경험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 기존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대상을 명확히 설정할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셋째, SNS와 자발적 확산의 시대에 감성적 가치는 광고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2년 6개월 만에 1억 명, 2년 10개월 만에 1조 매출—이 숫자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오프라인 쇼핑 공간의 미래이며, 공간 경험을 통한 브랜드 가치 창조의 가능성이다. 더현대 서울은 명품이 없었지만, 명품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함께하고 싶은', '자랑하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다. 그것은 서울의 명소이자, 한국 유통업의 새로운 이정표이며,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교과서가 되었다. 2025년, 오프라인 유통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여전히 더현대 서울이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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