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9.18(목)

기금형 퇴직연금, 한국 노후보장 체계의 새로운 해법 될까

부산대 박희진 교수, 24일 연금포럼서 "영국·호주 성공 사례 분석" 발표 예정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5-09-18 13:51:06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글로벌에픽이 주최·주관하는 제1회 연금포럼이 9월 24일 오후 2시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된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전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의 축사로 시작되는 이번 포럼에서는 3개의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이 이어진다. 두 번째 발표자인 부산대 박희진 교수의 '기금형제도의 정의, 해외사례, 도입 기대효과와 보완 과제'를 요약해 소개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한국 노후보장 체계의 새로운 해법 될까


국내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선진국의 성공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는 기금형 제도의 핵심 요소와 도입 시 기대효과를 분석해봤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독립된 수탁법인이 설립되어 노사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나 운용위원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계약형 퇴직연금이 금융회사와 개별 계약을 맺어 사용자나 근로자가 개별 선택하는 구조인 반면, 기금형은 독립된 수탁법인이 소유하며 기업 자산과 완전히 분리되어 노사 공동 거버넌스를 통해 운영된다.
기금형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의 제도적 내재화다. 수탁자는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충실의무와 전문적 지식과 신중함을 바탕으로 연금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지닌다.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통해 가입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의 Master Trust 사례는 기금형 제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2012년 자동가입제도 도입 이후 DC형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Master Trust가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DC 가입자 수는 2012년 230만명에서 2024년 3,060만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DC 가입자의 91%, DC 적립금의 81%가 337개 인가 Master Trust에 집중됐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일부 Master Trust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따라 'Master Trust Regulations'를 제정해 인가요건을 강화하고 부실제도를 퇴출시켜 시장 통합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제도는 철수했고, 이후 신뢰도 높은 대형 Master Trust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주목할 점은 수수료 절감 효과다. 대부분의 가입자(94%)는 Master Trust의 디폴트 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며, 디폴트 펀드의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0.48%로 수수료 상한선인 0.75%보다 훨씬 낮게 운영되고 있다. 30년 평균적으로 저축하는 근로자는 시장 평균 수수료가 적용되는 DC scheme에서 대형 Master Trust scheme로 전환하면 연금 적립금이 3,000파운드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호주의 Superannuation 제도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1992년 의무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한 이 제도는 2024년 말 기준 총 적립금 규모가 호주 GDP의 145%에 달하는 4조1천억 호주달러에 이른다. 특히 MySuper 상품을 통해 디폴트 옵션을 표준화하고, Your Future, Your Super(YFYS) 성과테스트를 통해 부실 상품을 퇴출시키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부산대학교 박희진 교수는 "영국 사례는 자동가입제도와 Master Trust, 인가제도를 통해 사각지대 해소와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핵심임을 보여준다"며 "호주 사례는 의무가입과 MySuper, 성과테스트를 통해 보편적 참여와 부실기금 정리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의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입자 선택권 확대다. 현행 계약형은 금융회사가 연금상품을 판매·중개하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이나, 기금형은 전문적 운용을 통해 장기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 둘째, 수익률 제고 및 자산운용 효율화다. 독립 수탁법인의 책임하에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하므로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하다. 셋째, 가입자 보호 및 노후소득 안정이다. 법적으로 수탁자의 충실의무가 강하게 요구되어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운용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탁자 책임의 제도적 내재화다. 한국은 신탁 전통이 약해 수탁자 책임이 자연스럽게 제도에 내재화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기금형 도입 시 제도 설계 단계부터 수탁자 책임을 명문화·구체화하고 감독과 시장규율을 병행해야 한다.

지급보장 이슈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사고나 투자수익률 하락으로부터 연금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DC형에서 발생하는 투자수익률 하락 문제에 대해 "최저수익률 보장"이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하나, 이는 수익률 제고와 보장 간 상충관계 때문에 병행하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 실현도 과제다. 기금형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충분한 규모의 적립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영세 기금의 난립을 막기 위해 엄격한 인허가 요건과 최소 규모 기준을 설정해야 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사모·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 투자와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해져 장기수익 제고에도 기여한다.

박희진 교수는 "퇴직연금의 궁극적 목적은 근로자의 노후생활 안정"이라며 "기금형 제도는 수익률 제고·가입자 보호·시장 선진화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므로, 충분한 규모 확보·투명한 거버넌스·가입자 중심 운용을 전제로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안심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연금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제도의 성공 여부는 수탁자 책임의 제도적 정착과 규모의 경제 실현, 그리고 가입자 보호를 위한 견고한 안전장치 마련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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