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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新 혼맥 ⑭ LG그룹] 4대 걸친 혼맥이 구축한 재계 최고 네트워크

2대는 사업확장, 3대는 전문경영인 결합 … 재벌가 전략적 제휴의 산실

안재후 CP

2025-09-22 10:33:47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LG그룹이 창업 78년간 구축해온 혼맥 네트워크는 재벌가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 창업자 구인회(1907-1969) 명예회장부터 현재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진 혼맥은 단순한 혼인관계를 넘어 기업 간 전략적 제휴의 토대가 되어왔다. 삼성, 한진, 대림, SK, 태광, 두산 그룹 등과 혼맥 관계가 형성되었고, 정계, 관계, 학계로도 뻗어있다.

특히 철저한 장자승계 원칙을 통한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함께 형제들간 평화로운 계열분리까지 성공시키며 '재벌가 혼맥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 1세: 구인회의 대가문 혼맥 토대 구축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허을수 여사와의 사이에 6남 4녀 총 10남매를 두며 방대한 혼맥의 기초를 다졌다.
장남 구자경(1925-2019) 명예회장은 1942년 17세의 나이에 대지주 가문인 하순봉의 장녀 하정임 여사와 결혼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징병을 피하기 위한 아버지 구인회 창업주의 결단이었다.

3남 구자학(1930-2022) 아워홈 전 회장의 혼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 여사와 1957년 결혼해 LG와 삼성 간 혈연관계를 만들었다. 구자학 회장은 삼성에서 제일제당 기획부장, 동양TV방송 이사, 호텔신라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양 그룹 간 가교 역할을 했다.

구인회 창업주를 비롯한 여섯 형제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남부럽지 않은 혼맥을 구축해 오늘날 LG가 혼맥의 바탕을 이뤘다.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 구철회(1911-1975)씨는 부인 안남이 여사와의 사이에 4남 4녀를 뒀다. 4남 4녀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사람은 장녀 구위숙 여사다. 구위숙 여사는 경남 진양 출신 허만정씨의 셋째 아들로 LG의 구씨, 허씨 동업의 시작이 된 허준구(1923-2002) 전 GS건설 명예회장과 결혼해 5남을 뒀다. 차녀 구영희씨는 의학박사인 이호덕씨와, 3녀 구자애씨는 의사 정승화씨와 결혼했다. 구자애씨는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으로 화제를 모았다. 4녀 구선회씨는 2012년 세상을 떠난 박용훈 전 휴세코 회장과 결혼했다.

둘째 동생 구정희씨는 부인 김증문 여사와의 사이에 5남 2녀를 뒀고, 셋째 동생 구태회(1923-2016) 전 LS전선 명예회장은 최무 여사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다. 구태회 회장은 정치권에 진출해 6선을 하는 동안 국회 예결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넷째 동생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은 문남 여사와 결혼해 3남 1녀를, 막냇동생 구두회(1928-2011) 전 예스코 명예회장은 유한선 여사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2세: 구자경 명예회장 시대, 혼맥을 통한 사업 확장
구자경(1925-2019)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뒀다. 구자경 회장의 자녀들 역시 전략적으로 혼맥을 이뤄 나갔다. 장남 구본무 LG 전 회장은 1972년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장관의 딸 김영식 여사와 결혼했다. 김영식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도자기를 공부하던 중 한국 민화에 빠져들어 해당 분야에서 수준급 실력파로 알려졌다. 구본무-김영식 부부는 원래 1남 2녀를 뒀으나, 친아들인 구원모씨가 1994년 19세의 나이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장녀 구훤미씨는 1970년 김용관 전 대한보증보험 사장의 4남인 김화중씨와 혼인했다. 김용관씨는 전경련 회장과 ㈜경방 회장을 지낸 김용완씨의 넷째 동생이다. 구훤미-김화중 부부는 두 딸을 뒀는데, 둘째 딸 김선해씨가 이준용 전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맏아들인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차녀 구자혜씨는 대림산업 창업자 이규덕의 차남 이재연 부회장과 결혼해 대림그룹과의 혈연관계를 형성했다. 이재연 부회장은 회성산업 사장, 금성통신 사장, 금성사 사장을 거쳐 LG카드 부회장을 역임하며 국내에 'TGIF' 패밀리 레스토랑을 처음 들여오기도 했다. 3녀 구자영씨는 제일은행장을 지낸 이보형의 아들 이재원씨와 결혼했다.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희성금속 사장-회장을 지낸 강세원의 딸 강영혜씨와 결혼했다가 사별한 뒤 1998년 17세 아래인 차경숙씨 재혼했다. 3남 구본준씨는 사업가 김광일씨의 딸 김은미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1987년생인 아들 구형모씨는 미국 코넬대학 경제학과를 나와 2014년 4월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 4남 구본식씨는 조경아씨와 결혼해 딸 구연승, 구연진 그리고 아들 구웅모를 뒀다.

이 시기 재계와 관계의 혼맥 형성도 두드러진다. 구본무의 정계 연결고리는 장인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장관을 통해 이루어졌고, 구자혜씨와 이재연씨의 결혼은 대림그룹과의 사업 시너지를 창출했다.

3세: 구본무 시대, 전문경영인과의 결합으로 변화

구본무(1945-2018) 전 회장 시대에는 기존 재벌가 간 혼맥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장녀 구연경씨는 2006년 곤지암컨트리클럽에서 가까운 친인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과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윤관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고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 블루런벤처스의 전신인 노키아벤처파트너스에 입사했다. 블루런벤처스는 노키아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운영자금만 1조 원에 이르는 다국적 벤처캐피털이다. 윤관은 고 윤태수 대영 알프스리조트 회장의 차남으로, 벤처캐피털 업계의 핵심 인물이다.

구본무 회장은 2004년 구광모를 양자로 들였다. 1978년생인 구광모는 구본무의 아랫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는데, 구본무 회장이 딸만 둘이어서 대를 잇기 위해 장남의 양자로 간 것이다. 구광모 회장의 승계 과정은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복초등학교, 영동고를 졸업한 구광모 회장은 미국으로 가 로체스터공대를 나왔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4세: 구광모 회장의 연애결혼과 시대 변화

구광모 회장은 2009년 가까운 친인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 정효정씨와 결혼했다. 이는 기존 재벌가 간 혼맥과는 달리 전문경영인 가문과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다. 보락은 LG생활건강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 식품회사로, 이 결혼으로 보락의 LG생활건강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보락 주가가 폭등하는 등 경영 시너지도 창출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양가의 반대에 부딪혔다. LG가에서는 그룹의 후계자인만큼 당시 연 매출 180억 규모의 중소기업과 혼맥을 맺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다. 또한 유교적 가풍이 강한 LG가에서는 대대로 집안 어른이 정해준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양가 어른들을 설득한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특히 시어머니가 될 김영식 여사가 정효정씨를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형제들의 혼맥과 평화로운 계열분리

LS그룹 - 구태회 계열의 독립

구인회의 셋째 동생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최무 여사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다.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과 금속 부문이 계열 분리하여 LG전선그룹을 형성하였고, 2005년 LS그룹으로 그룹명을 변경하고 독립했다.

구태회 회장의 장남 구자홍(1946-2022)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지순혜 여사와 연애결혼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구자홍 회장은 그곳에서 지순혜 여사를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딸 구진희씨는 서울대를 나와 현재 미술 전시기획회사인 채원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아들 구본웅씨은 미국 실리콘밸리 5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포메이션8 대표다. 구본웅씨은 유호민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3녀인 유현영씨와 혼인했다.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김태향 여사와 혼인했는데 정몽우(1945-1990)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BNG스틸 사장이 사위다. 3남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조영식 전 경희대 이사장의 딸 조미연 경희학원 이사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구본혁, 구윤희 1남 1녀를 뒀는데 구윤희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과 결혼했다.

이들 혼맥은 LS그룹이 정계(유호민), 재계(현대, 삼표), 학계(경희대) 등과 다방면에 걸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GS그룹 - 허씨 가문의 분리와 혼맥

LG그룹은 1947년 창립 시부터 구인회와 허만정의 동업으로 시작되었다. 사업 확장이나 대외 교섭 등은 구씨 가문이 맡고, 재무-경리 등의 내부 살림은 허씨 가문이 맡는 것으로 두 집안의 친족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LG그룹을 성장시켜 왔으며 그룹 내 비중은 구씨 65% 대 허씨 35% 비율로 유지되었다.

허창수 GS명예회장은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인 이주영 여사와 결혼하여 슬하 1남 1녀를 두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이지원(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딸) 여사와 결혼했다. 허태수 회장의 처제는 이정원 씨로 김재열 동아일보 사장의 부인이다. GS그룹은 재계와 정·관계는 물론이고 언론계와 법조계에도 인연을 맺고 있다.

이러한 허씨 가문의 혼맥은 정치권과의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특히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의 혼맥은 GS그룹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LIG그룹 - 구철회 계열의 독립

구인회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 구철회씨의 장남 구자원 회장은 전 LIG 손해보험 회장이다.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갖고 독립했으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자원 회장은 유기홍 경춘관광 사장의 딸인 유영희 여사와 결혼해 2남 2녀를 뒀다. 장녀인 구지연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맏사위인 선두훈 코렌텍 대표의 형 선석훈씨와 1995년 결혼했다.

구철회의 차남 구자성씨는 이종구 전 산업은행 이사의 딸 이갑희씨와 혼인했다. 두 사람은 3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 구본희씨는 정재문 대양산업 회장(전 국회의원)의 아들 정연준 미디어플러스 사장과 결혼했다. 5선 의원을 지낸 정재문은 부친 정해영 전 국회부의장이 7선을 지낸 정치 가문 자손이다.

기타 계열분리 그룹들

LG그룹은 창업 이후 여러 차례 계열분리를 통해 범LG가를 형성했다. 2021년 LX그룹(구본준), 2019년 LT그룹(구본식), 2007년 LF그룹(구 LG패션), 2000년 아워홈(구자학 가계) 등이 차례로 독립했다. 이들 계열분리는 모두 큰 잡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평화로운 계열분리의 배경에는 혼맥을 통해 구축된 유대관계가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각 계열은 독립 후에도 혼맥을 통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상호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LG그룹 혼맥의 특징

시대별 혼맥 패턴의 변화와 적응

LG그룹의 혼맥은 시대에 따라 뚜렷한 변화를 보여왔다. 1세대(구인회)와 2세대(구자경)는 주로 재벌가 간 혼맥과 정관계 혼맥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다졌다. 3세대(구본무)에서는 전문경영인과의 결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4세대(구광모)에 이르러서는 연애결혼을 통한 중소기업가와의 혼맥으로 변화했다. 과거의 정략결혼에서 현재의 연애결혼으로 변화하는 등 시대 흐름에 맞춰 혼맥 문화도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LG그룹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경영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략적 사업 시너지 창출

LG그룹의 혼맥은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협력과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구광모 회장과 보락의 결혼이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구자학과 이숙희의 결혼을 통해 LG와 삼성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사업상 협력 기회도 늘어났다. 구자혜와 이재연의 결혼 역시 대림그룹과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계 최고의 혼맥 허브 역할

범LG가는 삼성, 현대, 대림, SK, 두산 등 주요 재벌가와 정계, 관계, 학계, 벤처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인사들과 혼맥을 형성하여 '재계 혼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허씨 가문의 정치권 연결고리, 구자학의 삼성 연결고리, LS그룹의 현대 연결고리 등은 LG그룹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단순한 사업상 이익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정보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LG그룹의 혼맥 네트워크는 창업 78년간 4대에 걸쳐 구축된 한국 재계 최고의 전략적 제휴 플랫폼으로,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기업 경영과 사업 확장의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유연한 적응력과 함께 평화로운 계열분리를 통한 상생 구조는 다른 재벌가들에게도 모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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