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09(화)

[심층분석] 벤츠는 왜 LG엔솔과 손잡았나?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차별화된 기술력 어필 … 中배터리 신뢰저하도 한몫

안재후 CP

2025-12-09 10:30:08

컬삿 카르탈(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센터장과 이다 볼프 메르세데스-벤츠 기업본부 총괄,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가 지난달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솔루션 협업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컬삿 카르탈(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센터장과 이다 볼프 메르세데스-벤츠 기업본부 총괄,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가 지난달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솔루션 협업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메르세데스-벤츠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을 쏘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불과 4개월 사이에 4건의 대규모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두 기업의 밀월관계는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자, 중국 배터리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프리미엄 자동차 업계의 결단을 의미한다.

2조원대 '추가 수주'로 확인된 신뢰 관계

LG엔솔은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2조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지난해 매출 25조6196억원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며,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 약 7년 4개월간 이어진다.

주목할 점은 이번이 4차 계약이라는 사실이다. LG엔솔은 지난해와 올해 3차례에 걸쳐 약 157.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벤츠와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북미 지역 중심으로 50.5GWh, 올해 9월 미국 75GWh, 유럽 32GWh 규모의 계약이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계약 규모만 해도 십여 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4개월 만에 네 번째 계약을 맺은 것은 단순히 물량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가 LG엔솔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LG그룹 경영진과 만난 후 한 달도 채 안 되어 나온 결과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당시 "LG와 벤츠는 혁신,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부터 엔트리급까지, '풀 포트폴리오' 전략

LG엔솔이 벤츠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명확하다. 바로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특히 다양한 세그먼트에 대응할 수 있는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난 3차 계약은 고성능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로 추정되고 있다. 지름 46mm의 대형 배터리인 46시리즈는 기존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5배 이상 높다. 프리미엄급 고성능 모델들이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시키는 차세대 제품으로, CATL과 파라시스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LG가 우위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추가로 체결한 계약은 성격이 다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로 추정되고 있다. 벤츠가 지난해 9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4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급 모델부터 엔트리급 모델까지 다양한 세그먼트를 커버하려면 여러 종류의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LG엔솔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 고전압 미드니켈(Mid-Ni) 파우치형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중저가 세그먼트에 특화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LG가 2024년 르노차와 맺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은 국내 최초의 사례로, 중국 기업과의 직접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벤츠의 선택을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만 집중하는 사이, LG엔솔은 기술 다양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파라시스 화재 사건으로 탈중국 분위기 확산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신뢰 부족도 벤츠와 LG엔솔이 협력을 가속화한 배경 중 하나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350+ 화재 사건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당시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 업체 파라시스의 제품이었다. 더 문제는 벤츠가 당초 EQE에 전량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고 광고했다는 점이다. 이 화재 사건으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고,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기까지 했다.

파라시스는 이미 신뢰도 면에서 리스크를 가진 기업이다. 2021년 3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파라시스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이유로 3만 2천 대를 넘는 전기차를 리콜한 전력이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이런 사건들을 목격하며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벤츠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리스크 회피 전략의 연장선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강조한 "5년 뒤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기술력"의 중요성이 벤츠라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글로벌 점유율 반등의 신호탄

이번 계약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혀져 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45.1%였으나 중국(49.7%)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는 한국이 35.6%로 더욱 하락했고 중국은 56.3%까지 치솟으며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유효했던 것이다.

하지만 LG엔솔의 이번 성공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가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기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양적 증설 중심 경쟁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공급 안정성, 기술 완성도 중심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적 증설 중심 경쟁에서 제품 포트폴리오·공급 안정성·기술 완성도가 중심이 되는 경쟁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의 중국산 대체재 수요와 전고체·LFP 등 신기술 개발 흐름이 맞물리면 K배터리의 회복 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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