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점유하는 AGV, 미래를 노리는 휴머노이드
조사 대상 100개사 가운데 47%는 이미 제조공정이나 부서에 피지컬 AI를 도입했고, 37%는 향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도입이나 계획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격차는 두드러진다. 종사자 1000인 이상 기업 중 88.5%가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반면, 1000인 미만 기업은 68.2%에 그쳤다.
현재 도입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피지컬 AI의 형태는 AGV(무인운반차)와 AMR(자율이동로봇)이다. 도입 기업의 63.8%가 이들 자동화 설비를 선택했다. 자율주행차(31.9%), 휴머노이드(29.8%), 드론(4.3%)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향후 도입을 계획 중인 기업들의 선택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정 기업의 64.9%가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자율주행차(37.8%), AGV·AMR(35.1%), 드론(8.1%)과는 선택도가 명확히 달랐다. 현장의 요구와 미래의 기대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생산성 향상에서 구인난 해소까지
도입 기업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묻자 응답이 갈렸다. 전체적으로는 생산성과 실적 향상을 꼽은 기업이 45.2%로 가장 많았으나, 기업 규모별로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1000인 이상 기업은 생산성 향상(49.3%)을 최우선으로 본 반면, 1000인 미만 기업은 구인난 등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66.7%)를 더 절실하게 여겼다.
산업 전체 기준으로는 구인난 해소 기대 응답이 26.2%였고, 산업재해 예방 및 사고 위험 감소 기대가 22.6%였다.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인력난과 생산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기술로 읽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피지컬 AI 도입 시 생산성이 31.9%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피지컬 AI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는 조립·제작 공정이었다. 도입 기업의 66.0%가 이 분야에서 활용 중이었다. 물류·운송 및 창고 관리(57.4%)가 그 뒤를 이었고, 제품 설계·개발(17.0%), 품질 진단(14.9%), 안전 관리(10.6%)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투자 불확실성, 일자리 축소 우려 앞에서
기업들의 기대감 뒤에는 현실의 무게도 크다. 도입 및 도입 예정 기업의 61.9%는 피지컬 AI 확대 이후 전체 일자리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4.5%,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겨우 3.6%였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기존 인력 대체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기업의 판단이 명확했다.
경제 활로로 보는 기업, 사회적 부작용 우려하는 사회
흥미롭게도 기업들은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피지컬 AI에 낙관적이었다. 10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 영향이 크다(7점 이상)는 응답이 79.8%에 달했고, 이 중 8점 이상을 준 기업도 57.1%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15.5%, 긍정적 영향이 작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은 "피지컬 AI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긍정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는 줄어들 것 같은데, 생산성은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의 속내가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저하라는 국가경제의 난제 앞에서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해법으로, 동시에 부작용의 크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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