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8.21(금)

[맞수탐구] 미래에셋 vs 한국투자…증권 넘어 종합금융그룹 대결

호남·고려대·동원증권…박현주 vs 김남구 30년 이어진 ‘오너 경쟁’

성기환 CP

2026-08-21 09:05:08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한국투자금융그룹 김남구 회장. [사진=각사]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한국투자금융그룹 김남구 회장.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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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증권업계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하 한투금융)과 미래에셋그룹(이하 미래에셋)의 주도권 다툼이 증권 본업을 넘어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와 미래 먹거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투금융이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지분 인수 승인을 받고, 해외 영업망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방위 확장 배경에는 미래에셋이 먼저 그어 놓은 '종합금융그룹' 이정표를 한투금융이 빠르게 뒤쫓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그룹 오너의 개인적 인연도 눈길을 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67·광주)과 김남구 한투금융 회장(62·전남 강진)은 나란히 호남 출신인 데다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박 회장이 1978학번, 김 회장이 1983학번으로 5년 터울이며, 두 사람 모두 옛 동원증권에서 근무하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아래서 경영을 배운 이력을 공유한다.

박 회장이 1997년 동원증권을 나와 미래에셋을 창업하면서 두 사람은 라이벌 관계로 갈라섰고,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진 두 그룹의 경쟁은 최근 들어 생보·가상자산·글로벌 WM 등 비지니스 영역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실제 정면 대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대우증권 매각전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맞붙었는데, 미래에셋증권이 2조4천억원을 써내 한국투자증권을 2천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인수에 성공하며 단숨에 업계 최대 증권사로 올라섰다.

당시 미래에셋에 고배를 마셨던 한투금융이, 이번에는 미래에셋이 참여하지 않은 KDB생명 인수전에서 한화생명·흥국생명 등 대형사들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는 점도 묘한 대목이다.

생보사 없던 한투, KDB생명으로 미래에셋 따라잡기

한투금융은 지난 13일 한국산업은행과 매각 주간사 삼일PwC로부터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앞서 7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한투금융은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흥국생명 등을 제치고 우협 지위를 따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99.75%로, 자산총계는 17조원에 육박한다.

한투금융은 그동안 증권·자산운용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을 뿐 보험 계열사는 없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창사 이래 첫 생명보험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된다. KDB생명 매각은 2010년 산업은행 편입 이후 일곱 번째 시도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협으로 선정됐다가 철회한 전례가 있어, 낙관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자본 정상화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74.5%로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밑돌고, 기본자본 비율은 -25.2%로 마이너스다. 2027년 시행될 기본자본 50% 규제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미래에셋생명(167.6%)과 격차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한투금융이 제시한 최대 1조원 규모의 증자는 단순 인수 대금이 아니라 건전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보험사는 일본과 달리 후순위채 발행이 법으로 제한돼 증자 외에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진단이다.

한화생명·흥국생명보다 공격적인 자본투입 계획을 제시한 점이 우협 선정의 결정적 배경으로 풀이되며, 일부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한투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까지 동시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인수를 보는 시선은 결국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쏠려 있다. 한투금융은 순이익의 90% 이상을 한국투자증권에 의존하지만, 미래에셋은 일찍이 미래에셋생명을 보유해 비증권 계열사의 안정적 운용 체계를 갖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계열사가 없는 미래에셋이나 한투금융은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 적립 자산을 운용하거나 판매채널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월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을 이미 선언했고, 한투금융 역시 같은 이름의 모델을 구상하고 있어 미래에셋 전략을 뒤쫓는 모양새다.

미래에셋 코빗 이어 한투도 코인원…디지털자산 전방위 경쟁

신사업 분야에서도 두 그룹의 행보는 겹친다. 미래에셋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부터 코빗 지분을 사들여 지난달 지분율 97.15%(인수대금 1천413억7천만원)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 금융그룹 품에 안긴 첫 사례다.

한투금융도 곧이어 맞불을 놓아, 지난 5월 코인원과 지분 20%를 약 8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FIU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로 OKX벤처스와 함께 공동 3대 주주에 올랐다. 대형 증권사가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령상 대주주 지위를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지분 인수 배경에는 '금가분리' 기조 완화가 있다. 두 그룹 모두 토큰증권(STO)·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 선점을 노린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닮은꼴로 평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로 예대마진·위탁매매 중심 수익 구조가 한계에 이르자 금융사들이 디지털자산을 새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며, 업계에서는 향후 수탁(커스터디)·대차·파생상품 등 고부가가치 라이선스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읽는다.

다만 접근 방식엔 차이가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은 '금가분리' 규제를 의식해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워 코빗 경영권(지분 97%)을 확보한 반면, 한투금융은 증권사가 직접 나서 코인원 지분 20%만 인수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코빗을 통째로 인수,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인 반면 코인원에 지분투자만 한국투자증권은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차익을 바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쟁이 반복되지만, 두 그룹만의 무대는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의 'PULSE', NH투자증권의 'STO 비전그룹', KB증권의 'ST 오너스' 등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자체 진영을 꾸리며 발행·유통 인프라 선점 경쟁이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결성했고,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결성해 메인넷 구축까지 마쳤다. 금융기관 중심 협의체로는 두 사례 모두 업계 첫 시도로 꼽힌다.

미래에셋 좇는 한투, 해외 9곳·GWM으로 WM까지 추격

한투금융의 추격전은 해외 진출에서도 뚜렷하다. 미래에셋은 2006년부터 공들인 인도에서 지난해 말 쉐어칸을 인수해 5개 법인 체제를 갖추고 5년 내 현지 5위권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한투금융도 2010년 베트남, 2018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인수하고 2021년 미국 IB 법인을 세우는 등 올해 3월 기준 9개 해외법인·2개 사무소 네트워크를 갖췄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를 '아시아 1등 도약 원년'으로 선포했고, 상반기 순이익 1조7천311억원을 기록하며 힘을 싣고 있다.

해외 리테일망 확대는 신흥 부유층 선점과 맞닿아 있어, 경쟁은 자연스레 초고액자산가(WM) 시장으로도 옮겨붙는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조직을 출범시킨 뒤 2023년 말 '패밀리오피스부'·'GWM컨설팅부'로 개편했고, 미래에셋증권도 PWM 부문과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신설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세부 전략은 결이 다르다. 한국투자증권 GWM은 오너 지분관리·자금조달·가업승계 등 IB 연계 컨설팅에, 미래에셋증권 PWM은 해외주식·글로벌 혁신기업 투자 등 '투자 본능'에 무게를 둔다.

그럼에도 30억원 이상 고객 2천300명, 관리자산 71조원의 삼성증권이 여전히 업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두 그룹 모두 격차를 좁혀야 하는 후발주자 처지라는 평가도 있다.

실적은 한투 우위, 체급은 미래에셋…승부처는 실행력

그동안 한투금융은 한국투자증권의 뛰어난 기업금융(IB) 역량과 자율적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순이익 면에서 미래에셋을 위협하거나 앞서는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그룹 전체의 자산 규모와 비증권 포트폴리오, 디지털·글로벌 스케일에서는 미래에셋이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투금융이 KDB생명 인수와 코인원 지분 투자, 해외법인 확장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배경에 실적 우위를 그룹 전체의 체급 우위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다만 보험업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WM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이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한투금융의 이번 확장은 '미래에셋 추월'보다는 기존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뒤늦게 합류하는 수준이라는 반론도 있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한투금융의 실행력이 지금부터 진짜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한투금융은 KDB생명 우협 선정 이후에도 추가 실사, 가격·자본확충 조건 협상,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줄줄이 남겨두고 있다. 코인원 지분 투자 역시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실제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연계 상품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다.

KDB생명의 안착과 코인원 등 디지털 자산과의 실질적 시너지 창출 여부가, 한투금융이 미래에셋과의 체급 격차를 실제로 좁힐 수 있을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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