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강예리 변호사
황혼이혼과 더불어 함께 거론되는 키워드가 바로 ‘졸혼’이다. 결혼 생활을 졸업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노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 탄생했다. 졸혼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삶의 방식이다. 배우자가 황혼이혼을 요구할 때, 이혼을 원치 않는 쪽에서 졸혼을 제안하거나 이혼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황혼기의 부부가 서로 협의하여 선택하곤 한다.
졸혼을 하든, 황혼이혼을 하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는 어렵다. 다만 제도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선택을 한다면 뒤늦게 깊은 후회를 하게 될 수 있으므로 각각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황혼이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재산분할이다. 부부의 기여도에 따라 공동재산을 분할하는 이 과정은 이혼 후 얼마나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혼인 기간 동안 가사 노동과 육아에만 전념한 주부라 하더라도 20년 이상 혼인 기간을 유지했다면 기여도가 4~50%까지 인정되기 때문에 결코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아직 수령하지 않은 퇴직금이나 연금에 대해서도 분할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졸혼은 법적인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처분이 불가능하다. 졸혼의 조건으로 생활비 지급이나 재산의 분할을 내걸고 합의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좀처럼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만일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졸혼 기간 동안 자기 명의의 재산을 처분하여 은닉하기라도 한다면, 추후 황혼이혼을 진행할 때 재산분할에서 불리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강예리변호사는 “졸혼을 선택한 후, 재산권을 보유한 배우자의 방치로 인해 오히려 이전보다 어려운 생활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물론 만족스러운 졸혼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언제나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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